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메라에 재미를 붙여 사진 동호회에 뻔질나게 나댕기는 누이.

누이가 부산의 마지막 달동네 안창마을에 출사를 해서 사진을 몇장 가족 밴드에 올렸더라구요.

알록달록한 색깔로 칠해진 달동네의 모습은 흡사 팀 버튼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포스트 모던하더군요.

가족과 함께 국내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불편했던게 저런 모습입니다.

통영의 동피랑 벽화 마을, 군산의 기찻길 마을, 포항 호미곶 구만리 방파제.. 아직 기억에 선한 살풍경들입니다.

그런 장소를 돌아보면 저는 예쁘다기 보다는 전시 행정의 진수를 맛보는 기분이 듭니다.

'저기 저 집벽의 파란 색과 빨강색은 마을 주민이 원해서 칠한 걸까? 시청 공무원이 칠해라고 해서 칠한 걸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박정희 정권 때 경주는 스레트 지붕에 달걀 노른자 색깔의 가옥 구조를 하고 있었지요. 독재자가 가장 좋아한 색깔이 그 색깔이라고 통일 시킨거죠. 이 몰상식한 미적 감각의 변형된 형태가 저는 위에 언급한 마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주말에 가족들이나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너도 나도 찾아옵니다. 외제 카메라를 들이대고 요즘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는 천사 날개 그림 한 가운데에 아이들을 세워놓고 찰칵 찰칵 셔터 누르기 바쁘지요.

이 건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가난을 색칠한다고 가난이 감추어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건축 행정은 그 가난을 전시합니다. 가난이 하나의 볼거리 문화로 전락하고 맙니다. 내 블로그에 잘 어울리는 '예쁜 가난'으로.. .

포항 호미곶 구만리 방파제는 약간 다른 경우입니다. 여기에는 우리 나라 최대 규모의 트릭 아트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무려 160미터나 되지요. 요즘 어디에 가도 다 보이는 트릭 아트라는게 어떤 건가요?

 입체성을 강조한 그림이다보니 정면에서 보면 그림이 정상으로 보이는데 측면의 경우, 형체를 파악하기 힘든 얼룩들이 길게 드러누워 있습니다. 아름다운 방파제에 160미터나 되는 더러운 얼룩들이 펼쳐진 그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디지털 시대 여행객들의 신조는 '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 입니다. 그러다보니 오직 카메라에 종사하는 풍경이 생깁니다. 블로그. 카카오 스토리, 밴드 따위가 발달하다 보니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즐기는게  풍경이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트릭아트라는 괴상한 살풍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가난한 마을에 사는 거주자들은 가난을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실질적인 혜택, 이를테면 길을 넓히고 하수구 시설을 개량하고 축대를 더 튼튼하게 해서 산사태가 안나도록 하는게 더 절실할 겁니다.

가난을 카메라 파인더에 맞게 개조해놓으면 이제 거주민을 위한 생활형 개발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제가 항상 느끼는 불편함의 근원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을 위하는게 아니라 방문자를 위한 건축, 영화 세트장과 같은 가상의 공간과 같은 장소. 

누이의 즐거움이 담겨 있는 그 사진을 보다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와 여기에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