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파크

첫날은 김포-북경-돈황으로 이어지는 3천km 정도의 비행으로 시간을 보냈고...

'대주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심심한, 기름에 두른 푸성귀 외엔 그닥 먹을 것 없는 전형적인 대륙식 아침. 그래보여도 人당 20元 짜리.

택시기사와 50元에 협상을 하고 올라탄다.

지나가다 보이길래 후다닥 찰칵.

이곳을 상징하는 비천상. 기억해두시라.

오늘의 본 목적지를 향하기 전에 예매해둔 기차표를 발권 및 변경하기 위하여 기차역에 먼저 들렀다 가기로 한다.

지어진지 몇 년 되지 않은 으리으리한 돈황역사.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차로 돈황에 닿으려면 이곳에서 120km 정도 떨어진 유원柳园에서 내려서 시골버스를 타고 와야 했는데, 시내에서 20km 떨어진 이곳에 번듯한 역사가 생겨나며 이제는 기차여행도 다소 편리해지긴 했다.

물론 기차표를 제때 못 구하면 말짱 헛일인 건 마찬가지.ㅋ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대륙에서 장거리 여행을 하는 방법으론

1) 장거리버스长途汽车 2) 기차火车 3) 비행기飞机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다.

미쿡에서처럼 승용차를 빌리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 설사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유명한 대륙의 교통문화를 감안하면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기에.

1) 장거리버스는 가장 쉽게 표를 구할 수 있지만 버스여행이 안락해봤자일 터이니 여기선 논외. 특히나 대륙 서쪽의 버스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으윽.

3) 비행기는 가장 빠르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할 수 있고, 그나마 한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좌석을 확보하는 게 쉬운 편이긴 하다. 각 성의 성도급 도시와 돈황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대부분 공항이 있기에1000km 이상 이동을 해야 하는 바쁜 여행객에게는 역시 최선인 듯. 언제나 그렇듯 돈이 문제-_-;

2) 그래도 역시 여행의 로망은 '기차여행' 아니겠는가.

문제는 대륙의 기차표를 구입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라는 거. 어지간한 인기 좋은 코스의 기차표는 예매 가능 시각이 됨과 동시에 증발해버리기 일쑤다. 우리네 귀성열차표를 구하듯 줄서서 구입하는 사람에, 여행사의 입도선매까지 이유도 다양.

이를 보다못한 대륙 정부가 방안이라고 내놓은 게 '신분증이 있어야만 구입 가능'이라는 거다. 최소한 여행사의 사재기는 피할 수 있을 테니. 그러면서 정부에서 지정한 사이트에서 인터넷 예매도 가능하게 해 놓았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외국인도 자신의 여권 번호를 이용하여 인터넷 예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기차표에 주민번호 혹은 여권번호까지 찍혀서 나온다)

아직은 그 시스템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 카드결제가 안 되고, 오로지 대륙 내 은행의 인터넷뱅킹으로만 온라인 입금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외국인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긴 하지만. (아마도 외국인도 카드결제를 통해서 쉽게 예매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얘네는 원하지 않을지도...)

마침 우리 일행은 북경에 살고 있는 아는 대륙인 처자가 있어서 그 처자의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식으로 하여 이럭저럭 원하는 스케줄의 기차표, 무려 네 구간에 달하는 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해외송금 수수료만 5만원 가까이 깨졌다ㅠㅠ)

하지만 인터넷 예매한 표를 발권하려고 해도 이 정도 줄은 기본적으로 서주어야 한다-_-

뭐 대도시 기차역에 비하면 이곳은 텅텅 빈 수준이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대륙 기차역의 최강권력자는 이분.

사람들이 제아무리 데데거려도 이분이 한번 소리를 꽥~ 지르고나면 모두 깨갱~~ㅋㅋㅋ

(사실 우리가 이 창구에서 20분 정도 시간을 끌었기에 뒤에 선 사람들은 재수 옴 붙은 셈이긴 했다ㅋ)

전날 공항에서 여행스케줄을 급변경함에 따라 한 번 여정의 기차표를 다른 날짜로 바꾸었는데, 얘네는 '교환' 개념이 아니라 '취소 후 새로 구매' 개념이기 때문에 인터넷예매 후 취소한 표의 금액은 수수료 5%를 제외한 뒤(예전엔 20%였는데 세상 좋아졌다) 원 계좌에 다시 입금해주고, 변경 표는 고스란히 현찰박치기를 하게 되었다.

소란스런 기차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워 이후 일정에서 쓸 기차표를 몽땅 발권해버렸는데, 이게 크나큰 삽질이었음을 일주일 정도 후 깨닫게 된다..............

이럭저럭 역사에서 빠져나와 30분도 넘게 우리를 기다려준 택시기사에 감사의 말과 10元을 더 주겠노라는 말을 건네고 올라탄다.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모래 외에는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린다.

이런 길을 한 20여 km 달렸을까?

전방에 우거진 숲이 갑자기 나타난다.

아, 저기 흔적이 보이기 시작.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이곳, 막고굴莫高窟.

몇만km쯤은 될 실크로드 전체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라 감히 주장할 수 있는 불교 예술의 보고.

실크로드의 초반 난코스인 고비사막의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21세기인 지금도 사막의 땡볕 아래를 노니는 건 못할 짓인데, 낙타 몇 마리에 짐을 싣고 사막을 건너야 하는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는가.

목숨을 걸고 사막을 넘나드는 고대인들이 종교에 의지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이고 그 마음이 투영되어 이런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기게 되었을 것이다.

남북조 시대 초기부터 시작해 수/당 시절에 전성기를 이루고 서하/원/명/청 시절까지 굴착이 이루어졌으니 천년 넘는 기간 동안 조성되었다는 말씀.

입구에서 우리를 맨 먼저 맞아주는 탑.

처음엔 이곳을 공원화-_-; 하며 그냥 세워놓은 것인 줄 알았는데, 1900년부터 이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데 본의 아니게 기여한 왕원록 도사의 수하들이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뭘 잘했다고.ㅉㅉㅉ

인도 및 티벳의 영향이 느껴지는 탑 양식만 보더라도 확실히 우리가 그동안 묻혀지내왔던 문명권과는 다른 지역에 왔음이 새삼 느껴진다.

아시다시피 막고굴은 그 엄청난 미술사적 가치에 19-20세기 제국주의 세력에 몸살을 앓던 청나라의 무능 때문에 엄청난 수난을 당한 역사가 있다.

때문에 문물보호를 위하여 탐방객들에 대한 통제를 대단히 엄격하게 한다.

진작에 좀 그리하지 그랬나. 이미 100년도 넘게 늦었다네 ㅉㅉㅉ222

첫번째 장벽은 그 어마어마한 입장료. 물경 160元이다. 요즘 환율로 3만원도 넘는 금액.

그 볼 것 많다는 루브르나 오르쎄의 입장료가 10 유로, 1.5만원 정도임을 생각해보면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비싼 가격.

거기에, 루브르나 오르쎄는 일단 입장하면 문 닫을 때까지 자기 마음대로 얼마든지 구경하는 게 가능하지만, 이곳은 가이드의 엄격한 통제 아래 두 시간 내로 탐방을 마쳐야 한다. 유물의 가치와는 별도로 이래저래 대단히 불합리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할말이 없는 건 아니다. 수탈한 자들이 자랑하듯 늘어놓은 전시물과 수탈당한 자들이 빼앗기고 남은 것을 전시하는 게 같을 수 있겠나.ㅋ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중국어가 아닌 언어로 안내를 받으려면 거기에 추가로 20元을 내야 하지만, 이건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 좋다. 중국어만을 구사하는 가이드는 대체로 시끌벅적한 대륙인을 20명 가까이 끌고다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인당 20元을 추가 지불함으로써 조용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게 훨씬 낫다. 다행히도 어린이는 반액도 아니고 무료. 어린이들이 이런 역사유적에 관심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으므로 나름 합리적인 가격 책정. 그래야 어른들도 부담 없이 어린이를 끌고 이곳에 올 테니.

하지만 우리 식구는 저 기본 입장료에 더해 미친 짓을 하나 더 했다-_-;;;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