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다고 시골내려와서 소 키운지 20개월정도 지났습니다.
제가 키우는 소는 육우인지라 한우보다 훠얼~씬 더 먹고, 더 많이 싸고 더 빨리 크고...
암튼, 이제 다덜 많이 컸네요.
그래서 요 며칠 첨으로 제가 키운 소들을 출하하고 있습니다.
출하..
그냥 쉬운말로 도축장으로 내보내는 거지요
잡아 먹을라구...ㅠㅠ

옛날에 초등학교 다닐때 국어시간이였나...?
엄마소랑 송아지랑 떨어지면서 엄마소도 송아지도 기르던 주인도 모두 눈물이...
그런 현장을 요 며칠 겪고 있습니다.
기분이 좀 묘하더라구요.
시원 섭섭하기도 하구...
"아... 저 넘 그렇게 속 쌔기더니 그래도 잘 커서 출하가 되는구나..."
첨엔 그랬습니다.
그러다 몇 번씩 하다보니 이젠 무덤덤하고 또 피곤하기도 하고...
(출하 작업을 보통 새벽 3시~5시 사이에 합니다.)

그런데 첫 출하하던날 딸아이가 그 새벽에 일어나 버렸네요.
눈 비비고 일어나서 총총 걸어오더니
"아빠~ 울 집 소들 다 어디가냐구...?"
"어.. 죽으러"
"머!!!!!!!!!!!!!!!!"
"으앙~~~~~"
.
.
.
.
.
.
아놔...
좀 돌려서 말할껄... 죽으러는 모냐...!하며 자책해도 넘 늦어버렸네요.
으찌나 울어버리던지, 딸아이도 울고, 소도 울고, 운전하시는 기사님도 울고, 저도 울고...

앞으로 어쩌면 좋을까 생각중에,
"음... 소율아 소들이 너무 커버려서 다른 집으로 이사가는 거야..."라고 했습니다.
"어! 그래? 너무 커서 이사가는 거야? 죽는거 아니야?"라고 몇번씩 물어보네요.ㅋㅋ

그러더니 자기도 크면 이사가자구...ㅠㅠ

미운 다섯살 딸아이가 사춘기를 겪는지 요즘 장난이 아닙니다.
말로는 도저히 이길수가...ㅠㅠ

이틀후에 또 소들이 이사갑니다.
울 집 소들 다 이사보네면 아빠 힘들지 않을테니까 미국가자고 하는데 으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ㅎㅎ ^^

더운 날 낮술 한잔 하고 끄적거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