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있는 저에게는 스승의 날이 참 부담스럽습니다. 부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하루를 결근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저는 삶의 지혜도 없으며 정의롭지도 않고 사려 깊은 인간도 아닙니다. 학생이 삶이 무엇인가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동일한 질문을 가진 학생일 뿐입니다.

나름 많은 세월을 살았건만 저는 여전히 덜컹거리며 후회로 긴 한숨을 쉬는 시간이 많은 인간입니다. 모범이 될 선생도 아니며 충고를 할 만한 선배도 아니고 더더구나 미더운 동료도 아닙니다. 자상한 남편과도 거리가 멀고 편안한 아빠도 아닙니다. 나 혼자 잘 살자고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도 안 된 보잘 것 없는 인간.

스승의 날이 되면 저는 여전히 부족한 학생이기에 이 날이 불편하고 또 불편합니다.

혼자 술마시고 돌아와 오랜 만에 베팍에 이런 넋두리를 써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