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이 마침내 지나가고,

곡부를 떠나 다음 장소로 향한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야트막한 산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부터 들러본 이곳은 니산.

공자님의 字를 기억하시는지? 仲尼라고 하는데 바로 이곳의 지명과 일치한다.

근데, 이곳이 니산이라 공자님이 중니가 된 건지, 공자님이 중니라서 이곳이 니산이 된 건지는 기억이 안 난다-_-;;;;

암튼, 이곳은 공자께서 출생한 장소로 믿어지는(혹은 믿고 싶어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네팔의 룸비니도 나름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장소를 성지(실은 관광지)로 만들어 놓고 있을 터. 정말이든 짜가든.

아테네에도 소크라테스가 옥살이하던 장소랍시고 관광지를 만들어 놓았다 하고.

베들레헴에도 그런 마굿간이 있을지?

이곳, 니산도 나름 깨끗하게 꾸며두었다. 최소한 입구만은.

나름 공자님과 인연의 끈을 잡고 있으니, 이곳에도 공묘에 서원에 있을 건 다 있다.

니산서원 입구 영성문. '영성'이란 현인들이 살고 있는 별이란 뜻. 하여 공묘든 맹묘든, 우리가 '문묘'라고 부르는 곳 어디든 그 입구 이름은 영성문이다.

담벼락을 뚫고 나무가 자란 건지(에이, 설마), 나무를 감싸돌며 담벼락을 쌓은 건지...

본고장 곡부에 비하면 소박하기 짝이 없는 사당.

청나라 비석.

대륙 관광할 때 조심해야 하는 사실 하나.

운이 나쁘면 마침 방문했을 때 전체 유적지의 태반 이상을 보수공사를 한다 하여 구경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하여 입장료를 깎아주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것.

이번 니산서원이 딱 그랬다. 저 위 사진의 건물 말고는 모든 건물이 보수공사중-_-

아래쪽을 굽어보며 음풍농월하도록 만든 정자.

아래쪽에 무엇이 있느냐고?

전체적으로 흐린 뿌연 날씨라 전망은 그냥저냥하지만,

이 아래쪽에는...

이름하여 '부자동'이란 것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공자님이 태어나셨다는 전설.

또는 갓 태어난 공자를 데리고 어덴가 가다가 갑자기 만단 비바람을 피하여 이곳으로 피신, 저 평평한 돌바닥 위에 공자님을 뉘셨다는 전설.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냥 돌무더기일 뿐, 게다가 보존상태로 볼 때 이 시설이 만들어진게 과연 몇십년이나 지났을까 싶지만 '역사'가 주는 무게감이란 건 아무래도 무시 못하지 싶다.

찰라와 같았던 니산 방문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한국에서 삼륜차가 없어진게 대략 80년 전후였던 것 같은데,

교통문화나 길바닥 정비 상태 같은 걸 보면 교통과 관련된 대륙과 한국의 시차는 30년 쯤 되는 것 같기도.

(솔직히 '문화'만 놓고 보면 훨씬 더 날 것 같지만)

인구 600만에 육박하는 소도시-_-;; 태안.

땅뎅이는 아쉽지 않아서인지 건물을 지었다 하면 삐까번쩍.

우리 같은 사람이 이런 소도시를 이름이나마 알고 있는 이유는 100% '태산' 때문이리라.

봉선의식의 권위는 대단해서, 황제라 할지라도 자기가 올리고 싶다고 올릴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그럴 만한 업적을 남긴 이여야만 열 수 있었다...지만, (실제로 봉선의식을 열었던 황제의 수는 그닥 많지 않긴 하다)

1인 전제 국가에서 그런 게 있었을라고-_-;;;

이곳 대묘의 천황전은 공묘의 대성전과 더불어 자금성의 태화전을 찜쩌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 송 때 건립된 거라는데 눈앞의 저것이 정말 송대 작품인지는 모르겠다.

내부에 국보급 벽화가 있다는데, 가이드의 성화에 못 이겨 내부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이동해 버렸다ㅠㅠ

크게 특별한 건 없었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여행이란 게 다 그런 건데, 이렇게 와 봤을 때 다 둘러봤어야 했건만. ㅉㅉㅉ

특이하게도 구리로 만들어진 정자.

원래는 태산에 있었는데, 농민 반란 때 이걸 금인 줄 알고 들고 내려왔다는 전설이 있다고...

입장료가 아까울 정도로 후다닥 훑어버린 대묘 구경을 마치고...

여행 일정 전체 중 가장 맛없던 점심식사.

소스의 때깔만 보면 음식의 등급을 알 수 있다고 쓴 적이 있었는데, 이날 끼니가 이에 정확히 들어맞는 예가 되었다.

실제 태산의 고도는 그리 높지 않다. 최고봉 고도가 잘해봐야 1545m인가 그랬으니 우리네 산과 비교하면 기껏해야 오대산 수준.

그런데도 '태산이 높다 하되' 로 시작하는 싯구가 나온 이유 중 하나는,

이곳 산동성의 평야 지대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산이기 때문에 그리 느껴진다는 고대인들의 감상일 것이다.

무슨 군부대 시설 같은 태산 입구.

넓은 시야로 바라보니 영락없는 군사교도소-_-

이곳에서 일단 셔틀버스에 오른다.

우리네 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흔한 계곡 옆을 달려,

또한번 갈아탄다.

좀전에 우리가 타고 온 셔틀버스를 굽어보며,

(인도에서 탔던 버스를 떠올려보면 저 버스는 호화 그 자체-_-;)

거진 꼭대기 근처까지 올려주는 케이블카에 오른다.

케이블카로 산에 오르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

태산 방문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세 시간 뿐이었으니-_-;;

(이래서 단체 깃발 여행은 편안하긴 해도 보람이 적다는 거겠지...)

마땅하진 않아도 케이블카를 타면 그 조망을 놓칠 수야 없는 노릇.

근데 날씨가 안 좋아서 조망이 영...

케이블카 하차 지점에서 정상까지는 고작 1km 될동말동한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