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m Sanctam(우남 상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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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교과서에서 유럽의 역사를 이야기 할때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는게 서임권(敍任權) 투쟁입니다.
로마제국의 단일한 경제권역이 무너지고 단절적인 지역세력이 일어남에 따라 이런 네트워크를 묶어줄 구심점이 될만한 것은
교회뿐이었고 그에 따라 경제적 이익이 늘어나면서 생긱 서임권 투쟁은
중세의 헤게모니를 가를 세속권력과 교회권력간의 우위문제로 누가 이 시대를 이끌것인가 라는 핵심적인 투쟁이었습니다.
결국 세속권력이 교황에게 무릎을 꿇은 카노사의 굴욕을 이야기 하며
교황의 승리로 간단하게 이야기 하며 넘어가지만
중세를 규정짓는 복잡한 이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켰고
교황이 확실한 우위를 가진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대립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건이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의 교서인 우남 상탐(거룩한 하나의 교회)이었습니다.
이 우남 상탐 교서는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대리한 교황이 모든 세속과 교회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세속의 군주는 이 문제를 따라야 한다는 매우 파격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9세기부터 본격화된 서임권 투쟁의 연속이자 지속적인 문제가 되었던 세속권력과 교회권력간의 권력투쟁의 절정을 보여주는것으로
프랑스 교회와 마찰을 빗던 와중에 선언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중세 유럽에서 세속권력을 대표하는 두 세력은 독일(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 왕가였는데 독일은 13세기 대공위 시기를 거치면서
세속권력이 분할되었고(금인칙서) 프랑스는 독특한 가톨릭 주의인 갈리아주의를 내세우면서 배타적인 서임권을 주장하며
교황을 압박하였기 떄문에 지속적인 갈등관계를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교황의 배타적인 세속영역마저도 침범하고 독립적인 도시국가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라서 교황이 필살카드로 이런 교서를 내리게 된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위엄있게 내린 교서는 필리프 4세를 화나게 했고 별장에 있는 교황을 습격한 아니니 사건을 일으켜 아비뇽으로 교황을 납치하게 됩니다.
바로 아비뇽 유수라 불리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죠
절정의 교황권을 주장하자 마자 세속권력의 통제하에 놓여진 교황권은 위축되었지만 헤게모니를 잃어버린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유럽은 카톨릭주의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신성한 교회권력은 세속권력이 유지되는 근거인 혈통이 아닌
절차적 정당성에 의해 확보되고 있었고 이것이 섭리하는 신의 수레바퀴 하에 움직인다는 개념이 확고 했기에
영속성을 가지고 있는 신성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교황권력의 정치적 근거는 로마서에서 찾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13장을 통해 성립되는것으로 이야기 됐었죠
로마서 13장
1.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2. 그러므로 권위에 맞서는 자는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고, 그렇게 거스르는 자들은 스스로 심판을 불러오게 됩니다.
3. 사실 지배자들이란 악행을 할 때에나 두렵지 선행을 할 때에는 두렵지 않습니다.
그대는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까? 선을 행하십시오. 그러면 권위로부터 인정을 받을 것입니다.
4. 지배자는 그대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하느님의 일꾼입니다. 그러나 그대가 악을 행할 경우에는 두려워하십시오.
그들은 공연히 칼을 차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악을 저지르는 자에게 하느님의 진노를 집행하는 그분의 일꾼입니다.
보키파키우스 8세가 내린 우남상탐 교서가 세속권력에 우위를 주장한 근거는 로마서 13장 1,2절 부분이었습니다.
신의 대리인인 교황은 하느님의 권위와 권능을 부여받은 기계(인격적 가치가 있는것이 아닌 권위의 대리자)로
세속권력을 통제할 정당성을 가진다는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성서에 기반한 교황의 정당성은 혈통이나 단순한 합의형식인 전통성에 근거한 세속군주들이 가질 수 없는 부분으로
엄청난 설득력을 가진 근거였습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세속의 신정정치화를 주도할 수 있었고
15세기 무렵엔 무력을 갖춘 전사 교황(율리오 2세)까지 등장해 세속권력의 통합을 노리기 까지 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신정정치화는 당시 경제,사회 체제에는 이미 낡아버린 틀이 되고 있었고
민감한 지식인이었던 마키아벨리와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한 세력들(도시군주들)에게 신성한 성서에 기반한 정당성을 무너뜨릴
정치사상(탈도덕적, 법을 통한 통치(法人格), 술(術)을 통한 통치)적 근거를 마련할 정도로 세속권력의 정당화 작업은 진척을 이루고 있었기에
수많은 마찰을 빚으며 서서히 근대체제로 이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갈등에 결정적인 폭탄을 던진 인물이 바로 마르틴 루터 였습니다.
루터는 앞서 본 로마서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뒷부분 3,4절을 통해 교황이 세속권력에 개입하는 근거를 제거하려 합니다.
3절 첫 구절이 악행을 행하지 않을땐 지배자가 두렵지 않다라는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선을 행할때는 간섭할 근거가 없다 라는 말로도
해석됩니다. 즉 우리가 하는 것이 선일땐 누구의 개입도 거부 할 수 있다 라는것이죠
그런 선인건 누가 판단하느냐? 인데 교회는 이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정당화 해주는것은 루터가 이사야서를 근거로 중요하게 주장한 숨은 신(Deus absconditus) 개념으로
신은 숨어 있기에 그 누구도 신의 의중을 알 수 없으며 누가 구원 받을지도 알 수 없다 라는 것입니다.
바로 교황이 대리인이라는 개념을 부수고 너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재조립해야 된다는 것으로
세속권력이 교황권에서 벗어날 근거를 마련한 것이죠
교회가 악행이라는 활동을 판단할 근거가 없으니 세속권력이 하는 행동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선이 될 수 도 있다는것으로
곧 세속권력은 교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통치할 근거를 가지게 된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무한한 세속권력의 독립을 보장해주면 교회는 세속권력에 묻히게 될 수 있기에 루터는 4절을 통해
독립적인 교회권력을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지배자는 그대의 이익을 위하는 일꾼입니다.' 로 시작하는 이 구절은 통치자는 신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보호해줄
의무가 있으며 세속권력을 무한히 휘두를때 생기는 재앙을 언급하며 독립적인 교회의 영역을 주장하게 됩니다.
즉 조건적 복종의 근거로 세속적인 삶은 군주들의 통치를 받겠지만 영적(신앙)생활은 독자적인 공동체 안에서 보장받겠다는 것으로
프로테스탄트의 가장 근본 개념인 회중(Congregatio fidelium)이 탄생하게 된것입니다.
권위를 부정하고 세속권력과 떨어진 새로운 공동체는 루터가 말한 오로지 믿음 을 실천하는 집단으로 평등한 권력관계속에서
형성된 신앙공동체 인것이죠
이렇게 종교개혁 시기를 통해 교황이 세속권력에 접근하는 정당성이 파괴되었고
단지 영적의 수호자로 머물러 위축되는 모습이 본격화 됩니다.
그러나 중세의 근간을 이뤘던 교황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계속 세속권력에 간섭해 교황우위를 끊임없이 주장합니다.
이런 교황과 세속간의 대립이 결정적으로 끝난것이 카를 5세가 주도한 사코 디 로마 였습니다.
이 사코 디 로마를 통해 확실한 세속권력의 우위가 확보되었고 교황령이 실제적으로 붕괴되면서
세속군주로서 교황의 영향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극심한 종교갈등의 표출인 30년 전쟁이 발발했고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신성이 제거된 배타적인 영역을 가진
'국가'라는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가톨릭은 서서히 유럽에서 힘을 잃고 그 자리를 세속권력의 분리를 이야기 한
프로테스탄트가 채우기 시작합니다. 즉 근대가 탄생된 것이죠.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탄생한 근대라는 시공간은 가톨릭으로 부터 철저한 독립이자
새로운 권위체를 통해 만들어낸 인공물적인 세계였습니다. 더 이상 신이 보호하는 세계가 아닌
만들어낸 기계적 세계인것이죠. 이런 모습은 교황으로 대표되는 가톨릭을 세속으로부터 철저하 배제하는것이었고
가톨릭 또한 수용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카톨릭 전통은 쉽게 무너지기 보단 근대에 습합하는 형태로
다시 출현해 그 명맥을 유지해 현대에 이르게 됩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대표작인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보면 나폴레옹 바로 옆에 커다란 지팡이와 모자를 쓴 인물이 보이는데
그가 비오 7세 교황입니다. 로마식 토가를 입고 성당에서 치뤄진 이 대관식은 유럽 전통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고
정당성의 정초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데 크레코-로만 전통 복장(토가형식)과 성당이라는 공간(가톨릭 전통)
그리고 나 스스로 내려주는 관(근대인)을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근대 황제의 정당성을 만드는 것으로
교황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것이죠.
이는 세속권력이 확실하게 교회권력의 우위에 있으나 정당성의 근거가 부족하여 기존의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신호이자
단순히 이런 근본없는 정당성에 권위를 부여해주는 세속권력의 꼭두각시가 됐다는것으로 한없이 추락한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근대라는 시,공간에서 이렇게 가톨릭은 몰락하고 있었고 재정립할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시작은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였습니다.
요한 23세에 의해 시작된 바티칸 공의회는 새롭게 근대에 맞춘 가톨릭이라는 신앙체계를 정립하고
세속권력과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을 목표로 시작된 회의였습니다.
약 3년에 걸친 공의회는 이전의 가톨릭과 다른 새로운 가톨릭으로 거듭난 계기가 되었고
그 모습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선출로 빛을 보게 되었죠
근대라는 체제가 만든 2번의 거대한 전쟁은 극단적인 물질문명의 추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회의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고
그동안 잊고 있던 전통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즉 지속적으로 배제되었던 가톨릭이 다시 세속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것이죠
이런 모습이 바로 냉전시기의 대립국에서 선출된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구현됩니다.
직접적인 세속의 권력자가 되기 보다 신앙을 통한 통합자의 이미지로 그리고 국가와 인종의 경계를 넘는 초월자로서 등장한 이 모습은
근대 국민국가의 배타성을 희석시키게 되었고 새로운 통합의 기제로서 대안같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믿음이라는 하나의 틀로 많은 종교와 교류를 가졌고 가톨릭을 상징하던 배타적 영역을 벗어던진듯한 모습에서 많은 공감대를 얻었죠
이는 새로운 세속영역을 간섭하는 미묘한 결과를 주었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로 좀 더 적극적으로 교황들이
현재 문제에 천착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영향으로 성직자들이 좀 더 세속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정당화 됐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지금의 교황의 적극적인 세속화 발언이 다시 신정정치를 꿈꾸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근대 국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달가울 일은 아니죠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국가가 Regime 으로서 근대국가이긴 하지만 Kratia로서 확실한
근대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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