몇년 전에 알바했던 성실한 남자애가 있었어요.
대학진학 안할꺼라면서 알바해서 부모님 여행보내드리고 성인으로 사회생활 시작하고 싶다고.

순둥입니다. 착하고 어리숙하고 성실하고 누가 함부로 대해도 웃는 얼굴로 참고.
1년쯤 성실하게 저희 점포에서 일 하고 다른지역으로 정식으로 취직해서 갔죠.

회사에서 기숙사생활을 했습니다. 회사선배형이랑 룸메이트였던것 같고.
조금 친해지자 돈을 빌려달라고 했고 계속 빌려가고 한번도 갚지 않았다더군요.
저랑 가끔씩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고.
(걔 다니는 회사 체불임금 있을때 이런저런 조언이나 법적 대응 알려주고 했더니 이후에 개인 고민을 많이 해오더군요.)

룸메형한테 돈 뜯긴다고 자기 친형한테도 하소연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왜 회사형한테는 돈 꿔주고 친형이 빌려달라고 할때는 안줬냐면서 화를 내더니 돈을 빌려갔답니다.
그리곤 당연히(?) 안돌려주고.

여기까지야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얘가 알바할때도 그랬고 여자를 많이 좋아하더라구요.
대쉬했다가 계속 까이기도 했고.
까인 이야기하면서 웃고 그랬죠.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게 죄는 아니니까 상관없는데 사회에서도 여러번 차였다가
드디어 몇년만에 여자가 생겼습니다.

저한테 카톡으로 자기 연애한다고 자랑도 했고.

그리고 몇달 후에 고민 있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내가 연애를 알리가 있나 그냥 선비스무리 봐서 결혼했는데....'

여자가 자기보다 많이 연상이랍니다. 하지만 자기한테 따듯하게 잘해준다고.
그게 뭔 상관이냐고 했는데 나중에 이야기하는데 이혼녀라고 하더군요.

뭔가 좀 이상한데 이혼이 요즘 세상에 죄는 아니니
다른 커플 깨지라고 저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사귀는 사이면 이야기를 좀 빨리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들었죠.

그러다가 다시 몇달 지났는데
여자가 이혼을 아직 안했답니다.

???

이건 또 뭔 소린겨...

이혼을 할껀데 사실상 끝난 사이라서 말을 안했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부터는 사람을 완전히 속인거라서 조심하라고 말을 안할 수가 없더군요.
이녀석도 생각으로는 끝내야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만 되풀이 하고.

그러다가 사단이 났죠.
여자도 살림을 차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작은 셋방이라도 얻어야되는거 아니냐 자기 엄마가 아프다 좀 도와달라 등등으로 돈을 요구했고 이 녀석은 감당이 안되는 상황으로 가니 참고 또 참다가 헤어지자고 했답니다.
그러자.
임신을 했다면서 얘네 부모님 집으로 쳐들어간다고 난리 부르스를....
알고 보니 임신한 것도 거짓말이고 이 녀석이 착하고 거절 못하고 어리숙하니까 털어먹으려고 한거였죠.
얘도 이걸 판단 못한건 아니지만 자기 좋다고 하는 유일한 여자랑 헤어지기기 힘든거였고.

헤어지자고 하소연을 해도 그리 해주지 않으니 손목을 그었죠.
불행중 다행으로 일찍 조치되어서 살았죠.
주말에 손목에 붕대감은 채로 와서 그간의 씁쓸했던 이야기를 좀 하는데
제가 다 울컥하더군요.

세상 참 별별 나쁜년놈들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