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습니다. 2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으니 사랑을 받고 컸을 것 같은데 심부름 셔틀로 살았습니다.
사업 때문에 저에게 무관심한 부모님, 나이차가 많이 나는 누나들, 너무 잘난 형. 커가는 동안 '사랑한다'와 '잘한다'라는 말을 한번도 못듣고 자랐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아도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칭찬을 해주지 않을게 뻔하니까요.

세상은 나에게 무관심했고, 나도 세상에 흥미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우울증이 지나쳐서 자살까지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버텨나간게 책과 영화 그리고 음악 때문이었습니다.

말없고 시큰둥한 아이, 그 또래 아이들이 읽는 것이 아닌 책을 들고 다니는 아이, 소극장에서 죽치고 앉아 몇번이나 영화를 보는 아이.
어느날 야간자습을 잘라먹고 음악 감상실에 죽치고 앉아 있는데 DJ가 조르쥬 무스타키의 <나의 고독>을 들려주며 가사 내용을 읽어줬습니다.
'언젠가부터 내 곁에는 고독이 있었다.. 나는 외롭지 않아 고독이 함께 있으니까'
그 가사가 좋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바람부는 언덕을 혼자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친하게 지내는 영화평론가와 술을 마실 일이 있었습니다.
저 나이인데도 아직 노처녀로 지내는 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왜 여태 결혼 안했나요?, 좋아할 사람이 없던가요?'
'있었죠. 10년이나 넘게 사랑했는걸요. 제가 남들처럼 사람을 챙겨주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 남자가 무척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헤어졌지요'
'외롭지 않아요?'
'결혼하면 외로움은 사라지던가요? 그냥 버텨나가야죠'

외로움은 인간이 타고난 팔자인가 봅니다. 사랑을 해도 외롭습니다.
술자리에서 들은 우스게 소리지만 '그룹 섹스를 해도 외로울 거'라는 말도 있더군요.


외로움이 들때 사람을 만나지 마세요. 자신이 더 처량해 보일 수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품어줄 수 있을만큼 넉넉해질 때 사람을 만나세요.

외로움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혼자서 산책하고 책을 읽고, 음악회와 영화관에 가보고, 여행을 해보세요.
곁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느끼지 못하는 충만함을 느끼게 됩니다.

외롭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입니다.



- 오전에 시간이 남아서 그냥 긁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