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글에 94년 월드컵 댓글들이 주루룩 달려있길래 저도 생각나는 거 몇가지 적어봐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한거니 틀릴 수도 있음요. 힝..... ㅠ.ㅠ


94년 월드컵은 이상할 정도로 우리 나라한테 극적인 장면이 많았죠. 심지어는 본선 말고 예선에서도 눈물 없인 볼 수 있는 기적이.....


네 그렇습니다.

카타르 도하의 기적(일본애들 입장에서 도하의 참사)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본선에 진출은 했지만, 90년에 워낙 죽을 쑤기도 했고, 예선과정도 별로여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조편성도 거지같아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에 전 대회에서 한국을 3:1로 밟은 스페인, 그리고 남미예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걸로 유명한 볼리비아가 걸렸죠. 한국언론에선 상대적으로 만만해 뵀던 볼리비아만 죽어라 1승상대로 거론합니다. 벋뜨 결과는.....

1차전 스페인전. 한국선수들이 움직임이 이상할 정도로 좋았고, 전반전에 스페인의 나달이 퇴장당하기 까지 해서 어 이러다가 이기는거 아냐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후반전에 살리나스랑 고에고체이아(얘 세레머니 아직도 기억나네요. 손바닥 내밀고 춤추는거)한데 한 골씩 먹어서 무난히 지는 시나리오로 갔죠. 그러다가 홍명보의 뜬금 프리킥골이 터지고, 한국팀의 맹공이 이어진 끝에 종료직전 서정원의 인생골이 터지죠.(도쿄에서 헤딩으로 때려넣은거랑 이거랑 뭐가 더 인생골인지는.....) 해설하던 신문선이 거의 울면서 "서정원~~~ 기적입니다~~~"라고 외치던게 기억나네요. ㅋㅋ

2차전 볼리비아전. 기억이 안납니다. 지루해서 그랬던지 답답해서 그랬던지는 모르겠어요. 하여간 기억이 안납니다.

3차전 독일전.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예선전부터 녹슨 전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독일이었지만(볼리비아와의 첫경기에서 지루한 경기를 이어나가다가 클린스만의 업사이드 논란이 있는 골로 간신히 이겼고, 스페인이랑은 비겼죠) 그 때까지만 해도 브라질과 함께 우승후보 1순위였던 독일이었기 때문에 거의 희망이 없던 경기(경기 전날 학교에서 당연히 지겠지라고 했다가 맞아죽을뻔한게 기억나네요.).

예상대로 전반전에 3:0, 희망이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후반전이 시작되고 한국팀의 맹폭이 시작됐죠. 동시에 독일 선수들은 이상할 정도로 기진맥진해 있었고, 후반 15분 시점에선가 3:2가 됩니다. 그리고 한국은 30분 가량 독일을 더두들겼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죠. 

예선 성적 2무 1패 탈락. 

한국팀의 경기도 대부분 재미났지만, 이후의 토너먼트는 더욱 기억에 남는 경기 일색이었던거 같아요. 

조별리그 내내 빌빌대던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지오가 판타지스타의 진면목을 보이며 이탈리아를 결승으로 이끌었고(16강 8강 모두 바지오가 결승골을 넣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뭐 결승전 결판도 그가 내긴했네요. ㅋㅋ 조별리그에선 오히려 디노 바지오가 펄펄 날았고.), 녹슨 전차 독일은 불가리아의 대머리 아저씨 레치코프의 원맨쇼의 희생양이 됐죠.(자책골 넣고 역전골넣고 ㅋㅋ) 그 때까지만해도 축구 잘하는지 몰랐던 스웨덴이 검은 폭풍인가 뭔가로 불리던 달린의 힘으로 4강까지 가기도 했고.

세레모니도 기억에 남는게 많았는데 브라질:미국전이었던가요. 베베토의 아기얼르기 세레모니가 나왔던게. 덴마크 라우드럽의 팔괴고 눕기 세레모니도 생각나고.

94년 만한 월드컵을 제가 살면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