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데킬라 두 잔 쯤은 거뜬해요."
늦가을 성기게 터트려진 석류같이 발간 볼을 한 채
달뜬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소란스런 바 한 귀퉁이
에서 그녀는 다시 몇 마디 감탄을 내 뱉었지만 때 마침
터져나온 주위의 환호성에 뭍혀버렸다.
싸구려 엠프의 피크 레벨이 천정을 치고 새된 비명이
질러질 때 그녀는 파도에 구르는 자갈같은 웃음을
토해냈다. 
"그런데 졸려요. 바보 같애"
잠시 담배에 불을 붙이다 돌아보니 어느새 탁자 위에
접어 모은 팔 위로 긴 머리가 드리워져있었다.
빈 잔에 다시 술을 한 잔 따르고 빠르게 목 안 쪽에
깊게 털어넣었다. 인스턴트 커피 알겡이를 혀 끝에
몇 알 붙여 머금고 얇게 썰어놓은 레몬 한조각을
베어 물었다. 통증같은 날카로움이 혀 양 끝을 선득
하게베고 지나간다. 그리고 담배 한 모금.
"이젠 술을 안마실래요."
그녀가 낮게 그르렁거리는 고래같은 한 숨을 토해내고
팔 속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갔다.
나는 담배를 한 입 물었다 두터운 빌로오드 처럼 무겁게 
드리운 머릿단 위로 가볍게 연기를 불어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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