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이불을 걷고 일어나고 말았다.
따뜻한 물이라도 한 잔 들이켜야 추위가 가실 듯 해서였다.
틈새로 찬 기가 새어들어올까 싶어 이불 자락을 꽁꽁 여몄지만
이불 밖으로 드러난 코 끝을 후리고 지나가는 외풍엔 배길 재간이 없다.

노오란 봄 햇볕에 녹아 자리를 틀었던 이 쑥고개 집은 겨울엔 영 젬병이다.
지은 지 스무 해 남짓은 되지 않았을까 어림짐작하고 있지만 따로 물어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허나 겨울이면 어디서 새어들어오는 지도 모를 외풍의 품세를 보면
낡아도 한 참 낡은 집인 것 만은 분명하다.

바지런한 성정이었으면 겨울 문턱에서 이리 저리 문풍지를 대거나 하며 추위를 날 대비를 했을 터이나
뉘 보기엔 얼척 없을 만큼 게으름뱅이로 타고난 터라 그럴만한 요량이 없다보니 겨울의 한 가운데 들어서선
날 마다 이리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제 성의없음 탓이니 불평을 더해봐야 코웃음이나 살 일이긴 하다만
입에서 비어져나오는 투덜거림 또한 어쩔 수 없긴 하다. 그저 날이 풀릴 때 까지 아득바득 이불 끝이나 여미며 겨울 밤을 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