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누리당 젊은 비대위원의 페이스북을 훔쳐봤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이 자기의 좋은 점은 보여주고, 나쁜 점은 감추는 곳이다보니 그래도 깔끔하게 자기 생각을 정리했더군요.

일단 쭉 읽어본 소감은 '똑똑한 친구고, 판단력이 좋고, 기본적인 계산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것입니다.

사상적 지형을 읽을 수 있는 글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FTA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인상이 있었지만 그리 적극적인 건 아니고, 야권 지지자들의 몇몇 오류를 잡아주는 선에서 얘기하더군요. 극우꼴통적 성향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상당히 배제하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존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단 현실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 어느 방향으로 깨어있는지는 알 수 없네요.

소소한 개인적인 정보들이 눈에 띄었지만 하버드 재학 시절 3년간 장거리 연애했다 정도 말고는 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 쓰는 식으로 절제하더군요. 자신 스스로도 정치인이라는 걸 인식했는지 아니면 주변 사람들도 조심하는지 개인적 얘기는 거의 하지하지 않습니다.

선거 전략에 관해서 얘기할 때라든가 자신의 지역구에 대해 얘기할 때는 '우리'와 '밖'을 확실히 구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새누리를 '우리'라고 규정하는 모습을 제 주변에서 볼 수 없었기에 새로웠습니다.

인상적인 멘트는 표절하는 사람이 국회의원하면 안 되고, 성인방송하던 사람도 국회의원하면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이었습니다. 확실히 도덕적 관념에서 보수적인 모습입니다. 만약 이런 인식이 보수적 도덕관념을 가진 사람에게 충분히 전달됐다면 표가 움직였을 것도 같습니다.

여러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그리 뛰어난 식견이 있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다만 똑똑하고 신중해 섯불리 발언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감정적으로도 나름 단련이 된 듯한 인상입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정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줄 수 있는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그는 공천과정에서 존경하던 국회의원이 불출마 선언하는 것을 보고 아쉬웠고, 정치적 행위로 인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정치는 선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후 국회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요. 법이 만들어지면 수많은 국민들이 눈물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몇몇은 웃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 똑똑한 청년이 이런 울음 섞인 삶에 대해 조금 더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