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신보 - 요한수난곡
고음악 연주의 대가 시히스발트 카위컨 선생 및 그 일당(La Petite Bande)이 연주하는 바흐의 요한 수난곡(정확히는 '요한복음서에 의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입니다. 대략 11월쯤 출시되었지요.
1987년 이후 15년만에 이루어진 이들 일당의 두번째 녹음인데 첫 녹음 당시에도 다른 연주에 비해 소규모 연주였지만, 이제는 아예 '한 성부 당 한 명'이라는 조슈아 리프킨의 학설을 인용한 연주를 택했습니다. 아마도 이게 두번째로 녹음을 시도한 이유겠지요.
리프킨의 이론에 따른 연주로 바흐의 주요 성악곡 세트를 만들고자 하는 게 이들의 목표인 것 같은데, 2012년 현재
1. 교회력의 주기에 따른 칸타타 1년 분. 총 20장 목표 중 15장이 나왔습니다.
2. 모테트. 역시 두번째 녹음이 리프킨 설을 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바흐의 작품인지 의심스러운 한 곡을 제외.
3. b단조 미사.
4. 마태수난곡.
5. 요한수난곡.
이제 대장정의 완성까지는 5장 정도의 칸타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 어쩌면 마니피카트를 재녹음하는 정도 남은 것 같네요. 이들의 건투를 빕니다.
'요한수난곡'은 바흐작품목록에 들어 있는 4대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에 의한 수난곡 중 가장 먼저 태어난 작품으로 라이프치히 1년차인 1724년 성 금요일에 초연했고, 2년차인 1725년 성 금요일에 재연을 비롯,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오늘날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양음악 사상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마태수난곡에 살짝 가리는 감은 있지만 바흐의 양대 수난곡으로 칭송받는 작품이지요. 마태수난곡에서 드라마틱함이 조금 빼면서 서정적인 면을 좀더 부각시켰다고나 할까요. 아, 시기적으로 마태수난곡이 더 뒤이니 반대로 이야기하는 게 옳습니다만 작품번호 순서가 반대라 저렇게 표현하게 되었다능-_-;;;;
수난곡의 진정한 묘미는 복음사가(테너)와 예수(베이스)의 목소리 감상이지만 그건 실제 음반을 구입해서 들어보심이 더 좋겠고,
여기서는 맨 첫, 그리고 맨 마지막 합창과 각 성부 별 아리아 한 곡씩만 맛뵈기로 올려볼까 합니다.
도입합창은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대규모 합창으로 웅장하게 노래했을 텐데, 요즘의 트렌드는 그렇지 않지요?
1성부 1명의 극단적인 소규모와 1성부당 2-3명의 소규모 연주를 같이 올렸으니 비교해서 들어보시길.
Johann Sebastian Bach
요한 수난곡 Johannes-Passion BWV 245
1. (합창) 주여, 우리의 주여 Herr, unser Herrscher
Herr, unser Herrscher, dessen Ruhm
In allen Landen herrlich ist!
Zeig uns durch deine Passion,
Dass du, der wahre Gottessohn,
Zu aller Zeit,
Auch in der großten Niedrigkeit,
Verherrlicht worden bist!
주여, 우리의 주여,
주님의 영광은 온 지상에 가득합니다.
당신의 수난으로
하느님의 아들, 당신께서
낮은 곳에 임하시어
영원토록 영광받으심을
보여 주소서.
극적인 구조를 가진 이 작품의 진행 양식은 바흐가 바이마르 후반기부터 그랬듯 이탈리아 오페라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단지 가수들의 연기가 없을 뿐이지요. 그런 점에서 수난곡은 오라토리오로 분류되기도 하는 것이고.
수난곡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건 복음사가의 서창(레치타티브)이고,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각 성부를 맡은 가수들이 아리아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아래 테너의 아리아는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한 직후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마태수난곡에서 같은 장면을 노래하는 아리아 'Erbarme dich'의 감동에 비하긴 어렵겠지만...
오른쪽 노래가 담긴 음반, 스즈키 마사아키의 녹음은 제 견해로는 '일본인이 몸통이 되어 연주한 것 중 최고의 바흐 녹음'입니다. 부럽기만 할 따름... 쩝.
19. (테너) 오, 나의 영혼이여 Ach, mein Sinn
Christoph Genz 桜田まこと
Ach, mein Sinn,
Wo willt du endlich hin,
Wo soll ich mich erquicken?
Bleib ich hier,
Oder wunsch ich mir
Berg und Hugel auf den Rucken?
Bei der Welt ist gar kein Rat,
Und im Herzen
Stehn die Schmerzen
Meiner Missetat,
Weil der Knecht den Herrn verleugnet hat.
오, 나의 영혼이여.
그대의 뜻은 무엇인가요?
어디서 속죄받을 수 있겠나요?
등 너머의 언덕을 떠날까요,
아니면 머물러야 하나요?
지상에선 더 이상
도움을 발견할 수 없고
내 마음 속엔 혐오스런 사악의
쓰라린 고통만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의 종이 당신을 배반했기 때문이지요.
이어지는 곡은 빌라도가 유대인들의 등쌀에 못 이겨 예수를 처형할 것을 판결한 직후 나오는 베이스 아리아. 제가 요한수난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리아.
그러고보니 이 아리아는 1724년 성 금요일에 요한수난곡이 초연되고 난지 약 11주후인 삼위일체절 후 3주일째에 초연된 칸타타 BWV 135와 여러 모로 비슷한 느낌을 주네요.
번개치는 듯한 현악의 움직임도 그렇고, 베이스 독창의 시작 가사도 비슷하고. 물론 제 느낌일 뿐이지만 한번 비교해 보시길.
48. (베이스) 서둘러라, 그대 고통받는 영혼들아 Eilt, ihr angefochtnen Seelen
+
칸타타 BWV 135 中
5, 굴복하라, 너희 모든 악인들아 Weicht, all ihr Ubeltater
Jens Hamann 浦野智行 Dietrich Fischer-Dieskau
Eilt, ihr angefochtnen Seelen,
Geht aus euren Marterhohlen,
Eilt - Wohin? - nach Golgatha!
Nehmet an des Glaubens Flugel,
Flieht - Wohin? - zum Kreuzeshugel,
Eure Wohlfahrt bluht allda!
서둘러라, 고통받은 영혼들아.
그대의 어두운 마음을 떨쳐 버리고
서둘러 골고다로 가자.
신앙의 날개를 달고
십자가 서 있는 언덕으로 날아가자.
그곳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네.
-----------------------------
Weicht, all ihr Ubeltater,
Mein Jesus trostet mich!
Er lasst nach Tranen und nach Weinen
Die Freudensonne wieder scheinen;
Das Trubsalswetter andert sich,
Die Feinde mussen plotzlich fallen
Und ihre Pfeile ruckwarts prallen.
굴복하라, 너희 모든 악인들아.
나의 예수께서 나를 평안케 하리니.
눈물과 흐느낌이 지나갈 때 그는 가져오시리라.
기쁨의 태양, 다시 한번 그 빛을.
슬픔의 폭풍은 변하고 적들은 이내 멸망하리라.
저들의 화살이 자신에게 되돌아갈 것이기에.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갈증에 못이겨 신 포도주를 받아마신 후 남긴 말씀 '다 이루었다'.
(그러고보니 마태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에는 저 유명한 대사 '엘라이, 엘라이 라마 사박다니'가 안 나오는군요)
이를 받아서 알토가 노래합니다.
58. (알토) 최후가 다가왔도다 Es ist vollbracht
Petra Noskaiova 米良美一
Es ist vollbracht!
O Trost vor die gekrankten Seelen!
Die Trauernacht
Laßt nun die letzte Stunde zahlen.
Der Held aus Juda siegt mit Macht
Und schließt den Kampf.
Es ist vollbracht!
최후는 다가왔네.
오, 상처난 영혼들이여, 고이 잠들라.
황량한 밤 동안
최후의 순간까지 지켜보았네.
주님은 세상 권세와
싸움을 끝내셨네.
최후는 다가왔네.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만 예수.
이에 때맞추어 온 세상에 갑작스런 폭풍이 휘몰아칩니다.
여기서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
63. (소프라노) 나의 마음은 당신을 위하여 하염없이 눈물흘리니 Zerfließe, mein Herze, in Fluten der Zahren
Zerfließe, mein Herze, in Fluten der Zahren
Dem Hochsten zu Ehren!
Erzahle der Welt und dem Himmel die Not:
Dein Jesus ist tot!
나의 마음은 당신을 위하여
하염없이 눈물 흘립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합니다.
예수가 이제 죽었다고!
예수의 시신을 무덤에 가져다 두는 것으로 예수 수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마무리 코랄만을 남겨놓은 채 마지막 합창.
이 곡의 전체 진행은 1725년 성 금요일에 이 작품을 연주하고 나서 정확히 3일 후, 부활절 월요일에 연주된 칸타타 BWV 6의 도입합창과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혹시 이런 식으로 무덤에 들어갔던 예수께서 부활해 나왔음을 묘사하려 한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마지막으로 칸타타 BWV 6의 첫 곡을 첨부해봅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1성부 1명 vs 1성부 2-3명 vs 대규모의 올드스타일 연주.ㅎㅎㅎ
67. (합창) 제가 더 이상 애도하지 않도록 Ruht wohl, ihr heiligen Gebeine
+
칸타타 BWV 6 中
1. (합창) 저녁이 되었으니 우리와 함께 머무소서 Bleib bei uns, denn es will Abend werden
(지휘) Sigiswald Kuijken 鈴木雅明 Karl Richter
Ruht wohl, ihr heiligen Gebeine,
Die ich nun weiter nicht beweine,
Ruht wohl und bringt auch mich zur Ruh!
Das Grab, so euch bestimmet ist
Und ferner keine Not umschließt,
Macht mir den Himmel auf und schließt die Holle zu.
제가 더 이상 애도하지 않도록
당신의 성스런 육신이여, 편히 쉬소서.
편히 쉬시어 저에게도 단잠을 허락하소서.
당신을 위해서 준비된 무덤,
당신을 자유롭게 할 무덤은
저를 위해 천국 문을 열고
지옥 문은 닫을 것입니다.
----------------------------------
Bleib bei uns, denn es will Abend werden, und der Tag hat sich geneiget
우리와 함께 머무소서, 저녁이 되었고 날이 기울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