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바이 마이 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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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바이 마이 씨티.
참 싸게 샀었지.
많이 낡아보이는 오도방이었지만 이 가격이면 한달만 타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사버렸었어.
사고 나서 부딪힌 첫번째 문제...
집에까지 어떻게 타고 가야 되남....
탈것이라고는 기껏 자전거 타본것이 고작이고
면허학원에서 바퀴 네개 달린 트럭...
그래도 살면서 가끔 용감해질때가 있는거야.
기어 넣는거 배우고 시동거는거 배우고 헬멧 쓰고 덜덜 떨면서 그럭저럭 집에 도착.
... 역시 난 용감한 녀석였던거다.
근데 타면 탈수록 내 어림짐작과는 달리 이녀석 참 명품이라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더만.
말 그대로 자전거만 탈수 있을정도면 무리 없이 탈수 있는 이륜차.
바퀴 네개 달린넘들과는 감히 비교할수 없는 연비에다가 뛰어난 기동성, 그리고 웬만한 산악도 등반할수 있는 파워.
삘 받으면 시속 8,90 정도는 가볍게 뽑아주는 속도도 참 괜찮은것 같고.
굳이 약점을 들자면 비올때 비를 맞아야 한다는건데...
그 정도 약점이야 그냥 우비 입고 타는걸로 하면 되지.
무려 5센티의 폭설이 내려 도시 전체가 마비 되던 어느 겨울날..
그날도 나의 씨티는 지각 없이 나를 직장에 출근시켜줬지.
물론 걷는것보다 좀 빠른 속도였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발 했지만.
이렇게나 멋진 녀석였었는데.
아마 테라칸때문였을까나.
엔카를 둬적거리다가 발견한 검정투톤 테라칸에 순간 뭔가 꽂혀버렸고
기어코 그녀석을 집에 데리고와 버리고 말았지.
이후 나의 씨티는 추라하게 주차장 한구석을 지키고 있는 날이 많아졌고
운전연습을 핑게삼아 내가 테라칸을 몰고 나갈때마다 룸미러로 비쳐지는 나의 씨티는 한켠 서운해보이기까지 했었지.
어젯밤 꿈속에서 그랬어.
나의 씨티가 울었어. 진짜 울었어. 막 눈물을 흘려가면서 울었어.
오도방이 눈물을 흘리다니....
그리고 오늘,
난 이녀석과 여행을 계획했지.
다행히 잠시 장마도 뜸하잖아.
하지만 계획은 순전히 나만의 계획였었나봐.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고 쓰로틀을 땡기......푸드덕덕덕...
다시...
기어를 빼고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고 쓰로틀을 땡기.....푸드덕덕덕...
또 다시.
기어를 빼고 시동을 걸....푸드덕덕덕...
헐, 시동도 안걸리네.
너무 오래 세워뒀던 탓일까..
오도방센타에 가니 참 돈들어갈일 많더만.
에어필터, 캬브레타, 점화플러그, 실린더헤드, 피스톤....
미안. 나의 씨티야.
너를 살리는것보다 그 돈으로 테라칸 기름값 하는것이 더 절실해.
이젠 오도방 기사님 질문에 대답을 해야지.
폐차 하려면 어떻게 해요..?
폐차 할까요?
말없이 번호판을 떼어줍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동사무소에 갖다 주고 용도폐지증명서에 어쩌구저쩌구.....
굿바이 마이 씨티.
그리고 난 이제 나의 씨티의 사망에도 꿈쩍 않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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