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으로 언론의 자유의 문제, 서구 중심주의가 가지는 문제가 각종 포털에서 예상대로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 잡지의 성격과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1969년에 창간된 잡지로 68혁명을 계승한 잡지로 알려졌는데 과연 이 잡지가 그런 정신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68 계승 = 좌파 지식인 = 정의 ' 라는 이 도식은 이제 맞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샤를리 엡도는 그냥 '비판의 자유'를 전략으로 장사하는 황색 언론입니다.

디지털정보화 사회에서 기존 언론은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합니다. 디지털 언론과 각종 블로그들이 만들어 내는 정보죠. 검증되지 않은 정보, 음모론이 마구 넘쳐납니다. 이들 새로운 언론과 싸울려면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서구 사회에서 가장 금기시 되는 부분이 어딜까요? 그건 종교입니다. 

샤를리 엡도는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한거죠. 그게 밖에서 보면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연예인 노출 사진 찍어대는 파파라치가 국민의 알 권리 내세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변에 프랑스 유학 갔다 온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관입니다. 프랑스 애 쌔ㅣ끼들은 어린 애부터 노인까지 카페에 앉아서 지적인 체하며 토론하기를 잘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불어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뭔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고 '와 이 쌔키들은 진짜 지적이다. 이래서 프랑스를 문화의 나라라고 하는구나'라고 하죠.

그런데 몇년 지내다 보면 그 내용이 사실 들어보면 별 것 없다는 겁니다. 그냥 지적인 척하면서 냉소적인 농담이 일상화 되어 있는거죠.

약간 다른 말이지만 미셀 푸코의 <말과 사물>, 질 들뢰즈의 <시네마>가 출간과 동시에 일주일 만에 동이 난 동네가 프랑스 입니다. 그러면 이 책을 구입한 애들이 이 책을 다 읽을만큼 지적이냐? 아니죠. 태반은 그 책을 읽지도 않고 이해도 못하는데 언론에서 하도 좋다니깐 일단 사놓고 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온갖 허세에 쩐 애들이 그들입니다.

즉, 언론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지적인 허세와 냉소적 농담이 일상화 된 곳. 그 틈새 시장을 뚫은 곳이 샤를리 엡도입니다. 그 잡지의 자극적 컨텐츠 중 하나가 종교를 까부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슬림은 그 와중에 열 받아서 뻑간거구요. 이번 사건 뒤에 샤를리 엡도는 무슬림에 총공세를 가할 겁니다. 잡지가 나온 이후 최고의 판매율이거던요. 죽은 자에겐 안타깝지만 그 동네가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죠. 이제 무슬림은 더 수세에 몰리고 수세에 몰린 그들은 보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겁니다.

신성모독을 즐기는 샤를리 엡도가 하나 모르는게 있다면 그들이 자본의 신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겠죠.

언론의 자유도 좋고 비판의 성역 없음도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과 샤를리 엡도는 무관합니다.

이제 '나는 샤를리 엡도다'가 아니라 '샤를리 엡도는 샤를리 엡도가 아니다'로 바뀌어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