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와 비비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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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바퀴벌레는 징그러운 존잽니다.
그래도 한때 객기로 - 라고 말하지만 어쩔수 없이 - 이 징그러운 바퀴벌레를
나름대로 귀엽게 봐주고 싶어서 이리 저리 관찰, 분석을 해보고 여러모도 맘 다잡아보고 해도
조물주가 이미 세팅해놓은 바퀴벌레에 대한 인간 관념인 이 "징그러움"을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퀴는 어쨋든 예나 지금이나 징그러운 존잽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또한 예나 지금이나 "그냥"이라는 말밖에 꺼낼수 없습니다.
바퀴는 징그럽습니다.
그냥 징그러운겁니다.
이 징그러운 이유를 분석해보려 해도 도저히 그 이유가 분석 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새끼들이 귀엽다지만 하다못해 바퀴는 그 새끼까지도 "징그럽"습니다.
잠을 자려고 불을 끄면 뭔가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부시시 일어나 불을 켜면 조용해집니다.
그러기를 몇차례....
후레쉬를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익숙한 그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 소리의 방향을 두 귀에 들리는 소리의 강약으로 가늠합니다.
그리고 머리맡에 둔 후레쉬를 조심스레 그 소리의 근원에 겨냥합니다.
여전히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순간 후레쉬를 밝혔습니다.
차라리 안본만 못한 그 광경은 한쪽 벽 모서리를 신나게 오르내리는 엄지손구락만한 바퀴 한쌍였습니다.
조물주가 어떻게 설계를 했길래 이녀석들은 크나 작으나 이리 징그러울수가 있을까...
후레쉬 불빛이 비춰지자 녀석들의 움직임이 잠시 멈칫하는듯 하더니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
불을 켜고 컴터를 부팅하고 옥션에 접속해서 비비총을 검색해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비비총을 받자마자 프린트용지로 타겟을 만들고 천정에 붙여놓고 신나게 사격 연습을 했습니다.
재밌네요.
바퀴 사냥용 사격연습인지 심심풀이용 사격연습인지 어쨋든 재미있습니다.
이젠 머리맡에 장전된 비비총을 두고 잡니다.
한가지 더 신기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퀴벌레들은 내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감시하고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옥션에서 비비총을 구입하고 사격연습을 한 이후로 그 많던 바퀴벌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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