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내려가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원래 8시 20분 기차가 있는데
자리가 꽉차서 9시5분 기차 타고 내려왔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11시 10분전이네요.

아침에 일어나 흰둥이,흰순이,밤톨이 개밥 주고, 자전거 타고 동네 관광단지 한바퀴 돌아와 준 다음에
씻고 나갔는데, 올라가는 기차도 왠일로 입석이더라는;;

12시32분에 도착해서 멍뭉이님 만나고 신조협께 포권을 하고 극장 들어가 자리에 앉았는데
살짝 졸리더군요. 환기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돌아보니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잔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멍뭉이님에게 기대어 정줄을 놓고 인간온풍기가 되어 있었는데 조용히 깨워주신 것 감사드리고요^^
신조형님은 증말 끝까지 낮은 신음소리를 연발하시면서 보시더군요.
제게는 처음 접하는 낯설은 작품이었는데 몰아일체로 빠지시는 듯 했습니다.

존카사베츠의 오프닝나이트라는 영화는 참신함을 넘어, 배우의 힘과 클리셰 같은 원초적인 도구로 풀어낸 작품이랄까요?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거 같지만,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주인공 머틀의 사고로인한 상실감, 늙어간다는 허무함으로 인한 주변인들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구애와 갈등은
이루 형용하기 어려웠네요^^

오늘 나오기전에 시사인에 실린 은교의 박범신 작가 이야기를 잠깐 봤는데, 늙어간다는 화두에 대한 자기성찰과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오프닝나이트와 공감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합니다.

암튼, 스탭롤이 올라가고 극장을 나와, 앙겔님 만나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식사후에 자리를 옮겨 디저트를 즐기는
그 순간까지도 네 사람은 시종일관 이야기의 꽃을 피우기를 멈추지 않았네요^^




마치 내면의 응어리를 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쉴새 없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공감대도 형성하고
일체감도 느낀 유쾌한 자리였습니다.

오늘 날씨도 좋았고 극장시설도 레트로 한 느낌이 매우 마음에 들었고, 만난 분들도 (늙어 가는 처지라서)그닥 부담이 없어서
몸은 피곤해도 어느정도 성공한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되고요.

다음번엔 제가 왕십리나 선릉역 메가박스 쪽에서 영화 번개를 추진할테니 오늘처럼 부담없이 만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 이번 디저트는 신조대협 양과형님께서 쏘셨으니 다음 번 디저트는 제가 쏘겠습니다.ㅋㅋ)

모두 수고 많으셨고요. 푹 쉬시고, 다음에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