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숙성 불교 미술의 걸작 병령사석굴을 돌아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172까지 번호가 있는 석굴 중 대부분은 요래 쪼매난 것들이고,

일부 괜찮은 상태로 노변에 노출된 채 천여 년을 꿋꿋이 버텨온 것도 있고,

더 괜찮은 건 이렇게 빗장을 걸어두고 추가요금을 내야  그 속살을 보여준단다. 

뭐 이 동네야 이렇게 가다가 돌아서건,

가던 쪽을 쳐다보건 온통 이 세상 같지 않은 경관이 빛을 발하는 곳이니

그깟 불상 좀 못 본들 어떠하랴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하일라이트'를 보고 싶은 마음이 또 없는 건 아니기도 하고, 쿨럭-_-;

이곳 병령사석굴의 하일라이트는 번호순으로 맨 끝판에 나타나는 곳들이다.

169, 171, 172번 굴.

문제는 저 하일라이트를 구경하려면 '특별요금'을 내야 한다는 건데...

돈황 막고굴을 기억하시는지? 그때도 기본입장료 180元과 별도로 특별굴을 관람하려면 추가요금을 냈어야 하는데 그 금액이 무려 200元이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과연 아름답기 그지없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걸 몇십 분 들여다보는 댓가가 3명 합쳐 600元이었단 말씀ㄷㄷㄷ

근데 이곳, 병령사의 특별굴 요금은 더욱 골때린다.

171번 굴은 특별요금이 필요 없지만 169번과 172번 굴 입장료가 각.각.

300元 300元 300元 300元 300元 300元 300元...........

물론 저걸 각각 300元씩 내고 볼 사람은 없을 거라 자기들도 생각했는지, '앞서 잠가둔 모든 굴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통합입장권'을

500元을 받고 판단다. 물론 그게 전부도 아니고, 원래 내야 하는 기본 입장료 50元에 특별굴을 안내할 가이드비까지 포함하여 총합 580元에 모신다고.

애초에 이 정도 가격을 받는다는 정보를 알고 있긴 했지만, 너무나 살떨리는 가격이라 차마 자신 있게 지르지는 못하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매표소 앞에서 마나님을 슬쩍 떠보았다. '우리 통합입장권 사갖고 들어갈까?'

마나님께서 선선히 답하신다.

'돌.았.냐?'

미련 갖지 말고 먼 발치에서 쳐다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배 시간이 촉박하기에 비싼 돈 내고 올라가서 오랫동안 구경하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니.

정 비싼 굴 구경을 하고 싶다면 애초에 배도 혼자 전세내서 더 비싼 가격에 끌고 왔어야 할 일.

한참 공사중인 대불이 171번 굴, 왼쪽 큰 구멍의 왼쪽이 169, 오른쪽이 172인 듯하다. 오른쪽 따로 떨어진 곳이 170인 것 같고.

보기에도 살벌한 사다리에 가까운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이기에 어린이에겐 입장권을 팔지도 않는다고 한다. (물론 거짓말일 것 같지만.)

아쉬운 마음에 150mm 망원렌즈로 한껏 당겨본다.

칠채산에서 보았던 것 같은 알록달록한 단층 위에 조각된 불상이 제법 인상적이다.

169번 굴 내부 사진도 몇 장 퍼오는 걸로 아쉬움을 달래보고.

172번 굴의 벽화는 제법 생생하게 살아 있음이 보인다. 역시 높은 곳이라 보존 상태가 양호했던 듯.

이곳을 대표하는 거대 불상 171번은 2년 전 사진에서도 수리 중이더만 아직도 수리중. 그러면서도 입장료는 똑같이 받아먹는다.

개넘들.

171번굴 부처님은 애초 저리 생기셨다고. 확실히 보수가 필요한 상태이긴 해 보이는데,

공사가 끝나면 어떻게 변신하실 지는 아무도 모른다.

1인당 500元을 더 내면 저 문도 다 열어준다고는 하지만,

암만 봐도 막고굴 '그곳'의 감동을 넘지는 못할 것 같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다.

169, 172번 굴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쳐다봐주고,

출구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봉우리가 재미 있게 생겼다.

손오공을 가로막던 부처님 손바닥 같다고나 할까.

이곳의 탐방로는 처음엔 석굴 바로 아래를 따라서 석굴을 탐방하다가 171번 대불 앞에서 마른 계곡을 건너 입구로 돌아오며 멀리서 전체를 조망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석굴 위로 온통 주름진 절벽의 무늬는 인간의 흔적인가, 자연의 장난인가.

마지막이라 해놓고, 자꾸 돌아보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

반대편에는 뜬금없이 와불이 하나 모셔져 있다.

원래는 낮은 지대에 있었는데 유가협 댐을 세우면서 그 지역이 수몰될 예정이라 이쪽으로 옮겨왔다고. 부처님 피곤하셨겠다.

나름 멋지게 생긴 봉우리를 향한 곳이라 비석까지 세워 놓았는데, 무슨 글자인지 못 알아먹겄다-_-;;;;

아, 멋지다.

역시 불상을 많이 못 봐도 주변 경관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드는 차비는 좀 아깝다-_-;;;;;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초원을 둘러싼 탐방로를 다 돌아서,

다시 누런 황하가 흐르는 원래 장소로 컴백.

분명이 찍을 때 느낌은 다 달랐는데,

지금 보니 다 똑같아 보이네-_-;;;;;

무거운 사진기로 셀카를 찍으려니 힘들군-_-ㅋ

찰라와 같았던 구경을 마치고 다시 배에 오른다.

안녕, 병령사. 다시 이곳을 오기는 힘들 것 같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