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0순위의 저력은 무서웠다.

 울산 모비스 피버스(이하 모비스)는 25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1라운드 원주 동부 프로미(이하 동부)와의 경기에서 고비 때마다 정확한 슛을 선보인 양동근(19득점)의 활약을 앞세워 74-70으로 승리 했다. 이 날 승리로 시즌 4승째를 챙긴 모비스는 서울 삼성 썬더스(3승 2패)를 제치고 단독 4위로 뛰어 올랐다.

 이 날 경기 전까지 1승 4패(평균 81.3실점)에 그치며 동네북으로 전락한 동부는 모비스를 상대로 이번 시즌 들어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선전했다. 하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공격을 풀어 줄수 있는 에이스의 부재가 크게 부각 되면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동부는 3연패에 빠졌고 이 날 패한 KCC와 함께 1승 5패를 기록 하며 공동 9위로 내려 앉았다.

정확한 슛으로 동부의 드롭 존을 격파한 모비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팽팽 했다. 모비스는 동부가 경기 시작과 함께 들고 나온 드롭 존을 상대로 양동근과 천대현이 각각 3점슛과 중거리 슛을 깨끗하게 성공 시켰다. 동부 역시 부상에서 복귀 한 박지현이 주도하는 얼리 오펜스로 이승준의 자유투 2득점과 최윤호의 3점슛을 만들어 냈다.

 먼저 치고 나간건 모비스 였다. 양동근과 함지훈은 동부의 드롭 존을 무너 뜨리는 3점슛과 중거리 슛을 나란히 성공 시켰다. 문태영도 골밑 슛과 속공 가담을 통해 4점을 올렸다. 모비스가 9점을 넣는 동안 동부는 빅터 토마스의 골밑 슛으로 2점을 넣는데 그쳤다.

 모비스에 14-7로 끌려가던 1쿼터 3분 15초 경 동부는 드롭 존에서 김주성이 함지훈, 토마스가 문태영을 막는 대인 방어로 수비를 바꿨다. 수비 변화로 모비스의 공격을 잘 막은 동부는 김주성의 중거리 슛과 토마스의 속공 마무리, 투맨 게임을 통한 박지현의 3점슛으로 2점차까지 추격 했다.

 16-14로 추격 당한 모비스는 전력을 재 정비 하며 반격에 나섰고 그 시작은 수비 였다. 짜임새 있는 수비를 펼치며 동부의 턴오버를 많이 유도해 냈다. 수비의 성공은 공격으로 이어졌다. 양동근의 중거리 슛과 아말 맥카스킬의 훅슛으로 예열된 모비스의 공격은 함지훈이 중거리 슛과 룸 서비스, 골밑 돌파를 연속으로 성공 시키며 그 파괴력이 극에 달했다.

 동부는 모비스의 강화 된 수비를 맞아 김주성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공격으로 맞섰지만 결과적으로 실패 였다. 김주성은 골밑으로 들어가는 이승준, 토마스에게 좋은 룸 서비스를 넣어 줬지만 턴오버도 3개나 범했다. 1쿼터 동부가 범한 턴오버(6개)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많았다.

 이렇게 진행된 1쿼터는 29-18로 모비스가 앞선 채 끝났다. 경기 시작과 함께 드롭 존을 들고 나온 동부의 작전은 완전히 실패 했다.

매치업 존으로 반격에 나서는 동부

 2쿼터에 동부의 수비는 매치업 존으로 바꼈다. 앞선에 2명, 뒷선이 3명이 위치 한걸 기본으로 자기 구역에 들어 온 공격수를 대인 마크 하며 상-하로 이동하는 동부의 매치 업 존에 모비스는 크게 고전 했다. 함지훈의 룸 서비스를 받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골밑 득점을 제외한 몇차례의 공격이 모두 무위로 끝났다. 그 사이 동부는 김주성이 토마스의 내,외곽 찬스를 봐줬고 최윤호가 자유투를 넣으며 2쿼터 3분 35초 경에 31-24 까지 추격 했다.

 하지만 동부는 이런 좋은 분위기를 스스로 깨버렸다. 김주성과 토마스가 연속으로 턴오버를 범한 것이다. 동부의 분위기가 냉각된 틈을 모비스는 놓치지 않았다. 함지훈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룸 서비스로 포문을 연 모비스는 연속으로 5득점을 올린 임상욱의 활약을 앞세워 2쿼터 6분 38초 경에 38-24, 14점차로 달아났다.

 자칫 모비스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흐를 뻔한 경기를 다시 팽팽한 대결로 이끈 건 동부의 진경석이었다. 2쿼터 중반 교체 투입된 진경석은 자유투와 3점슛 으로 연속 5득점을 올렸고 빅맨과의 투맨 게임을 통해 환상적인 훅슛도 성공 시켰다. 김주성과 이승준의 중거리 슛 득점을 이끌어 낸 도움도 돋보였다.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동부는 매치업 존의 성공과 진경석의 활약을 앞세워 40-35까지 추격 한채 전반전을 마감 했다.

박빙 승부가 펼쳐진 3쿼터
 
 3쿼터에 먼저 득점을 올린건 모비스 였다. 천대현은 동부의 매치업 존을 뚫고 3점슛을 성공 시켰다. 하지만 그 후 모비스의 공격이 연이어 실패 하는 동안 동부는 박지현, 김주성, 이승준의 연속 득점을 앞세워 43-41 2점차까지 추격했다. 동부의 거센 추격을 받은 모비스는 함지훈의 자유투 득점과 문태영의 골밑 득점으로 6점차로 달아나며 한숨을 돌리는듯 했다. 하지만 그 후 동부는 김주성의 자유투, 이승준의 패스를 받은 토마스의 앨리웁으로 다시 추격했고 3쿼터 4분 56초 경에 이승준의 3점슛이 들어가며 49-47로 역전 시켰다.

 그 이후 서로 역전을 주고 받는 살 얼음판 승부가 펼쳐졌다. 모비스가 양동근의 3점슛으로 다시 리드를 잡자 동부는 김주성의 자유투 득점으로 다시 앞서 나갔다. 모비스가 맥카스킬의 훅슛과 양동근의 속공 마무리로 다시 달아나자 동부는 진경석의 3점슛과 김주성의 골밑슛으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렇게 진행된 3쿼터는 56-56 동점으로 마감 되었다. 동부는 3쿼터에만 6개의 스틸을 기록 하는 강력한 수비를 앞세워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 하였다.

뒷심이 강한 모비스

 4쿼터에 먼저 힘을 낸건 모비스 였다. 문태영의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연 모비스는 김주성의 자책골 과 맥카스킬의 도움을 받은 양동근의 3점슛, 문태영의 중거리 슛으로 차곡 차곡 점수를 쌓았다. 반면 동부는 이승준이 토마스의 킥아웃을 받아 3점슛을 성공 시켰을 뿐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비스는 67-61로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동부도 그냥 무너지지는 않았다. 2년차 가드 김현호는 이승준을 봐주는 룸 서비스 패스를 넣어줬고 중거리 슛을 성공 시켰다. 시간에 쫓겨 던진게 림으로 빨려 들어간 행운의 슛이었다. 그 사이 모비스가 올린 점수는 문태영이 넣은 자유투 1점 뿐. 동부는 김주성이 포스트 업에 이은 A패스를 토마스에게 넣어주며 경기 종료 2분 2초전 68-67, 1점차까지 추격 했다.

 경기 막판 1점차 박빙 승부에서 양 팀은 김현호와 문태영이 나란히 슛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경기 종료 53초 전 토마스는 문태영을 데리고 포스트 업을 하는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 냈다. 자유투 2개가 주어진 상황. 절호의 역전 찬스 였지만 토마스의 자유투가 하나만 들어 갔다. 68-68로 승부의 추는 맞췄지만 역전 찬스를 놓쳤기에 동부로서는 분명 아쉬운 장면 이었다.

 그 아쉬움이 훨씬 커지는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 34초전 터진 맥카스킬의 중거리 슛으로 모비스는 70-68로 앞서 나갔다. 작전 타임을 요청한 동부는 이승준과의 투맨 게임을 통해 최윤호의 슛을 보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작전에 맞게 이승준은 정확히 스크린을 했고 최윤호는 슛 찬스를 잡았지만 급하게 던진 슛은 림을 외면 했다. 이 후 동부는 파울 작전을 펼쳤지만 기울어진 승부를 다시 되돌릴 순 없었다.

시작과 마무리가 좋은 모비스
 
 모비스는 동부가 경기 시작과 함께 들고 나온 드롭 존을 정확한 중장거리 슛으로 완벽하게 격파했다. 박빙 승부가 펼쳐진 4쿼터에는 놀라운 집중력과 승부욕을 보여주며 승리를 지켜 냈다. 경기 시작 후 5분과 경기 종료 전 5분의 경기력이 매우 뛰어 났다. 이것이 바로 우승 후보의 진면목이다.

 동부가 2쿼터 들고 나온 매치업 존에 고전했던 양동근 과 함지훈은 3쿼터 이후 완전히 살아 났다. 2,3쿼터에 극도로 부진했던 문태영도 박빙 승부가 펼쳐진 4쿼터에 9득점을 몰아 넣었다. 순간 부진 하더라도 경기 내에 자기 페이스를 충분히 되 찾을수 있는 뛰어난 선수들이다. 해결사를 셋이나 보유한 모비스는 4쿼터에 강했다.

동부의 살아난 경기력

 경기 시작과 함께 드롭 존을 펼친 동부의 작전은 완전히 실패 했다. 물론 김주성이 앞선 중앙에 위치한 드롭 존의 완성도는 괜찮았다. 큰 구멍도 노출 되지 않았다. 수비를 못했다기 보다는 모비스의 슛감이 너무 좋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1쿼터에 무려 29점을 내줬다. 결과적으로 수비 실패 이다.

 그 후 동부의 경기력은 살아났다. 이번 시즌 유일하게 승리한 KCC 전보다 더 짜임새 있고 훌륭했다. 그 시작은 물론 수비 였다. 동부가 보여준 매치업 존은 굉장히 강력했다. 2쿼터 이후 내준 점수는 45점에 불과 했다. 수비의 팀으로 다시 돌아 갈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지현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운동량이 적기 때문에 체력에서 문제를 드러냈지만 그가 보여준 안정적인 리딩은 김현호, 김영수, 이동건 등 팀 내 다른 가드 들에게는 기대 할수 없는 부분이다. 투맨 게임을 통해 반대편의 찬스를 봐주는 동부 특유의 외곽 공격이 살아 났고 김주성-이승준-토마스 간의 페인트 존에서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도 빛났다. 박지현의 안정적인 공 배급 덕분이다.

 박지현 효과는 수비에서도 나타났다. 1쿼터에는 금방 지치면서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 했지만 2쿼터 이후 좋은 수비력을 선보였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끈끈한 대인 방어와 뛰어난 전술 이해도, 순발력으로 동부 매치업 존의 한 축을 굳건히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