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마무리됐다. 지난 30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 KBL신인드래프트에서 총 39명의 참가자 중 22명이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경희대의 전성시대를 이끈 김종규(207cm, C) 김민구(190cm, G) 두경민(183cm, G) '3인방'이 전체 1~3순위를 휩쓸었고 1라운드에만 5명의 포인트가드가 호명됐다. 많은 화제속에 막을 내린 신인드래프트를 팀 별로 정리해봤다.

창원 LG 세이커스 - 김종규(1순위, 경희대, C), 이관기(19순위, 고려대, F)

팀 창단 이후 최초로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창원 LG는 경희대 센터 김종규를 선택했다. 김종규는 경희대의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 3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207cm의 큰 키에 역대 최고의 운동능력을 타고난 김종규는 대학 1학년때부터 '제2의 김주성'으로 불렸다. 공격시 스크린, 리바운드 등에 집중하며 피딩과 돌파, 커트인에 능하고 중거리슛도 장착했다. 발이 빠르고 활동량이 많으며 전술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수비 범위가 매우 넓다.

LG에게 김종규는 최고의 선택이다. LG는 간판스타 기승호(194cm, F)와 김영환(195cm, F)이 건재한 가운데 오프시즌 김시래(178cm, G)와 문태종(197cm, F)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빈약한 골밑이 문제였다. 송창무(205cm, C)와 백인선(196cm, F)이 고군분투 했지만 타 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국가대표 주전 센터인 김종규를 데려 오면서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했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전주 KCC 이지스 - 김민구(2순위, 경희대, G), 염승민(18순위, 고려대, G)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뽑은 전주 KCC는 경희대 슈팅가드 김민구를 데려왔다. 지난 8월 제27회 FIBA 아시아 남자 농구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슈퍼스타로 떠오른 김민구는 드리블-볼 핸들링-패스-시야-돌파-슛 등에서 이미 완성된 뛰어난 기량을 갖췄다. 리딩 가드, 슬래셔, 슈터의 역할을 모두 완벽히 해낼 수 있고 속공 전개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공-수에 걸쳐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압박 수비에 능하고 최고 수준의 스틸 능력도 갖췄다.

강병현(193cm, G)과 김효범(191cm, G)이 건재한 가운데 김민구가 가세하면서 KCC는 막강한 슈팅가드 진을 구축했다. 지난 시즌 전역 후 경기당 평균 16.1점을 넣으며 팀을 이끈 '돌아온 에이스' 강병현과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김민구의 만남이 어떤 효과를 낼지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신 라인업을 자주 운용하는 허재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박경상(180cm, G)-김민구-강병현-김효범이 동시에 뛰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원주 동부 프로미 - 두경민(3순위, 경희대, G), 김창모(17순위, 연세대, F)

원주 동부는 전체 3순위로 두경민을 지명했다. 경희대의 전성시대를 이끈 포인트가드 두경민은 힘이 세고 발이 빠르며 체력이 강하고 활동량이 많다. 돌파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공이 없을 때는 슛을 던질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며 속공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수비에서는 경기 내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자신보다 큰 선수의 포스트 업을 별 무리없이 막아낸다. 17순위로 영입한 '얼리엔트리' 김창모(190cm, F)는 힘이 세며 궃은 일을 잘 해낸다.

두경민과 김창모의 가세는 동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동부는 박지현(184cm, G)과 이광재(184cm, G)의 뒤를 받힐 가드가 부족했다. 지난 8월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김영수(177cm, G)와 김현호(184cm, G)가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지만 확실한 믿음을 주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두경민의 가세는 그야말로 천군마마. 힘을 이용하는 수비와 궃은 일에 능한 김창모도 스몰포워드 진의 깊이가 얕은 동부에게 탁월한 선택이다.

서울 삼성 썬더스 - 박재현(4순위, 고려대, G), 조한수(16순위, 성균관대, F/C)

서울 삼성은 1.5%의 추첨확률로 23.5%의 부산 KT를 제치고 4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는 행운을 누렸다. 삼성의 선택은 고려대의 박재현(183cm)이었다. 슛-패스-볼 핸들링-수비력이 뛰어나고 포인트가드,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 할 수 있다. 박재현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공 소유를 짧게 하면서 이승현, 이종현, 문성곤(이상 고려대) 등 득점력이 뛰어난 동료들에게 기회를 잘 배분했다. 2대2 공격, 속공을 전개에서도 동료들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삼성의 가드진은 의문 부호가 많이 붙어 있었다. 김승현(178cm)과 황진원(188cm)은 36세로 새 시즌을 맞이하며 이정석(183cm)과 이시준(180cm)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부상을 많이 당하는 편이다. 이관희(190cm)와 박병우(186cm), 최수현(178cm)은 적지 않은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재현의 가세는 삼성 가드진의 깊이와 안정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부산 KT소닉붐 - 이재도(5순위, 한양대, G), 오창환(15순위, 한양대, F), 안진모(21순위, 명지대, C)

부산 KT는 운이 없었다. 23.5%의 추첨확률에도 불구하고 1~4순위 지명권을 얻지 못했다. 전체 5번째 권리를 얻은 KT의 선택은 한양대 야전사령관 이재도(180cm)였다. 엔트리 패스, 킥아웃에 능하며 탑에서 한 번에 넣어주는 고난도의 패스를 잘 구사한다. 속공 상황에서는 천하무적이다. 아웃렛 패스를 받는 위치와 타이밍, 패스 또는 질주를 선택하는 판단,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는 부드러운 패스, 속공이 실패했을 경우 바로 얼리 오펜스로 전환하는 기민함까지 완벽 그 자체이다.

김명진(180cm)의 군입대, 김현중(181cm)의 부활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 때문에 KT의 가드 보강은 필수였다. 그리고 김민구, 두경민, 박재현이 다른 팀으로 간 상황에서 이재도는 KT가 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한양대의 '육상 농구'를 이끈 이재도는 전창진 감독이 추구하는 KT의 빠른 농구에 아주 잘 어울린다. 이재도가 대학 시절 보여준 기량과 경기력을 프로에서 재연한다면 김현수(184cm), 김현중, 김우람(185cm)등과의 주전 경쟁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고양 오리온스 - 한호빈(6순위, 건국대, G), 임승필(14순위, 동국대, C)

오리온스는 전체 6순위로 건국대 포인트가드 한호빈(180cm)을 지명했다. 건국대 '공격의 핵' 한호빈은 올 시즌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에서 평균 5.5도움을 올리며 '도움왕'에 등극했고 15.2점씩을 넣으며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했다. 왼손잡이 한호빈은 포인트가드,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특히 2대2 공격 전개에 능하다. 스크린을 받은 후 탑으로 이동해서 던지는 3점슛, 짧게 파고든 후 던지는 중거리슛은 한호빈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오리온스 주전 포인트가드 전태풍(180cm)과 새롭게 합류한 한호빈은 공통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왼손을 쓰며 2대2 공격 전개에 매우 능하다. 그리고 '투가드 시스템'에 익숙하다. 전태풍은 전주 KCC시절 임재현(182cm)과 좋은 호흡을 선보였고 한호빈은 건국대 시절 이원대(184cm), 이승환(178cm)과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픽&롤과 투가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왼손잡이 전태풍, 한호빈의 만남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 - 전성현(7순위, 중앙대, F), 이대혁(13순위, 건국대, C)

KGC인삼공사는 전체 7순위로 중앙대 포워드 전성현(188cm)을 지명했다. 중앙대 에이스 전성현은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대학 최고의 슈터이다. 올시즌 대학농구리그에서 3점슛 성공(경기당 3.44개)과 성공률(48.3%)에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매 경기 집중 견제를 당했다는 걸 생각하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놀라운 수치. 출전 시간이 적었던 지난 2시즌에도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2%(41/97)였다. 슛만 놓고 보면 역대 슈터 계보에 이름을 올릴 만큼 정확하다.

KGC인삼공사는 전체 13순위로 센터 이대혁(203cm)을 데려왔다. 건국대의 골밑을 지킨 이대혁은 대학 농구의 대표적인 '런닝 빅맨'이다. 2년 전 부상을 당한 이후 오랫동안 뛰지 못하면서 운동능력이 다소 감소했지만 그의 스피드와 점프력은 여전히 타 팀에 대단히 위협적이다. 올 시즌 대학농구리그에서는 스크린&롤, 리바운드, 수비 등 기본에 집중하며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상 컨디션의 이대혁은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뛰어난 빅맨이다.

비교적 낮은 지명 순위에도 불구하고 팀의 약점을 메우는 알찬 영입에 성공했다. 전성현은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 중인 이정현(190cm)의 자리에서 뛸 수 있다. 이정현 만큼 다재다능하지는 않지만 슛의 정확도와 폭발력은 그 이상이다. 이대혁은 주전 파워포워드 오세근(200cm)의 백업 요원으로 뛰게 될 것이다. 203cm의 이대혁은 기존의 백업 빅맨인 정휘량(198cm)과 최현민(195cm)보다 키가 5cm 이상 크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 임준수(8순위, 성균관대, G), 이정제(12순위, 고려대, C)

인천 전자랜드는 전체 8순위로 성균관대 임준수(188cm)를 지명했다. 임준수는 경기 운영능력과 수비력이 뛰어난 장신 포인트가드이다. 포스트업과 엔트리 패스에 능하고 리바운드(올시즌 경기당 9.9개)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공 소유를 간결하게 하면서 패스 게임을 잘 주도한다.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속도감이 필요한 공격 전개도 잘 해낸다. 단점은 슛이다. 올시즌 자유투 성공률은 60%(36/60), 3점슛 성공률은 13%(6/44)에 불과했다.

전자랜드의 가드진을 구성하는 박성진(182cm), 정재홍(178cm), 정병국(185cm), 김지완(190cm) 등은 각자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기 운영능력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강혁(은퇴)과 문태종(LG 이적)도 이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 조립에 능한 임준수는 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2순위로 영입한 이정제(203cm)는 뛰어난 후배들에 밀려 출전 시간이 적었다. 중거리슛이 정확한 그는 한정원(200cm)과 함께 주태수(200cm)의 부상 공백을 채우게 될 것이다.

울산 모비스 피버스 - 전준범(9순위, 연세대, F), 김영현(10순위, 경희대, G), 이대성(11순위, G)

울산 모비스는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연세대 전준범(195cm), 경희대 김영현(186cm), 미국 브리검영대 이대성(190cm)을 9~11순위로 지명했고 상명대 김주성(172cm)을 전체 22순위로 영입했다. 전준범은 운동능력과 외곽슛이 뛰어난 장신 스몰포워드, 김영현은 상대팀의 에이스를 봉쇄하는 전문 수비수다. 김주성은 기술과 돌파, 슛이 뛰어나고 수비력도 좋지만 키가 작은게 약점이다.

모비스는 과거 또는 현재에 소금같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과 닮은 2,3번을 집중적으로 지명했다. 큰 키를 이용하는 수비력과 외곽슛이 좋은 전준범은 천대현(193cm)과 닮았다. 상대팀 에이스를 봉쇄하는 전문 수비수로 뛰면서도 외곽슛 능력을 갖춘 김영현은 이병석(은퇴)이 연상된다. 3점슛이 뛰어난 슈팅가드 김주성은 박구영(185cm)과 다소 흡사하다. 함지훈(198cm)의 백업 빅맨을 뽑는 대신 스윙맨을 집중적으로 데려온 모비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궁금하다.

서울 SK 나이츠 - 신재호(20순위, 단국대, G)

서울 SK는 귀화혼혈선수 박승리(198cm, F)를 영입했기 때문에 이번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잃었다. SK는 전체 20순위로 가드 신재호(181cm)를 지명했다. 단국대 에이스 신재호는 올시즌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23.9점을 넣으며 명지대 김수찬(20.6득점)을 제치고 득점왕에 등극했다. 왼손을 쓰는 신재호는 돌파를 통해 많은 점수를 넣었다. 일단 프로의 시작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유능한 가드를 많이 보유한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