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어버리기 전에............

고대 대륙 정신의 정수가 녹아 있다는 성지 태산 중턱에 올라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단숨에-_-;;;;

두어 시간 안에 후다닥 증명사진만 찍고 돌아가야 하는 단체관광객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나,

태산 입장료 127元, 버스비 30元*2, 케이블카 100元*2, 도합 1인당 400元 가까운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을 감출 길 없게 된다.

(물론, 단체관광객이라 저 돈을 고스란히 지불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정상인 옥황봉까지는 잘 해봐야 1km 가량만 남았을 뿐.

이곳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구역인데...

저래도 되는 일인지 모르겄다.

유감스럽게도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다.

태산 거의 꼭대기 근처, 아마도 남천문 위쪽에 조성되었을(케이블카를 탔기에 남천문을 지나지 못했다-_-

저잣거리 '천가' 입구.

나름 의미 깊은 곳이라 다들 저렇게 사진 한 방씩 찰칵.

색색의 우산까지 어우러져 정신이 하나도 없다-_-;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세계적인 문화유산에 이게 웬 난개발?'이란 욕을 했겠지만,

이곳 천가는 청 왕조 때 조성된 거리라고 한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이런 짓을 지시할 청조의 황제라면 건륭제였다는 데 500원쯤 걸고 싶다-_-;)

특별한 비하의 의미 없이 액면 그대로 '시장바닥'이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대륙답지 않게 지나치게 깨끗하다-_-;

나름 세계적인 관광지라 정부 차원에서 감시를 하기 때문인 듯.

오른쪽은 절벽, 왼쪽은 모두 바윗덩이들.

조금이라도 판판한 바위에는 어김없이 수년부터 수백년된 석각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시야가 영 확보되지 않아서 그랬기도 하지만, 경치 자체는 대륙의 여타 명산과 비교하여 딱히 빼어날 거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태산은 황제가 봉선의식을 올리는 곳이기도 했으며,

또한 도교의 성지이기도 했다. 이곳이 벽하원군을 모셔놓았을 사당인 벽하사였던가???

태산에서 가장 유명한 포인트이기도 한 지점.

오른쪽의 금박 석각은 당 현종 때 처음 새겨진 것이란다. 물론 저 노리끼리한 금박 자체가 그때 것일리는 만무.

거기서부터 하여 누대를 거치며 이런저런 유명인들의 글씨가 차례대로 새겨지게 된 것.

누가누가 그랬는지는 하도 많아 찾아볼 엄두도 못 냈다.

대륙인들이 집착해 마지않는 홍색 때문인가, 정녕 저것이 고대로부터 전해져온 것들인지 새삼 의심스러워진다-_-

대충 명이나 청 때쯤 세워졌을 비석일진대,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도통 눈에 띄질 않는다.

별로 오래된 것 같진 않은데...

조~기 아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기억해 두시라.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거의 다 올라와 버렸다.

한쪽으로 돌아가면 진짜 정상까지도 갈 수 있을지 모르나, 시야도 안 좋고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여기까지만.

그 짠돌이 대륙인들이 저런 소원 자물쇠에는 또 아낌없이 펑펑 지르는 걸 보면 참으로...

한대에 이곳에 세워졌다는 無字비. 얘네도 할 말이 너무 많아 그냥 무자비로 남겨둔 걸까.

아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을 기억해두시라고 했는데, 그림의 대륙 5元짜리 화폐의 뒷면에 새겨진 지점이다.

태산을 신성시한 고대인들이 이곳을 '오악독존'이라 불렀고, 그걸 새겨둔 저 바위.

이곳을 다녀갔노라는 증명사진을 남기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여, 그 증명사진 촬영에 동참ㅋ

지금이야 버스에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순식간이지만,

예전에는 이곳을 오르는 건 저 아래 평지에서부터 순전히 두 다리에만 의지했을 터. 게다가 평지에 우뚝 솟아오른 지형이라 그 경외감은 더욱 각별했을 것이다.

당나라의 詩聖 두보도 젊은 시절에 이곳을 올랐던 감상을 한 수 남겼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꼼꼼하게 정리하여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폐기한 뒤 본인이 세상에 내놓은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望嶽'이다.

일행 중 한문학박사가 한분 계셨던 고로 우리에게 이 시를 낭송까지 해주셨다.

이제 짧은 등산을 마치고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당 마애석각 한번 더 구경해 주고,

아마도 아까 스쳐지나갔던 벽하사 건물들인 듯.

벽하사에 얹혀 살고 있지 싶은 어딘가 모르게 잔뜩 심통맞아 보이는 냥이.

올라올 때는 그냥저냥 했는데, 내려가면서 굽어보니 이곳도 제법 나름대로의 정취가 있어 보이긴 한다-_-;

하지만 그런 기분에 젖어보기엔 머무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다시 케이블카+셔틀버스의 조합으로 찰라와 같았던, 하지만 무지 비쌌던 태산 지역을 빠져나와

최종 목적지인 제남으로 향한다.




저 으리으리한 입구를 자랑하는 곳은 무슨 명승지가 아니다.

걍 식당 입구일 뿐-_-;;;

산동성의 양대 도시는 청도와 제남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곳 사람들 말로는 '정도 사람들은 입는 데 돈을 쓰고, 제남 사람들은 먹는 데 돈을 쓴다'고 한다. 그러하다보니 식당도 무식하게 규모가 큰 곳이 여럿 있게 되었는데, 이 곳이 제남에서 최대 규모 식당 중 하나라고.

일개 음식점 안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스케일이 대략 저러하다ㄷㄷㄷ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다 모아서 찍은 단체사진이란다.

총 직원 1500명의 위엄 ㄷㄷㄷ

과연 저게 합성이 아니라고???

고대 시절부터 제남은 '샘의 도시'로 유명했다고 한다.

대륙 곳곳이 물이 모자라 난리를 칠 때도 이곳 제남은  총 72개의 샘이 마를 날 없이 언제나 물이 넘쳐흘렀다는데,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샘 이름이 '표돌천'. 다른 샘이 오늘날 거의 말라붙은 현실에서도 표돌천만은 지금도 콸콸콸콸~~이라고.

하여 제남을 대표하는 술 이름도 보시다시피 '표돌천'이다. (하지만 맛은 그냥 그렇다.)

마지막 저녁이라고 제법 때깔 좋은 음식을 주문했지 싶은데,

때깔만큼 맛은 안 났지만, 일단 눈으로라도 즐겨두시라.

좀 퍽퍽한 느낌이 들어 가장 인기가 없던 메뉴였던 이넘이 실은 가장 비싼 음식이었다고.

재료는 거위 간. 즉 푸아그라??

끼니를 때우고 나와보니 이만큼 어두워졌다.

이제 마지막 밤을 지낼 산동따샤로 이동.




오우, 제법 럭셔리해보이는 호텔이다. 하지만 이곳 숙박 요금이 얼만지 알고 나면 기절초풍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