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걸보고 '조화급수는 발산한다'는 말을 썼는데,

이 말을 '번역'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금 보태 봅니다.


사실 위 그림과 '조화급수는 발산한다'는 말은 별 관계 없을 겁니다만 어쨌든...


동전이나 카드나 기본 원리에서는 별 차이 없으니까, 앞으로는 그냥 '카드 쌓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이건데요,

'카드 여러 장을 쌓아올릴 때 위쪽의 카드를 얼마나 바깥으로 밀어낼 수 있을까?'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하자면,



지금 말하는 카드 쌓기는 위 같은 모양이 아니라 아래처럼 쌓아올리는 걸 말하는 겁니다.





여러 장(편의상 네 장만-_-)의 같은 크기 및 밀도를 갖는 카드가 아래 그림처럼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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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맨 위 카드를 바깥으로 얼마나 많이 밀어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카드 길이의 절반이겠지요? 딱 아래 그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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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전체 길이는 1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른쪽 삐져나온 부분의 길이는 1/2.)



이번에는 위에서 두번째 카드를 오른쪽으로 밀어내 봅니다. 탑을 무너뜨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른쪽으로 얼마나 더 밀어낼 수 있을까요?

그닥 어려운 질문은 아닙니다. 두 카드의 삐져나온 부분의 무게가 두 카드 무게 합의 절반을 넘지 않으면 안전할 테니까요.

삐져나가는 부분의 길이(겸 무게)를 x라 하면 아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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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x|                         |요기x|     1/2

두 카드가 전체로부터 삐져나온 부분의 길이의 합은 2x+(1/2)가 됩니다. 그 합이 두 카드 길이의 절반, 즉 1을 안 넘으면 되므로 삐져나올 수 있는 최대 길이는 2x+(1/2)=1, x=1/4가 되겠네요. 위의 그림이 그 실제 값과 일치합니다.


이번엔 위에서 세번째 카드를 밀어내 봅니다. 똑같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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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x|                        |요기x|

삐져나가는 부분의 총합은 3x+2(1/4)+1/2 = 3/2 여야  하므로 x=1/6.


카드가 엄청 많아도 똑같습니다.

약간의 눈치를 발휘하면 위에서 네번째 카드는 1/8만큼 밀어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다섯번째 카드는? 물론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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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째 카드는? 1/(2n).


자, 이제 똑같은 문제를 말만 좀 바꿔 봅시다.


위와 같이 카드를 바깥으로 밀어낼 때 맨 윗 장은 맨 바닥 카드로부터 얼마나 멀어지게 할 수 있는가?



위의 논의로 미루어볼 때 우리의 답은 1/2 + 1/4 + 1/6 + 1/8 + ... + 1/(2n) 일 겁니다. 다시 쓰면 1/2 (1+ 1/2 + 1/3 + 1/4 + ... +1/n).

여기서 괄호 안에 들어 있는 급수 1+ 1/2 + 1/3 + 1/4 + ... +1/n 를 조화급수harmonic series라 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역수가 등차수열인 수열'을 조화수열이라 한다고 배웠는데, 거기에 왜 '조화'라는 이름이 붙는지는 거의 배운 바 없을 터입니다만-_-

그 얘기는 지금의 주제가 아니니 넘어가고 조화수열의 합을 조화급수라 부른다는 정도로 이야기하고 넘어가지요.

문제는 조화수열의 부분합을 구하는 공식은 알려진 바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충분히 큰 n을 집어넣었을 때 저 값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가 과학자들이 꽤나 오랜 세월 궁금해했던 문제였는데요.

극한에서 배운 용어를 쓰자면 '수렴/발산' 여부가 궁금했다는 겁니다.

그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도구가 바로 미적분학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지요.

우리의 조화급수는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y=1/x 의 그래프를 그린 뒤 저렇게 직사각형을 만들면 그 넓이의 합이 정확하게 조화급수와 일치하게 됩니다.

결국 조화급수의 합은 y=1/x 그래프의 아래 쪽 영역의 넓이와 얼추 비슷할 것이다는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런데 미적분학이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결과가 뭔지 생각나시는지요? 바로,

그래프 아래쪽 영역의 넓이 (정적분)를 함수 y=1/x의 역미분 (부정적분)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미적분학의 기본정리 입니다.


인문계 출신은 여기서부터 OTL이 될 터인데, y=1/x 의 부정적분은 로그함수 (이 로그함수의 밑이 얼마인지는 문과생들에게는 크나큰 비밀입니다. 대략 2.7이라 해 둡니다) 라는 것이 이과에서 배우는 수학의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입니다.

로그함수의 그래프는 고등학교 때 배웠겠지만 밑이 1보다 크기만 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즉 발산하지요. 따라서 조화급수는 발산한다, 즉 1+ 1/2 + 1/3 + 1/4 + ... +1/n 은 n이 무한히 커짐에 따라 무한히 커진다 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지요. 1+ 1/2 + 1/3 + 1/4 + ... +1/n 이 100 정도 되게 만드려면 n을 얼마나 크게 잡아야 할 것인가?

이제는 간단해졌습니다. log_{2.7} n= 100 이 되면 됩니다. 대략 (2.7)^{100} 정도? 이게 얼마나 큰 수 인지 감을 잡기 위하여 (고등학교 때 배웠던) 밑을 10으로 하는 상용로그를 써 봅니다.

그러면 log_{10} (2.7)^{100} = 100 log_{10} 2.7= 43.13 정도가 나오네요 (log_{10} 3=0.4771 을 이용했어요).

즉, 원래 문제로 돌아와서,

카드 100장의 길이만큼 맨 위 카드를 바깥으로 밀어내려면

2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장 정도를 쌓아올리면 된다는 말씀.




Aㅏ, 이거 왜 썼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