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도 좋았다.
야트막한 능선을 돌아 넘는 길가엔
그저 싱숭스런 오후가 지나갈 뿐이었지만
타박타박 딛는 발 소리만 벗해도 괜찮았다.

"넌 감옥이야.
 네 스스로 쌓아올린
 어둠에 갖힌 수인이야."

낡은 샌들에 눅눅한 땀이 차고
걸어온 길 만큼의 피곤한 먼지가 떡이 져도
혼자 멀리와서 좋았다.

"또 어떤 변명을 흘려보내고 올거니?
 그래. 달아나는덴 언제나 능하니까."

저 쯤 모퉁이를 돌면 기다린 듯 바다로
가는 길이 열려있을지도 모른다.
가져 올 수 없으니 찾아가는 건게다.
종아리가 뭉쳐오고 쓸린 사타구니가
아려와도 좀처럼 발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지긋지긋 해."

들고 남이 마치 바람 같이 홀연해서
바람이 가벼운 날 옥상에서 팔을 펴면
그예 너울대며 날아오르길 바랬다.

가여운 나의 고양이.

날아오르지 못한 나는
애저녁에 끊어져 버린 샌들을 들고
맨발로 바다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바다가 차오를 때 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zz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