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문제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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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이런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월러스틴의 <유럽적 보편주의>를 소개한 글인데요.
"이에 대비해서 월러스틴은 유럽적 보편주의을 뛰어넘는 대안으로 "보편적 보편주의"를 이야기 합니다. 그것은 결코 오리엔탈리즘의 반작용으로서 오리엔탈리즘적인 본질주의를 내속화하는 옥시덴탈리즘, 혹은 포스트주의처럼 모든 것을 상대화하는 급진적 상대주의등과 같은 것은 될수 없다고 봅니다. 대신 그는 근대적 대학시스템 그리고 지식인들의 역할을 점검하는 가운데 과학과 인문학이 분리되어왔던, 그리고 이러한 분리를 통해 객관적 진리의 탐구는 (자연)과학에 문화적 가치의 탐구는 인문학에 각각 부여함으로써 과학의 가치중립을 추구해 온 이분법적인 근대적 인식론을 거부합니다. (푸코가 주장했던 것처럼 이러한 지식과 담론의 생산자체도 하나의 이데올로기 혹은 지적 미시권력으로서 근대적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레토릭이 되어왔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군요.
서구의 식민주의문제, 그리고 무슬림문제는 보편주의로 접근해야된다고 봅니다. 무슬림들이 단지 피해자나 약자의 위치에 있기에 지나쳐보이는 요구를 해도 너그럽게 봐주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들이 간혹있는데 이것 역시 타자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상대한다기보다 내가 우월하니 열악한 상태에 있는 너의 몇몇 잘못들은 너그럽게 봐주겠다라고 생각하는 온정주의밖에 안되는 거죠. 제가 보기에 이것 역시 또다른 형태의 타자의 외면화이고 식민주의의 변종이라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역시 보편주의입니다. 이번 샤를리 엡도 테러사건을 생각해 봅시다. A라는 사람은 기독교도입니다. B는 무슬림이고요. C도 있습니다. 무신론자. 여기서 C를 샤를리 엡도라고 칩시다(샤를리 엡도가 정말로 무신론을 주장하기 위해 무하마드 풍자카툰을 그렸는지 아니면 자극적 신성모독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옐로우 페이퍼인지는 일단 넘어갑시다) 이 때 이 세사람이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세사람 모두 서로가 동등한 인격체이므로 각자의 생각과 판단들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평등으로서의 윤리적 보편주의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A는 자신의 종교를, B도 자신의 종교를 C도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혼란이 초래됩니다. 결과적으론 셋중에서 힘쎈 놈이 나머지 위에 군림하는 위계질서로 귀착되던지요. B의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는 건 너와 내가 같다라는 보편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존중하는 것이지 B가 역사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기에 봐줘야한다가 아니죠. 그렇게 되면 봐주는 측에서는 변형된 식민주의나 온정주의 그리고 B는 이러한 변형된 오리엔탈리즘을 내면화한 옥시덴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이야기하면 중요한건 윤리적 보편성입니다. 내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만큼 너도 존중한다라는 윤리. 이걸 지켜야 하는 것이죠.
문화상대주의란 말이 있습니다. 각자의 공동체가 가진 문화는 그 문화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라 할수있는데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문화상대주의가 도입되어야만 하는 이유도 앞서서 이야기한것 과같은 보편성이 각각의 문화 혹은 공동체 사이에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내 문화가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너의 문화도 존중하겠다라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그런데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각각의 문화들이 동등하게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명제와 더불어서 각 문화 내부의 구성원들간에도 이런 평등의 원칙이 성립하는가 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문화권에 따라서 이것은 천차만별입니다. 인도같은 경우 아직도 카스트제도가 있는 나라이고 중동지역도 이슬람근본주의가 횡행하고 있죠. 이것도 문화상대주의로서 관용하고 방관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사실 외부자의 입장에서 각 공동체 내부의 이런 불평등한 관행들에 개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일부 무슬림들이 서양의 무하마드풍자그림에 분노하는 것을 비난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와같은 케이스고요.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과거 박정희정권때 자신의 독재체제를 합리화하기위한 레토릭으로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화상대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표현을 사용한 셈이죠. 그러나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독재정권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원칙은 각 문화권에 따라서 상대화되는 원칙이라기 보다는 앞서 말한 평등의 원칙이 보편성에 기반해 있는 것처럼 보편적 원칙으로 작용했을때 의미가 있는 정치원리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런 보편성이라는 원칙에 기초해 있다면 우리는 나 아닌 타자에게도 보편성의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샤를리 엡도가 풍자했던 무하마드 카툰으로 돌아와 봅시다. 샤를리 엡도는 무하마드만 조롱하는 대상으로 희화하 한 것이 아니라 예수나 기타 권력자등등도 희화화 했습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판가능한 모든 대상을 풍자와 희화화할 수있다라고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에 충실한 것이죠. 그런데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결국 보편성 때문입니다. 일부 권력자와 종교를 자유롭게 비판하여 현실의 불평등한 위계질서를 꼬집고 조롱하기 위해서인거죠.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무슬림들은 불편해 합니다. 왜 우리의 문화나 관습을 존중해 주지 않는가죠. 그런데 이것은 앞서 "한국적 민주주의"가 잘못된 문화상대주의의 도구화인것처럼 자신의 잘못된 관행을 문화상대주의로 포장하려는 요구이거나 서구의 식민주의에 대한 반정립으로서의 옥시덴탈리즘적 반발일수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왜 무슬림문화 내부에서는 성립하지 않을것이다라고 전제하는 것이죠? 목소리 큰놈의 주장만 들린다고 우리들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무슬림문화권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종교해석이 존재합니다. 세속주의를 채택한 국가도 있고, 여성에게 희잡을 씌우지 말것을 요구하는 무슬림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샤를리 앱도같은 서구의 매체가 수용하고있는 표현의 자유를 그들에게 요구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윤리의 보편성 혹은 보편주의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칸트는 인간을 수단으로서가 아니가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습니다. 나라는 인간이 존중받을 인격체인 만큼 너도 똑같이 존중한다는 윤리적 원칙이죠. 이것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달라지는 가언명령이 아니라 행위의 동기 자체를 문제삼는 정언명령입니다. 한국적 민주주의, 무슬림들의 근본주의적 교리해석..이 모두를 거부할 권리는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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