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가 쓴 책인데, 산지는 2년이 넘었는데 이래저래 미루다가 이제서야 정독하고 있습니다.
2/3쯤 읽었는데 재밌네요.

진보주의자와 진보정당이 가야할 길에 대해 오연호 기자와 주제별로 풀어서 대담을 다눈건데, 읽다보니 논의되는 주제들에 대한 또 다른 궁금증이나 의문이 생기게 되더군요.
그러면 바로 그 다음장쯤에서 정확하게 부연설명이나 대안이 제시되는 것이 좋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준높은 진보주의자가 아닌 저같이 진보의 필요성만을 어렴풋이 깨달은 보통사람들이 읽기엔 좋은 책 같아요.

다만 "20대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세력은 집권할 수 없을 겁니다"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틀린 말이 되었네요.

왜 이 글귀가 눈에 들어오냐면, 전 현 정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을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나 60대 이상의 무지보다는 2,30대의 무지로 보거든요.
2,30대의 무관심이 아니라 2,30대의 무지로 표현한 이유는 제 주위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봤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일을 예로 들자면, 박대통령의 다보스포럼 연설을 보고 감명받았다느니, 역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분이라느니 하는 의견을 페이스북에 올린 여자 후배녀석이 있었습니다. 제가 좀 어이가 없어서 제 의견을 밝히면서 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나랏일이라는 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게 아니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거다" 등등 감싸주기에 급급하다가 급기야는 개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것 아니냐는 식으로 끝내더군요.

전혀 토론을 할 마음도 없어요. 여성이라서 뽑은 거고,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암살당한 것에 대해 느끼는 연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큰 이유가 되어 버린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극히 일부냐? 아니라는 겁니다. 
페북에 자기가 읽는 책(제대로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의 페이지를 사진찍어서 남기면서 감성돋는 글귀들로 채우고, 본인의 처지에 대해 한탄하다가 "힘내자" 는 식으로 또 자기 위안을 삼고....

본인들이 정말 힘든건지 아닌건지, 힘들다면 그 이유가 뭔지 전혀 모릅니다. 고민하기 귀찮고 싫고 그럴 능력이 안되는거에요.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이런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학력(학벌이 아닙니다)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누가 차근차근 말을 해주려고 해도 당췌 이해가 안가고 피곤하고 그게 왜 필요한 건지 모르는 거죠.
상황을 이해하는 습관이 안돼있는 겁니다. 그냥 현실이 조금 힘든 부분이 있는데 자기자신의 처지를 한탄만 하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힘내자는 주문으로 위안을 삼는 겁니다.

진보는 지식있는 사람들 중 일부만 지지하지만 지금의 프레임상 보수(라고 부르기도 싫지만)는 지식있는 사람중 이해관계가 그에 부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우매한 사람들 모두가 지지하니 수적으로 상대가 안되는거죠.

조국 교수는 대중들에게 "진보가 밥먹여준다. 그것도 인간답고 훨씬 나은 밥을 먹여준다" 는 걸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지만 대중들의 지식수준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굉장히 시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진보정당이 집권을 해서 전체적인 복지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가 되려나요...

제 주위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느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지라 끄적여봤습니다.
벌써 일요일도 저녁이 다 돼가네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