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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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씩힐 겸 집앞 200미터 거리에 있는 영화관에 들러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봤습니다.
이라크 전에서 600명 이상의 적을 저격한 크리스 카일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에서 한 인물을 영웅화 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적 영웅주의/수호자 정신이 한 인물을 피폐하게 만든 점에 촛점을 둡니다.
어린 시절 약한 자를 도와야 한다는 아버지의 훈계가 주인공을 네번이나 이라크 전에 참여하게 만듭니다. 전쟁을 겪으면서 점차 크리스는 개인적인 복수심에 미쳐 갑니다.
크리스 카일이 첫 저격은 이라크인 아들과 엄마입니다. 영화는 대전차 폭탄을 든 아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에서 컷해서 크리스의 어린 시절 아빠와 사슴 사냥을 하는 장면으로 넘어 갑니다.
그리고 영화의 30분을 간략하고 솜씨 좋은 편집으로 그가 카우보이 직업을 포기하고 서른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네이비 씰 저격수로 입대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훈련소 장면은 대단히 심플하게 찍었으면서도 인상적입니다. 예산과 시간을 줄이면서 훈련소의 고된 효과를 표현해 내고 있죠.
그리고 영화는 첫 장면으로 돌아와 정주행 합니다.
이 영화의 전투씬은 압도적입니다. 특히 크리스의 아내가 병원에서 잉태하고 있는 아이가 아들이라는 것을 이라크의 크리스에게 알려 줄 때, 크리스와 동료들은 한바탕 전투를 펼칩니다(미국은 전투 중에도 전화질이 가능한가 봅니다).
총소리를 듣고 이역만리 고국에서 놀라는 아내, 전장에서 일그러진 크리스의 얼굴이 교차편집 되면서 전쟁이 미국 가정에까지 침투하는 것을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모래 폭풍을 뚫고 탈출하는 장면도 대단한 박진감을 주고요.
아시다시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더티해리> 시리즈를 출연하면서 영웅적 이미지를 쌓아올린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메가폰을 잡으면서 그 허상의 이미지를 철저히 전복시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적 영웅주의에 희생된 인물,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인물에 대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추모시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이번 주말에 한편의 영화를 봐야 한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선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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