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길 하루가 또 기다리고 있다.

저거 먹고 하루 종일 버틸 수 있으려나...

고된 일정이 될 것이기에, 아예 택시를 하루 빌렸다.

어제 우리를 막고굴까지 태워주었던 아짐씨가 몰던 택시.

하루 종일 우리를 여기저기 데려다주는데 약속한 비용 450元.

요깃거리 정도만 약간 싸들고 출발~~




이윽고 그닥 크지 않은 돈황시내를 벗어난다.

반대쪽에서 트럭들이 저리 떼지어 몰려오면 겁부터 더럭 난다ㄷㄷㄷ

대륙의 트럭은 짐칸의 크기도 한국 것보다 대체로 훨씬 크다.

과적의 정도야 뭐, 유명하고 ㄷㄷㄷ222

아득한 사막산을 배경으로 한 성채.

일본 영화 '돈황'을 찍을때 만들어둔 세트인데, 요즘은 저기도 관광지로 써먹고 있다고 한다.

20세기에 만든 짝퉁을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요긴 패쓰~

지평선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하염 없이 달린다.

길가엔 저런 전기 시설만 간혹 보일 뿐,

저런 사막산만 끝모른채 펼쳐져 있을 뿐이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옥문관. 저 표지판에 낚여서 얼마 안 남았다고 괜히 좋아했다.

6km 앞에 뭐가 있다고라???

왼쪽에는 이곳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당하댐이 있다. 저 멀리 만년설이 쌓인 산맥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을 담아둔 장소라고.

옥문관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마침내 도착.

근데, 여기서부터 얼마나 가야 하는 거지??

눈씻고 봐도 길 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운전하는 사람 심심하지 말라고 세워둔 겐가-_-

저기 써 있는 수는 아마도 아까 지나온 갈림길에서 28km를 달렸다는 의미.

오 마이 고뜨~

사막의 땡볕 아래를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인간도 있다ㄷㄷㄷ

40km가 되었는데 배경이 아까랑 똑같다ㄷㄷㄷ

한 50km 쯤 왔나,

마침내 옥문관경구 매표소에 도착.

이곳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다시 차를 타고 가야 한단다.

옥문관은 고대 한나라의 서북쪽 마지막 관문이 있던 자리를 말한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이라 통하는 가욕관은 돈황에서 동남쪽으로 400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가욕관을 국경수비대가 주둔하는 장소로 삼았던 명나라 입장에서 이곳은 자기네들 땅이 아니었다는 의미. 따라서 이 지역은 버려진 채로 있었다.

청나라는 정 반대로 영토 욕심이 많아 서쪽으로 수천 km를 더 나가버렸기에 옥문관의 운명은 명나라 때와 매한가지.

따라서 오늘날엔 국경수비대로서의 흔적은 그야말로 흔적 밖에 안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거 덜렁 하나 보여주고 입장권을 팔아먹을 수는 없기에, 여기저기 흩어진 유적들을 표 한 장에 돌아볼 수 있게 해 두었다.

막고굴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는 공짜.

지도를 보니 돈황 시내에서 여기까지 100km를 달려온 셈-_-;;

한나라 시절에는 있었을 리 만무해 보이는 무기들을 부여잡고 찰칵.

우리 같은 도시 촌사람들은 지평선에 대한 로망이 있을 수밖에.

다시 택시에 올라타 잠깐을 달려가니,

관리사무실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우리가 흔히들 옥문관이라고 부르는 유적지.

보시다시피 망루로 이용되었을 커다란 돌더미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곳.

붉은 건 글씨요, 누리끼리한 건 돌덩이일 뿐이로다-_-;;;;;

2100여 년 전에는 저걸 중심으로 성채가 있었을까?

환경 친화적인 휴지통. ㅎ

뜻밖에 풀밭이 펼쳐져 있다.

사막 한가운데 있어서 더욱 푸르러 보이는 효과까지.

이곳을 거쳐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옥이 수출되었다 하여 옥문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설마 여성의 옥문을 생각한 분은 없었겠지요-_-?

2000년 전 뙤약볕 아래 저 망루에 서서 망망한 초원을 바라보던 이름 없는 병사는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죽였을지...

그러거나 말거나 어린이는 즐겁기만 하다ㅋ

저것도 예전엔 망루였을까.

어디든지 올라타기를 좋아하는 울 잔나비띠 어린이. 기어코 한번 올라갔다 온다.

돌 하나 구하기 어려운 이 사막에서 2000년 전 기술로 저걸 어찌 쌓아올렸는지.

성채(?) 안은 잡풀만 무성하다.

가만 들여다보면 벽돌로 쌓은 건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세한 그림은 조금 기다리시라.

어찌 보면 망루 하나 덩그러니 있는 별거 없는 곳,

하지만 어떤 나그네의 마음은 싱숭생숭해질 수도 있는 곳. 

짧은 구경을 마치고 비포장이나 마찬가지인 길을 또 10여 km 달려간다.

다음 목적지는 한나라 장성 유적지.

'장성'이 진시황 혼자만의 작품이 아님은 모두 알고 계실 터.

오늘날 정말 진시황 때 쌓은 장성의 흔적은 전무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장성이 진짜 필요하다 생각했던 지역은 후대에 끊임없이 보수를 했기 때문에,

별 필요 없다 생각했던 지역은 풍화작용 또는 의도적인 파괴 때문에 사라졌을 것이다.

울타리를 쳐두지 않았다면 나 같이 관찰력 없는 넘은 무심코 지나쳤을 지도 모르는 야트막한 담장.

이곳이 한나라 때 세워졌던 장성의 흔적이다.

애초 세워졌을 때 높이가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돌 하나 없는 이 지역에서 높이 높이 쌓아올리는 일은 애초부터 무리였을 터,

강력한 기마병의 속도를 저지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여겼겠지.

암튼 건드리면 벌금 200元이란다-_-

돌을 구할 수 없는 이곳에서 벽을 어찌 쌓아올렸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그림.

흙과 풀과 물을 적당히 이겨서 쌓아올렸지 싶다.

물은 또 어디서 구해 길어왔는지ㅠㅠㅠ

저건 봉화대였는지.

저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또 올라타고 보는 잔나비-_-;

얼씨구 ㅋ

2000년 동안 말없이 땡볕과 먼지를 뒤집어쓴 담장.

Requiem aeternam.

마지막으로 증명 사진 하나 더 남기고.

2000년된 담벼락에 안녕을 고하고 다음 볼거리를 향하여 새로운 고행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