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의 복귀는 화려했다.

 고양 오리온스(이하 오리온스)는 3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이하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전태풍(7득점 11도움)의 절묘한 공격 조율과 턴오버를 19개나 유발 시킨 지능적인 수비에 힘입어 66-62로 이겼다. 이번 시즌 첫 출전한 오리온스의 외국인선수 테렌스 레더는 14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뤘다. 기분 좋은 3연승 질주와 함께 시즌 6승째(3패)를 따낸 오리온스는 모비스를 제치고 단독 4위로 뛰어 올랐다.

◆1쿼터를 지배한 '김시래 효과'

 1쿼터 초반 양팀 모두 공격이 답답했다. 양팀은 각각 김동욱과 문태영의 점프슛으로 첫 득점을 올렸지만 그 후 한동안 야투성공률이 떨어졌다. 오리온스는 오랜만에 출전한 레더의 슛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모비스는 천대현의 슛이 연거푸 림을 외면했다.

 모비스는 답답한 공격을 개선 시키기 위해 루키 포인트가드 김시래를 투입했다. '김시래 효과'는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 먼저 나타났다. 전태풍은 자신을 막는 김시래를 상대로 쉽게 돌파를 성공 시키며 득점과 도움을 연속으로 기록 했다. 하지만 김시래는 공격에서 연속으로 3점슛을 성공시키며 바로 수비의 실수를 만회했다. 여기에 함지훈의 돌파에 의한 득점까지 더해지면서 모비스는 1쿼터를 16-8로 앞선채 마감했다.

◆오리온스의 수비 변화

 2쿼터에 오리온스는 반격에 나섰고 그 중심에는 리온 윌리엄스가 있었다. 레더 대신 투입된 윌리엄스는 1대1 공격과 속공 가담, 투맨 게임 등을 통해 연속으로 8득점을 올리는 놀라운 결정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비스도 문태영의 중거리 슛, 양동근의 3점슛이 성공 되었고 함지훈의 피딩에 의한 문태영의 득점까지 나오면서 점수차는 줄어 들지 않았다. 오리온스의 공격은 김동욱, 전태풍이 주도하는 투맨 게임 빈도가 높았고 모비스는 공을 골밑에 투입 해서 도움 수비를 유발 시킨 후 외곽슛 찬스를 보는 공격을 펼쳤다.

 16-23으로 끌려가던 오리온스는 수비를 강화하며 전력을 재정비했다. 함지훈이 페인트 존으로 침투하는 순간 윌리엄스가 막으러 가는 오리온스의 수비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함지훈으로 부터 나오는 패스를 스틸 하는등 연속으로 수비를 성공시킨 오리온스는 김동욱의 3점슛과 속공, 전태풍과 윌리엄스의 투맨 게임을 통해 점수를 쌓았다. 하지만 모비스도 함지훈의 골밑 득점과 아말 맥카스킬의 속공 덩크슛으로 맞서며 쉽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리온스의 수비는 23-28로 끌려가던 2쿼터 7분 10초 이후 더 강화 되었다. 함지훈의 페인트 존 침투와 패스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오리온스의 수비에 밀리며 모비스는 연속으로 턴오버를 범했다. 특히 문태영의 중거리 슛을 보는 공격이 완전히 막혔다. 오리온스는 자유투 와 전태풍의 1대1에 의한 득점을 앞세워 27-30, 3점차까지 추격하며 전반전을 마감했다.

◆전태풍의 포스트업과 레더의 중거리 슛

 3쿼터 시작과 함께 레더를 다시 투입한 오리온스는 공격에 변화를 줬다. 김시래가 수비하는 전태풍이 계속 포스트업을 시도한 것이다. 반면 1쿼터에 무리한 골밑 공격을 펼쳤던 레더는 하이포스트에 위치 시켰다.

 이 작전은 대 성공이었다. 모비스는 김시래가 혼자서 전태풍의 포스트업을 감당하지 못하자 도움 수비를 펼쳤고 전태풍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료들의 오픈 찬스를 봐줬다. 레더는 이런 패스를 받아서 연속으로 중거리 슛을 성공 시켰고 김동욱의 3점슛도 터졌다.

 수비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잘된건 아니다. 3쿼터 시작과 함께 함지훈에게 1대1 돌파에 의해 연속으로 실점했다. 하지만 그 후 확실한 수비를 해냈다. 함지훈이 페인트 존으로 치고 들어오면 레더가 바로 도움 수비를 갔다. 투맨 게임을 통한 함지훈의 롤다운을 길목 선점으로 막아 내기도 했다.  페인트 존에 위치한 함지훈으로 부터 파생되는 모비스의 공격을 잘 막아낸 것이다.

 3쿼터 5분 30초에 40-38로 역전에 성공한 오리온스는 3분 후에 레더의 패스를 받은 김승원이 중거리 슛을 성공 시키며 47-40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연속 득점을 앞세운 모비스에 추격 당하며 49-46, 3점을 앞선채 3쿼터를 마감했다.

◆모비스의 빛바랜 추격

 4쿼터에 모비스는 공격에 조금 변화를 줬다. 함지훈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건 변함이 없다. 대신 김승원을 상대로 1대1 을 시도했던 1~3쿼터와 달리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미스 매치를 만든 후 함지훈이 공격을 시도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함지훈은 오리온스의 단신 선수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하며 파울을 얻어냈고 도움 수비가 오면 라틀리프의 찬스를 봐줬다.

 하지만 변화된 모비스 공격 보다는 오리온스의 수비가 더 강했다. 모비스의 턴오버를 계속 유발 시켰고 그걸 속공으로 연결했다. 스틸에 이은 속공으로 연속 7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전태풍이 투맨 게임을 통해 골밑에 있던 레더에게 도움을 배달하며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58-50, 8점차까지 앞서갔다.
 
 모비스도 그냥 무너지진 않았다. 문태영이 자유투와 팁인으로 연속 3득점을 올렸다. 또 미스매치를 만든 후 시도하는 함지훈의 포스트업으로 라틀리프의 3점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모비스는 경기 종료 2분 18초전 56-60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바로 전태풍과 레더의 투맨 게임을 통해 김동욱의 3점슛을 만들어 내며 7점차로 달아났다. 모비스는 라틀리프가 연거푸 자유투를 얻어내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지만 4개중 단 1개만 들어가면서 경기를 그대로 내주고 말았다.

◆추일승 감독의 환상적인 용병술

 오리온스는 함지훈으로 부터 파생되는 모비스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어깨 탈골로 결장한 최진수 대신 나온 김승원은 파울 아웃 없이 36분 이나 함지훈을 막아줬다. 함지훈이 페인트 존에 침투 하면 가동 되는 도움 수비도 매우 좋았다. 함지훈이 공을 잡고 들어오는건 물론이고 스크린 이후의 롤다운도 미리 자리를 선점해서 잘 막았다. 그가 페인트 존에 침투했을 경우 그로부터 나가는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로테이션도 너무 훌륭했다. 특히 문태영에게 중거리 슛 찬스를 안주는 수비가 잘 통했다.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나온 레더는 1쿼터에 다소 무리한 공격을 반복 했다. 출발이 늦었기에 뭔가를 빨리 보여줘야 된다는 조급한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3쿼터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골밑이 아닌 하이포스트에 위치하며 로포스트의 전태풍으로 부터 나오는 패스를 받아 중거리 슛을 던졌다. 첫 득점에 성공하며 안정을 되찾은 레더는 계속해서 중거리 슛을 성공 시켰다. 레더는 1쿼터에 모든 야투를 놓쳤지만 후반전에는 11번의 야투 시도 중 7번을 넣는 놀라운 적중률을 기록했다.

 자신감과 여유를 되찾은 레더는 그 후 기대하지 않았던 플레이도 선보였다. 포스트업을 하며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으로 베이스 라인을 파고 든후 도움 수비가 오면 무리 하지 않고 외곽의 동료들에게 공을 빼준 것이다. 레더의 피딩은 지난 시즌 모비스를 거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몸상태가 100%가 아닌 복귀전에서 이런 여유있는 플레이를 기대한 이는 많지 않다. 선수의 기를 살리는 감독의 환상적인 용병술이 빛났다.

◆함지훈을 고집한 부작용

 반면 모비스는 함지훈에게 공격을 많이 시켰다. 물론 그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오리온스의 최진수가 없기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상대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노리는건  분명 현명한 방법이다. 성과도 있었다. 공을 오래 소유한 함지훈은 이번 시즌 개인 최다인 9개의 도움을 기록 했다.

 하지만 너무 이걸 노골적으로 의식했기에 공격 루트가 단순해졌고 부작용이 발생했다. 많은 턴오버를 범한 것이다. 함지훈이 3개를 범하는 등 '함지훈으로 부터 파생되는 공격'을 펼치는 과정에서 무수한 턴오버가 나왔다. 모비스는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많은 19개의 턴오버를 기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