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님의 몸 및 기분 상태가 심상찮다.....................

'우리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그냥 숙소에서 푹 쉬자, 응?'

하지만 우리는 다음 날 이곳 란주를 떠야 하는 처지, 오늘 쉬면 오늘 갈 곳은 평생 못 가볼 터.

마나님을 간곡하게 설득하여 그래도 다녀오기로 한다.

문 연지 몇 달 되지 않은 우리 숙소의,

대륙답지 않게 놀라울 정도로 깔끔한 식당.

힘든 길을 다녀와야 하니 아침도 든든하게 먹어두려고 애쓴다.

사실 힘들 만도 한 일. 지난 일요일 출발한 후 우리 여정을 km로 계산해보면,

1일: 인천-북경-돈황 비행기 3000,

2일: 막고굴 및 명사산 왕복 100, (3100)

3일: 옥문관-아단공원-양관 왕복 260 (3360)

4일: 돈황-가욕관 기차 400 (3760)

5일: 장액 칠채산 왕복 500 (4260)

6일: 가욕관 40 (4300) 

7일: 가욕관-란주 기차 770 (5070)

8일: 백은 황하석림 왕복 350 (5420)

8일 동안 대략 5400 km를 쏘다닌 셈ㄷㄷㄷ

안 피곤한 게 이상할 지경-_-;;;

다시 한번,

마누라 말을 들었어야 했다.......


어쨌든 나중에 벌어질 일은 생각하지 못하고 이날의 일정을 강행하기로 한다.

전날 황하석림 다녀올 때 이용했던 사설택시를 오늘도 이용하기로 하고 차량 탑승.

대륙의 도시 교통은 언제나 이러하다.

초거대도시 도심지를 제외한 대부분 시가지 사거리에선,

1.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2. 드물게 직진/좌회전 동시신호가 있는 도시도 있는데 문제는 반대편 차선도 동시에 직진/좌회전 동시신호라는 거-_-;;;;;

란주는 대륙 서편 저멀리에서 발원되어 수천 km를 유유히 흘러내려오는 황하가 만나는 첫번째 대도시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공원을 황하 강변에 만들어두었는데 이곳을 두고 얘네가 붙인 이름은 '황하모친'.

보시다시피 어머니상도 만들어 둔 게 슬쩍 눈에 띈다.

우리는 이미 절날 황하를 훨씬 더 큰 스케일로 구경했기에 여기는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정도로 패쓰.

허연 빵떡 모자를 쓴 회교도 영감님이 싣고가는 것이니 설마 돼지일 리는 만무하고, 양고기덩어리인 듯.

란주시는 밑으로 황하가, 위로 저런 황무지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서 모양이 별나게 길쭉할 수밖에 없다.

도심지를 벗어나자마자 길 꼬락서니가 볼만해진다.-_-

오늘의 1차 목적지 유가협 댐 자리까지 남은 거리는 아직도 44km.

보다시피 이런 이판사판 공사판을 지나야 하고,

이런 터널도 뚫고 지나며,

고속도로도 아닌 것 같구만 꼴에 무슨 요금소도 통과해야 한다.

여하튼 저 대륙인들의 '홍색'에 대한 집착은 상상초월.

붉은빛을 뜻하는 한자가 '紅'만은 아니련만 대륙인 들이 '赤'字 쓰는 건 '적벽' 외엔 들어본 일이 없다.

아무 근거 없이 짐작하자면 '홍' 발음에 동일한 발음의 좋은 뜻을 가진 글자가 많아서가 아닐까 싶은데...




어쨌던 두 시간 가까이 거지 발싸개 같은 길을 헤치고 마침내 유가협 댐 입구에 도착.

하지만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보시다시피 이곳의 이름은 나름 거창하게도 '황하삼협병령' 경구.

1800여 년 전부터 누백년에 걸쳐 지어진 감숙성 최대급 석굴로 유명한 병령사가 이곳의 핵심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가지 관광코스를 한데 버무려 놓고 엄청난 여비를 뜯어내게끔 해둔 곳이다-_-;

그 출발점인 이곳, 유가협은 장강 상류를 가로막는 세계 최대급 (대륙인들의 세계 최대에 대한 집착도 어지간하다) 삼협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대륙에서 가장 큰 댐으로 알려졌던 곳.

황하 상류 해발 1500m 는 족히 됨직한 지역에 댐을 건설한 통에 야트막한 산 몇 개 정도는 그대로 수몰되어 버린 무시무시한 곳ㄷㄷㄷ

병령사에 가려면 이곳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물에 잠긴 산을 헤치고 가야 한다.

육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편도로 두 시간 거리라 더 빠르지도 않거니와 '비포장' 산길이라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무써븐 얘기가 있기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

가이드북에는 선착장에 도착하여 배 주인들과 병령사에 다녀오긴 위한 배삯을 협상하라고 나와 있지만,

오늘날엔 그런 거 없다. 일괄 90元/1人.

안타깝게도 시간 제한도 엄격하여 마음 놓고 관광지를 둘러볼 여유도 안 줄 것 같아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

그렇게 배를 빌리려면 아마 요금도 엄청나게 뛸 듯.

그나마 우리 식구는 같은 배에서 꼴찌로 탑승하는 바람에 좋은 자리는 죄다 빼앗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딴 배 탈 걸.

우리가 탄 배는 한 시간만 달리면 되는 나름 쾌속선이고,

저기 보이는 배는 편도로 세 시간 가량 걸리는 '유람선'이라나.

암만 봐도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지 않고,

대홍수로 산이 물에 잠긴 모습이다.

이게 '강'이라니 역시 대륙의 스케일은 달라도 한참 다름.

심지어 저 멀리 수평선도 보이는 '강'ㄷㄷㄷ

여기는 나름 세갈래로 갈라진 갈림길, 켁.

저기 저 뿌연 것이 단순히 수증기 때문에 생긴 안개인지, 아님 스모그인지 상상하기도 두렵다.

수평선을 향하여 하염없이 달리다보니 뭔가 발견.

이런 와중에서도 추월하는 재미가 쏠쏠ㅋ

물 색깔이 한층 더 누리끼리해진 것이 제법 상류로 올라왔다는 증거인 듯.

어째 산세가 전날 다녀온 황하석림과 비스무리해 보이기도 한다.

황하석림은 란주 북쪽 160km, 이곳은 란주 서쪽 150km 쯤 떨어져 있거늘......

암만 봐도 병령사는 고사하고 절 같은 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데 어쨌든 내리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