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나이를 솔찮이 먹었더라구요...

주말에 학교 후배를 만났는데

제가 나이 얘길 했더니만 깜짝 놀라더라는;

물론 그 친구랑 나랑은 20대를 같이 보낸 사이인지라

우리가 나이를 이렇게나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쉽게 인지하진 못했겠죠..

뭐 설마 동안이라느니 이런 개소리는 그냥 개에게......-_-



이젠 어느덧 어딜가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보기가 쉽지 않아요

카페를 가도, 술집엘 가도, 도심지를 돌아다니다보면 그렇죠...

대부분은 가정을 이루고 처자식과 오손도손 알콩달콩 살고 있을때죠

주로 주중에 소주잔 기울이며 흘러가버린 세월을 탓하고

꽉막힌 꼰대들 씹으며 그렇게 하루를 풀지만

조금씩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 나이구나를 느껴갑니다...



그러게요..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데 아직 독거란 말이죠...

부모님의 잔소리도 예전과 다르게 기운이 없게 느껴지고

이젠 장가 빨리 가라는 친구보다는

혼자사는 니가 부럽다는 친구가 더 많네요...

젊은 객기가 있어서 무작정 싸매고 길을 떠나기도 쉽지 않고

안되면 때려치면 되지라는 치기를 부리기에도

두 어깨 위에 삶의 고단함 만큼 먼지가 내려앉아 쉽지 않아요..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합니다

이 얘기 하고 다닌지 10년이 되어가는 거 같아요..

과연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자신감과 낙관이 걱정과 회의로 바뀐지 오래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조차도 어느 누구에게 과연 좋은 사람일까하는

실망과 한탄으로 빠져드는거 같아요...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

가녀리다 못해 실낱같은 인연마저

바람타고 저 멀리 날아갑니다...

이번 봄도 왠지 무척이나 씁쓸하겠네요...

후련함과 시원섭섭함보다 더 진하게 다가오는 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한심스러움이네요...



봄에 물이 필요한 건 새싹만이 아닌가봐요...

늘어가는 삶의 무게만큼

어디에선가 희망과 안녕을 얻을 수 있길

무턱대고 바래봅니다..


이번 주말에는 염색이나 해야겠네요..

초야에 푸른 싹이 돋아나는 것 처럼

돋아나는 새치를 검게 물들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