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최근에 구입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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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남들은 책 사재기를 한다고 난리법석이었는데 저는 그냥 무덤덤 했습니다.
책 값의 몇 프로 덜 내고 더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열정, 건강이 제게 더 중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최근에 외국 서적을 읽기에 재미를 붙여서 아마존을 들락거리다보니 국내 인터넷 서점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던 것도 이유입니다.
얼마 전에 영화의 전당에서는 마이크 리와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 특별전을 했습니다. 두 감독 다 좋아하길래 특별전부터 이 감독들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두 감독의 영화를 빠짐 없이 챙겨보면서 이 책들을 훓었는데 많은 아이디어가 생겨났고 제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네요. 특히 맨 왼쪽의 숀 오설리반의 책은 마이크 리 영화의 세 가지 형식적 특징을 끝까지 붙잡고 책 전체를 설명하는 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일리노이즈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하는 '동시대 영화감독 시리즈'인데 이 시리즈 자체가 아주 좋죠.
두 번째 책은 미시시피 대학에서 나오는 영화 감독 인터뷰 시리즈죠. 마이크 리 감독 편은 이 책이 너무 일찍 만들어져서 최근의 영화들과 거기에 대한 인터뷰가 없다는게 아쉽습니다.
세번 째 책은 월 플라워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디렉터스 컷' 시리즈. 아주 유명한 시리즈인데 게리 왓슨이 저술한 이 책은 약간 어려웠습니다.
네 번째 책은 맨체스터 대학 출판부에서 내고 있는 '브리티쉬 필름 메이커스'시리즈. 이 시리즈는 처음 접했습니다. 사실 영화 서적은 미국 것보다 영국 책들이 더 좋습니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 버금가는 <무비>라든지 <사이트 앤 사운드> 같은 잡지가 나오는 동네거던요. 웬디 이버트가 쓴 이 책은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의 영화 세계를 T.S 엘리엇의 시 <번트 노턴>과 관련해서 한 챕터 식 설명하는데 탁월합니다.
네 권을 대략 보고나니 더 궁금해져서 두 권의 책을 더 주문했습니다. 지금 비행기로 날아오니 다음 주 쯤에 도착하겠네요.
영어로 된 책들을 읽다가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말 나보다 훨씬 좋은 어학 수준을 가진 사람이 이 책을 번역했으면 좋을텐데...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영화 서적이 번역되는게 쉽지 않습니다. 시장 자체가 너무나 빈약하죠. 그러다보니 이웃 나라 사람들이 번역한 책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영서, 일서를 다 구입한 책은 영화 감독 전기입니다.
스페인의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자서전 <나의 마지막 한숨>은 정말 너무 재밌는 전기입니다. 일본에도 이 책이 번역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1985년에 번역되어서 이미 절판. 일본 헌책방을 뒤져서 구입했네요. 근디 이 책은 영어도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왜 굳이 일서까지 구했을까요? 비싼 돈까지 들여서... 저도 모르겠네요.
하워드 혹스에 대한 토드 맥카시의 책은 영서 두께가 무려 768페이지인데 다카하시 치히로의 일본판은 822페이지. 이른바 목침본에 해당합니다. 베고 자기 딱이죠. 하워드 혹스에 대한 지금까지 연구서로는 가장 방대한 책입니다.
엘리아 카잔이 쓴 자서전 <어 라이프>도 두께로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영서로는 847페이지니 대단하죠. 번역을 하면 원래 책이 더 뚜꺼워지기 마련인데.. 원서가 847페이지이니 결국 일본판은 두 권으로 내었습니다. 1권 581페이지, 2권 580페이지입니다. 이 책은 영화 감독이 쓴 자서전 중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과 함께 정평이 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이 책은 이제 헌책방에서나 볼 수 있는 책입니다. 1,2권을 각기 다른 헌책방에서 구하다보니 배송비를 따로 물었네요.
요즘 영화 공부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하스미 시게히코라는 일본 평론가를 잘 거론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감독 오즈 야스지로>라는 이 사람의 책이 번역되어 있는데 탁월한 혜안을 가지고 있는 평론가입니다(일본에서는 이 책도 증보판이 나와서 세 챕터가 보강되었는데 저는 소장하고 있습니다). 어찌나 눈이 밝은지 존 포드 감독의 영화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주인공이 반드시 물건을 던진다는 것을 찾아내기도 했죠.
근디 참 이상한 것은 이 분의 책은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관련된 책 딱 한권만 번역되었는데.. 너도 나도 존 포드 감독의 영화에서 물건 던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몇몇 영화 평론가들이 했던 이야기들을 주워 듣고 하는 소리죠. 심지어 어떤 블로그를 보면 '나는 하스미 시게히코'가 되고 싶다라고 떠드는 사람도 있어요.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정작 그 분에 대한 이야기나 책 이야기는 하나 없고요. 항간에 떠도는 전설을 듣고 혼자 뻑 간겁니다. 저는 그 전설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일본 아마존에서 하스미 시게히코를 검색해보면 경악을 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책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들도 있기에 저는 고민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 제일 가는 평론가에게 찾아가서 물었지요. '하스미 시게히코의 최고작은 뭐냐?' 그걸 알려달라고 한 거죠. 그 분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하면서.. 저보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절판이라 찾기 힘들거다. 그걸 일본 헌책방에서 뒤져서 구입했습니다. 문고판인데 더럽게 비싸더군요.
<영화의 신화학> , <영상의 시학> 이 책을 드디어 구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영화 평론의 프론티어들인 제임스 에이지, 마니 파버, 로버트 워쇼의 책을 구입한 이야기. 위에서 말한 일리노이 대학 출판부의 '동시대 영화감독 시리즈' 중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아벨 페레라, 다르덴 형제 책 구입 이야기, 존 포드 영화의 음악에 대한 책을 구입한 이야기 등이 남아 있으나.. 이미 체력이 방전되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즐밤~
책 값의 몇 프로 덜 내고 더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열정, 건강이 제게 더 중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최근에 외국 서적을 읽기에 재미를 붙여서 아마존을 들락거리다보니 국내 인터넷 서점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던 것도 이유입니다.
얼마 전에 영화의 전당에서는 마이크 리와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 특별전을 했습니다. 두 감독 다 좋아하길래 특별전부터 이 감독들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두 감독의 영화를 빠짐 없이 챙겨보면서 이 책들을 훓었는데 많은 아이디어가 생겨났고 제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네요. 특히 맨 왼쪽의 숀 오설리반의 책은 마이크 리 영화의 세 가지 형식적 특징을 끝까지 붙잡고 책 전체를 설명하는 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일리노이즈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하는 '동시대 영화감독 시리즈'인데 이 시리즈 자체가 아주 좋죠.
두 번째 책은 미시시피 대학에서 나오는 영화 감독 인터뷰 시리즈죠. 마이크 리 감독 편은 이 책이 너무 일찍 만들어져서 최근의 영화들과 거기에 대한 인터뷰가 없다는게 아쉽습니다.
세번 째 책은 월 플라워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디렉터스 컷' 시리즈. 아주 유명한 시리즈인데 게리 왓슨이 저술한 이 책은 약간 어려웠습니다.
네 번째 책은 맨체스터 대학 출판부에서 내고 있는 '브리티쉬 필름 메이커스'시리즈. 이 시리즈는 처음 접했습니다. 사실 영화 서적은 미국 것보다 영국 책들이 더 좋습니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 버금가는 <무비>라든지 <사이트 앤 사운드> 같은 잡지가 나오는 동네거던요. 웬디 이버트가 쓴 이 책은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의 영화 세계를 T.S 엘리엇의 시 <번트 노턴>과 관련해서 한 챕터 식 설명하는데 탁월합니다.
네 권을 대략 보고나니 더 궁금해져서 두 권의 책을 더 주문했습니다. 지금 비행기로 날아오니 다음 주 쯤에 도착하겠네요.
영어로 된 책들을 읽다가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말 나보다 훨씬 좋은 어학 수준을 가진 사람이 이 책을 번역했으면 좋을텐데...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영화 서적이 번역되는게 쉽지 않습니다. 시장 자체가 너무나 빈약하죠. 그러다보니 이웃 나라 사람들이 번역한 책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영서, 일서를 다 구입한 책은 영화 감독 전기입니다.
스페인의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자서전 <나의 마지막 한숨>은 정말 너무 재밌는 전기입니다. 일본에도 이 책이 번역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1985년에 번역되어서 이미 절판. 일본 헌책방을 뒤져서 구입했네요. 근디 이 책은 영어도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왜 굳이 일서까지 구했을까요? 비싼 돈까지 들여서... 저도 모르겠네요.
하워드 혹스에 대한 토드 맥카시의 책은 영서 두께가 무려 768페이지인데 다카하시 치히로의 일본판은 822페이지. 이른바 목침본에 해당합니다. 베고 자기 딱이죠. 하워드 혹스에 대한 지금까지 연구서로는 가장 방대한 책입니다.
엘리아 카잔이 쓴 자서전 <어 라이프>도 두께로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영서로는 847페이지니 대단하죠. 번역을 하면 원래 책이 더 뚜꺼워지기 마련인데.. 원서가 847페이지이니 결국 일본판은 두 권으로 내었습니다. 1권 581페이지, 2권 580페이지입니다. 이 책은 영화 감독이 쓴 자서전 중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과 함께 정평이 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이 책은 이제 헌책방에서나 볼 수 있는 책입니다. 1,2권을 각기 다른 헌책방에서 구하다보니 배송비를 따로 물었네요.
요즘 영화 공부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하스미 시게히코라는 일본 평론가를 잘 거론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감독 오즈 야스지로>라는 이 사람의 책이 번역되어 있는데 탁월한 혜안을 가지고 있는 평론가입니다(일본에서는 이 책도 증보판이 나와서 세 챕터가 보강되었는데 저는 소장하고 있습니다). 어찌나 눈이 밝은지 존 포드 감독의 영화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주인공이 반드시 물건을 던진다는 것을 찾아내기도 했죠.
근디 참 이상한 것은 이 분의 책은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관련된 책 딱 한권만 번역되었는데.. 너도 나도 존 포드 감독의 영화에서 물건 던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몇몇 영화 평론가들이 했던 이야기들을 주워 듣고 하는 소리죠. 심지어 어떤 블로그를 보면 '나는 하스미 시게히코'가 되고 싶다라고 떠드는 사람도 있어요.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정작 그 분에 대한 이야기나 책 이야기는 하나 없고요. 항간에 떠도는 전설을 듣고 혼자 뻑 간겁니다. 저는 그 전설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일본 아마존에서 하스미 시게히코를 검색해보면 경악을 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책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들도 있기에 저는 고민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 제일 가는 평론가에게 찾아가서 물었지요. '하스미 시게히코의 최고작은 뭐냐?' 그걸 알려달라고 한 거죠. 그 분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하면서.. 저보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절판이라 찾기 힘들거다. 그걸 일본 헌책방에서 뒤져서 구입했습니다. 문고판인데 더럽게 비싸더군요.
<영화의 신화학> , <영상의 시학> 이 책을 드디어 구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영화 평론의 프론티어들인 제임스 에이지, 마니 파버, 로버트 워쇼의 책을 구입한 이야기. 위에서 말한 일리노이 대학 출판부의 '동시대 영화감독 시리즈' 중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아벨 페레라, 다르덴 형제 책 구입 이야기, 존 포드 영화의 음악에 대한 책을 구입한 이야기 등이 남아 있으나.. 이미 체력이 방전되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즐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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