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매의 91번째 생일이었는데

부모님이 이사도 했고 해서 울 집에서 점심식사를 다같이 했죠.

귀여운 조카도 보고 간만에 좋아하는 친척들도 보고

그런데 그 날 먹은 점심에 완전 체해서 며칠간 고생했어요.

왜 체한걸까, 잘 몰랐었는데 월요일이 저녁이 돼서야 체기가 좀 내려가면서

깨달았어요. 

그 날 사촌동생과 외숙모랑 한 대화 때문이었어요.

한참 인터넷 얘기하다 갑자기 씨엔엠 얘기가 나오다 비정규직얘기가 나오고

그러다 동생이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컴퓨터 수리기사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단 얘기가 나왔죠.

"아니 근데 비정규직은 일을 잘 못해도 법때문에 2년동안 자를 수가 없어. 그 때 그 아줌마는...."

"여자였어? 에이.... 여자는 안돼!"

".......저기..... 외숙모....;;;; 그게 뭔 소리야?;;;; 외숙모도 여자��아?;;"

뭐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잘 집어낼 수는 없지만 뭔가 비정규직에 대한 기분나쁜 이야기도 좀 나오고

그랬는데 

그것들이 아주사소해서 말틈마다 끼어들어서 뭐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랬다가는

넌 또 뭘 그냥 하는 소리에 발끈해서 그렇게 까칠하게 구냐. 는 소리를 들을거였고

그건 상관없는데 사랑하는 우리 와할매 생일과 엄빠의 집들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러고는 체한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라고 나에게 뭐라고 하는 친척들은 왜 본인이 그렇게 말한 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런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라는 게 너무 속상했지만

그렇게 그 마음을 불고기, 쌈밥이랑 같이 위로 넘겨버리고 소화를 못시켰었나봐요.

월요일 저녁 엄마를 만나서 얘기했죠.

이러저러해서 속상했고 그래서 체했나부다

엄마의 대답은 꽤 간결했어요.

그런거에 일일이 다 상처받고 어떻게 운동을 하냐, 이 유리 멘탈아.

(저기 나 운동가 아니야;;;;;)

너는 그게 틀렸다고 생각해서 말한거겠지만 

그 사람은 너랑 본인이랑 그냥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다른 것도 인정 못하고 흥분하는 꽉 막힌애로 보이는거야 니가, 그러니까.

그리고 니가 그런다고 바뀌지 않아. 그 사람은. 그냥 서로 다르다고 믿으니까.

그게 그렇게 쉽게 설득되고 바뀔 것 같으면 운동가는 아무나 하게.

(근데 다시 말하지만 나 운동가 아니야.....)

결론은.... 니가 센 척해도 멘탈이 약하다는거고 니가 정신력이 강해지는 게 답이야.

라고.

뭐 쉽진 않네요.

사랑하는 베팍의 사랑하는 베파커님들.

아무튼 죄송해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