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종착역 란주에 도착. 770km에 정확히 10시간 걸렸으니 꽤나 느릿느릿하게 달리긴 한 듯.

성도급 도시이다보니 이런저런 패스트푸드점도 있다.

입이 짧디짧은 마나님이 오매불망 원하던 肯德基가 보이길래 그걸로 아침을 때우는 수밖에.

일단 숙소에 체크인부터.

기차의 침대칸이 안락해봤자이니 체크인할 숙소는 최대한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예약해 두었는데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아침 일찍부터 체크인을 받아줄까 하는 걱정이었는데, 여기 인심 좋다. 아침 9시부터 입실 가능. olleh~

대륙의 웬만한 숙소에서 한국에서와 같은 깨끗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여 우리가 숙소를 고르는 방법 중 하나는 '영업개시년도'를 알아보는 것.

최근에 연 곳일수록 깨끗할 테니. 그래서 2013년부터 문을 연 이곳을 골랐다. 결과는 대성공.

그래도 대륙여행을 이곳저곳 해봤다 생각하는데 5성급을 제외하고는 이곳이 그동안 묵어본 숙소 중 최고.

방도 좁은 것이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을 생각하게 한다.

점심 시간 넘도록 방에서 휴식 차 뒹굴다가 무거워진 엉덩이를 일으켜 시내 구경을 나선다.

마나님께선 그냥 쉬던 기세를 몰아 돌아다니지 말고 걍 쉬자고 하는 걸 억지로 잡아끌고 나섰는데...

란주반점.

이름을 봐선 이곳에서 가장 권위 있던 숙소였을 것이다. 생긴 것만 봐도 공산당 높으신 분들이나 묵을 만하게 보이고.

땅덩이 넓은 대륙의 독특한 로터리식 육교.

오늘의 목적지인 감숙성 박물관에 도착. 이름에서도 짐작 가능하듯 각 성의 성도급 도시에만 있는 성립 박물관이다.

원래 제목에 한글로 '성 박물관'이라 적었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省으로 급 변경ㅋ

그림 오른쪽에서 보이다시피 현재 이곳의 관람료는 '공짜'.

근데 왜 티켓을 받아서 들어가야 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_-;;

역사적으로 감숙성은 실크로드의 초입부로 알려진 곳.

따라서 이곳의 유물 대부분은 실크로드에 흩어져 있는 각종 문명/문화유산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들 하는데,

실크로드를 따라 수출하던 진짜 '실크'라고.

'진짜' 실크 222

10세기 전후하여 이곳을 지배했던 서하 문자로 적힌 서류.

암만 봐도 '더욱 복잡한 한자' 같은 느낌인데.

오오. 당삼채로 된 그릇.

저 단순해 보이는 푸른빛 나는 당삼채가 나는 좋다. 이곳이 당삼채로 주로 소개하는 곳이 아니니 수량이 적어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당삼채로 본격 눈호강을 하고 싶으면 섬서성 박물관이나 하남성 박물관에 가보시라.

막고굴에서 보았던 보살과 비슷한 풍의 복장.

같은 당나라 시절 작품인 듯.

저 배트맨인지, 외계인인지 헷갈리는 문양의 그릇.

꽤나 오래된 걸로 아는데...

이런저런 청동 제품들.

이 작품이 감숙성 박물관 최대의 자랑거리이다. 앞서 올렸던 입장권에도 이 작품이 인쇄되어 있을 정도.

하늘을 향해 도약하는 천리마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

그러고보니 란주역 광장에 서 있던 말상이 바로 이 작품이었던 것.

애초에 실크로드란 게 교역이 아니라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척된 길이니 그 길을 통해 외국의 질 좋은 천리마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을 터.

그 마음이 표현된 걸작이란 게 설명.

과연 훌륭한 작품이란 건 인정하지만, 성급 박물관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는 좀 약하지 않은가 하는게 겉보기에 화려한 게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눈 낮은 여행자의 생각이기도-_-;;

아참, 여기 공짜였지?

속눈썹이 아주 카와이~한 소.

오오오...

이 청동으로 된 장식은 어디서 많이 본 거.

우리 부부는 동시에 6년 전 사천성 갔을 때 들렀던 삼성퇴三星堆 박물관을 떠올리게 되는데...

잠시 샛길로 빠져보십니다.

1986?년에 이곳에서 발견되어 세계 고고학계를 흥분시켰다는, 아직까지도 그 역사는 고사하고 정확한 연대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이른바 전촉前蜀 문명의 유물을 전시해 놓은 곳입니다.

대부분 청동 유물이라 5000여 년 전 청동기 시대의 것이라는 추측 정도 하고 있는데, 유물의 생김새들이 너무나 대륙 다른 지점 것들과 판이하게 달라 여러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지요.

새머리 생김새부터 벌써 뽀쓰가 풍기지 않나요?

얼핏 보기에는 위 감숙성 박물관에 있는 촛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건 촛대는 아니고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토템 신앙을 표현한 것이라고.

어김 없이 새머리가 위풍당당하게 자리잡고 계시고

새 모양을 한 신상이 어디에든 눈에 띈다.

뭐니뭐니해도 삼성퇴 박물관에 구경온 이들을 가장 크게 매료시키는 물건은 바로...

저 튀어나온 눈알이 아주 인상적인 청동 마스크.

크기도 굉장히 커서 직접 얼굴에 걸치는 용도는 아니었을 텐데, 뭔지 궁금.

이렇게 실제 얼굴에 착용 가능한 사이즈도 있지요.

보통 이런 유물은 당시 사람들의 얼굴을 반영하여 만들어졌을 수밖에 없는데,

당시 대륙인들이 저리 생겼을 리는 없지 않겠어요?




유비가 촉한을 세운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라 이를 전촉 문명이라 불렀을 뿐, 이런 유물을 남긴 이들과 중원 문명을 이룩한 이들은 그 근본이 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이들을 설명하는 유력한 학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남미 잉카 제국, 아프리카, 심지어는 외계인설까지 그냥 가져다붙일 수 있으면 붙여놓고 보는 형편이라고-_-;

하나 더,

2007년 쯤 대륙 고고학계에서는 '5000년 전 삼성퇴 문명과 하-상-주로 이어지는 역사 시대의 문명을 이어주는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선전을 하며 그 유물을 모아 성도시에 금사金沙 박물관 이란 곳을 또 개관했습니다. 대략 2000-4000년 전 쯤 것들이라는데,

삼성퇴 박물관은 몰라도 이곳 금사박물관까지 들러보라는 추천은 차마 못 하겠습니다. 솔직히 못 믿겠거든요.

자, 다시 감숙성으로 돌아옵니다..........

뭐 공짜 박물관이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생뚱맞게도 '고생물화석'관까지 닿게 되었다.

와우, 교과서에서 글로만 보았던 '삼엽충'이다.

갑자기 즐거워지기 시작.ㅎㅎㅎ

내 아무리 영어를 못하고, 저런 지질학 용어를 모른다 해도 이건 알겄다. 뭐가 이상했는지.

문제는 저런 게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는 거지만.

(근데 우리가 대륙보고 저런 실수를 비웃을 수 있는 건지.. 그 유명한 부산 롯*의 bitch festival 기억이 문득ㅋ)

오, 중생대 감숙성에는 저리 공룡이 많았다고???

와우, 앵무조개 화석.

근데 저거 작년에 누벨 칼레도니 수족관에서 '살아 있는' 물건을 봤었는데... 역시 살아 있는 화석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

신기하다. 저게 누가 그린 게 아니라 진짜 화석이라니.

이런저런 모형을 전시해놓으니 어린이들은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요즘은 '공룡은 생각보다 작았거든' 이라는 주장이 대세인 시기 아닌가?

이건 맘모스 뼈 복원 모델. 진짜 뼈인진 못 믿겠지만.

우리는 티라노사우르스가 저래 생겼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건만...

고생물관을 나와 잠시 우왕좌왕했지만,

벌눈 무늬 같이 생긴 토기.

앙소 문화권이었다고 했던가... 진짜로 저게 7천년 된 거라고라고라???

뉘시더라...

박물관을 따분해할 어린이들을 위한 퍼즐놀이.

이거 아이디어 괜찮은데, 한국 박물관에도 이런 놀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있었나?)

짜잔~~

석굴로 유명한 감숙성의 불교유적지 모형도 있다.

이미 막고굴을 들렀다온 우리에게야 그닥 감흥이 있기 어려운 곳.

근데 제법 그럴싸하다.

그 인색한 대륙인들이 이런 데 자기 복을 빌면서 돈을 내던지는 데는 또 아무 주저함이 없다.

그래봐야 1元 아니면 5毛짜리 이긴 하다만.

부처님 가슴팍에 찬란히 빛나는 'EXIT'가 참 인상적.

티벳 스타일의 거대한 종들. 돌리기도 힘들어 보인다.

이곳까지 청나라의 힘이 많이 닿긴 했나보다. 저기 적힌 건 몽골 문자인가, 만주 문자인가. 가만 보니 만주 문자인 듯.

이건 확실히 티벳 문자.

송첸 감포께서 만드셨다 했던가?

그렇다, 티벳 불교 유적에서 남녀교합상을 빼놓으면 섭섭하지ㅎㅎㅎ




언제건진 모르지만 저렇게 멋들어진 티벳식 탕카도 구색을 갖추어 두기도.

'홍색감숙'.

윽. 저런 것까지 보려고 힘들게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터 패쓰.

뉘신진 모르겠으나 한 글씨 하시는 선사이가보다.

잠깐 들어가봤지만 저거이 잘쓴 건지 알아볼 능력이 안되니 걍 신속히 돌아나왔다.ㅎㅎㅎ




오, 아까 그 선사님의 젊었을 때 모습이라니.

볼거리가 많든 적든 이런 미지의 장소, 특히 박물관을 돌아보는 건 즐거운 일이긴 한데,

인간적으로 몸띵이가 참 힘들긴 했다ㅠㅠㅠ

특히 많이 지쳐 있는 마나님에게 대단한 볼거리도 없는 곳에 끌고갔다고 잔뜩 타박을ㅠㅠㅠ

속히 택시에 올라타 숙소로 컴백하려는데,

감숙성 전체 모양마냥 황하를 따라 옆으로만 길쭉한 란주라는 도시의 교통사정도 어지간히 좋지 않다.

실크로드의 초입부답게 저런 모스크도 살짝 숨어 있다.

아아아, 이게 웬만한 한 나라의 수도보다 훨씬 클 성도급 도시의 한가운데에도 저런 장면이...

첨 봤을 땐 당연히 모스크려니 했는데, 문득 타지마할의 짭퉁은 아니었는지 괜히 걱정이 생기는 건 뭐지.-_-;

저녁을 먹으러가기 직전 마지막 볼일.

내일 새벽부터 이용한 버스표 예매를 해두어야 한다.

뭔가 인터넷 사전예매가 불가능하여 사람속을 태우더만.

헐, 근데...

외국인에겐 시외버스표를 안 판단다-_-;;;;;;;;;;

감숙성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은 반드시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봤는데,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ㅠㅠㅠ

다시한번 출혈을 무릅쓰고 택시를 이용하기로 결정.

박물관 투어 및 버스표 구입이 모두 마음먹은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마나님이 폭발 일보직전까지 갔으므로 일단은 달래드리는 것이 우선.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도 '배고파서'일 가능성이 아주 커서겠지만ㅎ

호텔 부설 식당으로 가 무조건 주문 ㄱㄱㅆ~~

서역에 와서 양고기 한번 못 먹고 돌아갈 수는 없다.

감숙성에 갈치라... 갈치 구경을 하려면 적어도 2000km는 넘게 움직여야 할 텐데 말입니다요.

하지만, 몸이 피곤하건 말건 배가 고프건 말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가보리라 맘먹은 곳을 안 갈수는 없는 노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