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친절한 영어 안내문.jpg

 



너무 고마운 나머지 눈물이 다 날 뻔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닥 가파르지는 않았던 계단을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략 이런 장면부터 눈에 들어오더이다.

뭐 따로 무슨 설명할 건 없고, 다시 스크롤의 압박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찍은 사진들 나갑니다~~

온통 신비한 덧칠로 가득한 산세가 어찌 만들어졌을까를 한 10초간 고민해본 우리 부부가 내린 답은,

'인민군 백만을 동원하여 페인트로 칠했다'

저 위 이정표에 적혀 있던 마자면관麻子面馆.

이런 황량한 곳에 뜬금없이 저게 뭔가 했더만, 100여 년 전 청대만 해도 멀쩡히 영업을 하던 곳이었다나.

오늘날엔 가끔 드라마/영화 촬영 장소로나 쓰이고 있을 뿐이지만.

이곳 칠채산 특유의 색채는 해질 무렵이 되어야 더 아름답게 빛난다고 하는데, 본거지가 이곳에서 200km 넘게 떨어진 우리가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아쉬운 마음 살짝 있긴 하지만 -실은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 체력이 다하여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꽤나 있었고- 다음 장소 이동을 위하여 철수.

토막 상식 하나: 대륙의 차량 번호판을 보는 방법.

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원'에서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省은 고대 지명을 쓰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현재 이름을 약자로 쓰는 경우가 많다.

위 관광버스에 적혀 있는 '豫'는 삼국연의에 나오는 '예주', 따라서 현 하남성을 뜻하는 셈. (이곳 감숙성은 甘을 그대로 쓴다는 건 이곳이 대륙 역사에서 중요했던 지역은 아니었다는 또 하나의 방증)

가만, 하남성에서 저걸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남성의 한가운데 위치한 교통의 요지 정주에서 이곳 장액까지 거리는 철도로 1718 km ㄷㄷㄷ)

이곳에서 가깝지 않은 데서 놀러온 차량이 더 있나 주차장을 기웃거려 보았다.

'闽'은 민남어를 쓰는 이들의 고장인 복건성, '川'은 이곳에서 도상거리만 가까울 뿐, 실제 교통은 매우 극악한 사천성.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귀주성에서 온 차량이라 저리 지저분한 건가-_-;;

어익후, 북경에서 온 분이 계시니, 옆에 있는 섬서성 차량은 명함도 못 내밀 판.

으어... 강소성에서 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된 여정은 아니었을 터. 그 이유는 잠시 후에 밝혀드린다.

이제 저 정도 절벽은 구경거리 축에도 못 든다.

돌아가기 전 장액 시내(?)로 이동하여 나름 이곳의 명소 하나를 더 구경하기로.

저것도 일주문이라 불러주어야 하는 건가...

암튼 '절'이라 하는 곳에는 어디든지 자리잡고 있는 문.

이 절의 공식 명칭은 따로 있는데, 아무도 그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원래 이름을 이곳 안내문에서 봤는데, 역시 잊어묵었다-_-)

눈앞의 건물 안에 모셔져 있는 대형 와불상 덕택에 아예 '와불사'로 이름이 고정되어 버렸다고.

딱 보는 순간 대동에서 보았던 요나라 건축물 화엄사와 비슷하다는 느낌. 물론 느낌일 뿐 별 근거는 없다.

현판만 봐서는 청나라 때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이런 데 흔적을 남기길 무척이나 좋아했던 건륭제가 쓴 걸까???

척 보기에도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와불상.

실제 예술적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그런 걸 알아볼 눈을 갖추기 못하여 모르겠지만,

막고굴의 148, 158번 굴 와불상에 대한 기억이 살아 있는 입장에서 솔직히 예술적인 면에서 감흥은 그닥 없었다.

어쨌든 여기 계신 부처님의 크기는 대략 40여 m. '동양 최대'라고 하는데 좀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서양 어딘가에 이곳보다 더 큰 와불상을 모셔놓은 곳이 있다고?

그렇지 않다면 '세계 최고'에 집착하는 대륙인들이 그냥 동양 최고라고만 했을 것 같지 않은데...

문득 궁금하여 후다닥 검색을 해보았더니 '세계최대 와불'이 모셔져 있다고 주장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본 후쿠오카, 타이 방콕, 한국 부여...

진실은 어디에???

이곳에 거대 와불 및 건물이 조성된 건 서하 시절.

딱 천년쯤 된 셈인데, 건물 상태라든가 내부 벽화, 각종 소상들을 보니 청대 및 20세기 이후에 대대적인 수리를 했을 거란 짐작이 든다.

어쨌든 천년 넘는 세월이나마 누워계셨으니 다른 힘든 자세의 부처님보다야 편안하지 않았을까 하는 뻘생각을 하고

나름 경건했던 탐방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그만 빵~ 터져버리게 하는 글귀가 있었으니...

칠채산의 친절했던 '영어 안내문'이 다시금 생각나더라는...

와불이 모셔져 있던 건물을 돌아나와 고만고만한 절 내부를 둘러보기로 한다.

하아, 이건 좀 희한하다. 전형적인 북방 쪽 건물에 떡 하니 인도/티벳식 백탑이라니. 하긴 북경에도, 란주에도 저런 탑이 있는 걸 보니 그닥 희한할 것도 없는 일이구먼.

저 멀리 누워계신 부처님 덕택에 살림이 폈는지 와불사 앞은 이리도 널찍한 광장에 분수가 뿜어져나오는 공원까지, 나름 대륙답지 않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두었다.

이제 진짜 돌아갈 시간.

다시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대륙에 건설된 30번째 고속도로인 이곳의 이름은 '연곽고속连霍高速'.

강소성의 연운连云항(칭다오 바로 아래라 생각하심 된다)을 출발하여 위구르의 #$^@$#^#^라는 곳까지 연결되는 대륙 최장거리 도로라고 택시기사 아저씨께서 설명해주었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라 알아듣지는 못했다. 뭐 이름대로 '훠'가 들어가는 곳이려니.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보았더니,

우리가 돌아가야 할 가욕관까진 앞으로 199km.ㅠㅠㅠ

저기 적혀 있는 2221은 고속도로의 기점 연운항에서부터의 거리라는 말씀.

그러니까 우리는 고속도로 전체로 봤을 때 딱!!! 중간 지점에 있는 셈이라고ㄷㄷㄷ222

처음부터 동서간에 산업물자를 실어나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니 만큼,

여행 차량보다는 저렇게 무시무시한 외양을 갖춘 화물차가 훨씬 많이 다니는 길이다.

'冀'(삼국연의에서 '기주'가 어딘지 생각해보시라)字 적힌 트럭 정도는 여기선 양반. 가끔 '黑'이 적혀있는 트럭을 보면 무섭다. 저 트럭을 모는 사람은 과연 몇시간이나 잤을까 생각해보니.




2221 -->> 2403.

거의 다 온 것 같다ㅠㅠㅠ

온통 시야를 메우는 제철소가 눈에 들어오니 비로소 돌아왔음이 실감난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