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남이 나를 몰라 준다고 섭섭한 마음 들었는데 이제 다시 생각하니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더군요.

아이들 하는 말에, 젊은 동료들이 쳐다보는 눈빛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이젠 내 주장 함부로 펴지도 못하겠고 그냥 웃으며 잊어버리는게 내 나이의 처세인가 생각도 합니다.

누군가 날 찾아와 '선배님, 조언 부탁합니다'라고 물어도 조언이나 충고는 커녕 덕담도 할 자신이 없습니다.

학교를 위해 내놓았던 수 많은 아이디어들이 예산 타령에 눈 앞에서 물거품이 되고, 교육을 위해 더듬거리며 뱉은 주장들이 묵살 당하는 걸 보면서 이젠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건강도 직장 생활도 내가 좋아했던 영화 관련 일들도 이젠 자신 있는게 하나 없습니다.

무대 위에 올라 대사도 몇번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그만 내려가 달라는 심사위원들의 눈빛을 받고 있는 연기 지망생. 그게 요즈음의 제 모습입니다.

마음엔 겨울이 벌써 찾아왔는데 계절은 아직 가을이네요.
이런 저런 생각에 올 가을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