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파크

지난 번에 올렸던 마태수난곡에 이어지는 '바흐의 후예들'이 연주한 녹음 신보입니다.

음악가로서 바흐 생애의 절반 이상을 함께 했던 도시 라이프치히,

그곳에서 바흐의 직장이었던 토마스 교회,

그 교회의 부속 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바흐에게서 직접 지도받던 학생들로 이루어진 합창단이 이번 판의 주인공입니다.

토마스 교회에 대한 소개는 지난 번에 간단히 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20세기 중반 이후로 이 합창단은 당대 합창 지휘의 권위자들과 함께 (그 정도 대가로 인정받는 이가 아니면 이 자리를 얻지 못할 겁니다) 바흐의 유산을 녹음해왔고

21세기인 지금에도 그 전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마침 토마스 교회 건립 800주년이 되었기도 하여,

교회력의 주요 축일을 위한 칸타타 모음 (10장) 기획으로 나오게 되는데, 아직 완성은 안 되었지만 모두 올해 나온 음반이니 이 기회에 '신보'로 한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아울러 바흐 음악의 진정한 '샘Bach'이라 해도 좋은 칸타타 소개도 조금씩...

기독교 교회력의 시작은 성탄 4주 전 일요일인 대림절Advent로 시작합니다.

아기 예수의 강림을 기다리는 기도의 성격과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기간이지요.

그러고보니 올해 2012년의 경우 어제 (12/2)로 대림절 첫 주간이 시작되었네요.

그런 이유로 많은 지휘자들이 칸타타 시리즈를 녹음할 때 대림절 칸타타를 그 출발점으로 삼게 됩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보면 카를 리히터도, 프리츠 베르너도 그랬고, 이 시리즈를 맡은 토마스교회의 칸토르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도 그랬지요.

대림절은 성탄절 4주일 전부터 시작하여 성탄절 직전까지 총 4주 정도의 기간을 말하는데 바흐가 근무하던 당시 라이프치히에선 첫 주에만 칸타타를 연주하고 나머지 3주간은 이를 금지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합니다. 하여, 바흐의 대림절 칸타타라 하면 첫 주를 위한 세 곡 (BWV 61,62,36)과 젊은 시절, 즉 바이마르에서 써먹었던 몇 곡이 전부인데 바이마르 시절 작품은 라이프치히에선 쓸 일이 없었기에 다른 용도로 패러디되거나 잊혀지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이 판에 실린 건 모두 대림절 첫 주를 위한 작품입니다. 세 곡 모두 16세기에 나온 루터파 코랄 '이제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시여Nun komm, der Heiden Heiland'를 기본 뼈대로 하고 있지요.

가장 먼저 쓴 곡 BWV 61은 바이마르에서 쓴 것으로 세 작품 중 가장 높은 유명세를 자랑합니다. 조금만 들어보아도 그 아름다움, 경건함에 빠지지 않을 수 없지요. 그래서일까요, 바흐는 라이프치히 부임 첫 해인 1723년 대림절 주간에는 새 곡을 쓰지 않고 이 곡을 재탕 연주했답니다. 실제로는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였겠지만요.ㅎㅎㅎ

첫 곡은 유명한 도입합창 '이제 오소서...'입니다. 소년들의 티없이 경건한 목소리 VS 톱니바퀴 같은 정교한 성인합창으로 비교해 들어보시지요. 이런 즐거워야 하는 곡에는 확실히 일가견이 있는 존 엘리엇 가디너의 연주를 곁들입니다.

Johann Sebastian Bach

BWV 61

1. (합창) 이제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시여 Nun komm, der Heiden Heiland

Nun komm, der Heiden Heiland,
Der Jungfrauen Kind erkannt,

Des sich wundert alle Welt,

Gott solch Geburt ihm bestellt.

곁들인 곡은 역시 즐겁게 기도하는 듯한 테너의 독창.

이번 시리즈에서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성인 연주자들이 나선 테너/베이스인데, 토마스 합창단 출신 프로를 기용하다보니,

역사상 손꼽히는 명가수인 페터 슈라이어 같은 대가의 녹음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중량감이...

3. (테너) 오소서 예수여, 당신의 교회로 Komm Jesu komm zu deine Kirche

Christoph Genz Peter Schreier

Komm, Jesu, komm zu deiner Kirche

Und gib ein selig neues Jahr!
Befordre deines Namens Ehre,

Erhalte die gesunde Lehre

Und segne Kanzel und Altar.

두번째 곡인 BWV 62는 라이프치히 2년차, 즉 1724-1725년 대림절을 위한 곡입니다. 라이프치히 2년차 칸타타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코랄칸타타'라고 하는 바흐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쓰인 작품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대략

[루터파 코랄의 정선율을 (주로 소프라노가) 기본으로 깔고 다른 성부 및 관현악 반주는 이를 대위법적으로 교묘하게 꾸며주는 합창곡]을 첫 곡에 깔고 레치타티브-아리아 등을 가운데 배치한 뒤 마지막은 짤막하고 단순한 4성 코랄 합창으로 마무리하는 구조의 곡을 말합니다.

첫 합창곡 '이제 오소서...'와 위 곡 BWV 61의 첫 곡이 같은 선율을 어떻게 다르게 꾸며주고 있는지 비교해보시면 좋겠네요. 이 역시 비교 감상은 가디너의 판과 함께.

BWV 62

1. 합창 - 이제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시여 Nun komm, der Heiden Heiland

(지휘) Georg Christoph Biller John Eliot Gardiner

Nun komm, der Heiden Heiland,
Der Jungfrauen Kind erkannt,

Des sich wundert alle Welt,

Gott solch Geburt ihm bestellt.

여기서도 베이스 아리아 하나 곁들입니다. 왼쪽의 베이스는 토마스 교회 출신.

4. (베이스) 싸워 승리하소서, 강건한 영웅이여! Streite, siege, starker Held!

Daniel Ochoa Peter Kooy

Streite, siege, starker Held!

Sei vor uns im Fleische kraftig!

Sei geschaftig,

Das Vermogen in uns Schwachen

Stark zu machen.

세번째 곡은 바흐가 총 다섯 사이클, 즉 5년 정도분의 칸타타 작업을 마쳐놓고 좀 쉬고 있다고 추청되던 무렵인 1731년에 나온 것으로 그의 칸타타 중 후반기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꼭 언급해야 하는 건 아마도... 그 유명한 '눈 뜨라 부르는 소리 있도다'로 잘 알려진 BWV 140이 이 작품과 일주일 차이를 두고 태어난 쌍둥이라는 사실일 겁니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이의 코랄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기도 하고요.

다른 점은 BWV 140이 라이프치히 2년차의 코랄칸타타 시리즈 중 못다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목적으로 코랄칸타타의 형식을 띠고 있는 반면, 이 작품은 그런 것 없이 자유롭게 쓰였다는 정도.

여기서도 위 두 곡에서 등장했던 것과 동일한 코랄을 올립니다.

보이 알토를 맡은, 이제는 카운터테너로 정식 데뷔한 왼쪽의 청년이 현재 만 20세라는데... 믿어지시는지?ㅋ

BWV 36

2. (소프라노+알토) 이제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시여 Nun komm, der Heiden Heiland

Stefan Kahle Sytse Buwal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