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갔다 집에 들어오니 현관 앞에 어마무시한 상자가 하나가 보행을 방해하고 있더군요.
내심 짚이는게 있어 '어.. 이게 이제야 왔구나'하고 상자를 해체했습니다.


일본의 영화 서적 중에는 정말 탐나는 책들이 많습니다. 출판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우리보다 훨씬 읽을거리가 많죠. 그 동안 인터넷으로 일본 중고서점, 고서점을 누비며 점찍어 놓은 책들을 이번에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해서 책으로 붙여 달라고 했습니다. 인터넷 결재를 하고 지인의 주소로 책을 보냈는데.. 그만 제가 주소를 잘못 쓰는 바람에 한바탕 식겁 잔치를 하고 국내로 들어 온 책들입니다. 이번에 입수한 이책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잡지류입니다. <계간 뤼미에르>라는 잡지는 1980년대에 나온 영화 잡지로 수준 높은 영화적 논의를 하는 계간지입니다. 일본의 저명한 영화 평론가, 학자들이 지면을 정성들여 메운 흔적이 역력한 잡지죠. 총 열네권이 나오고 폐간되었는데 그 중 열세권을 제가 구입했습니다(아마 한권도 제 성격을 보아 곧 구입해서 손에 넣을 듯합니다). 이 책은 이제 일본에서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겁니다. 저랑 친한 영화평론가 분이 제가 이 책을 열 세권 수중에 넣었다니깐 '한국에서 그 책 그 정도로 다 갖추고 있는 건 너 밖에 없을거야'하며 놀라더군요. ㅎ
옆에 있는 잡지는 일본판 <카이에 뒤 시네마>입니다. 고다르와 누벨바그 특집호를 구했어요. 이 책도 이제는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이요.


그 다음은 단행본 책들인데요.



언제나 저에게 항상 부담감과 숙제처럼 남아 있는 장 뤽 고다르 감독에 대한 책입니다. 고다르 감독이 지금까지 한 평론과 말에 대한 주석을 꼼꼼하게 붙여 놓은 책인데.. 이 책은 정말 가지고 싶었던 책인데 너무나 비싸서 엄두도 못내다가 눈 딱 감고 세권 다 지른 것입니다.
분량 어마어마하죠. 이 책의 주석을 붙인 분은 엄청난 공력을 발휘해서 세세한 주석을 달다가 그만 요절을 했다고 합니다. 고다르는 아직 살아 있는데...



다음은 일본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씨의 책 중에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과 촬영 감독 책입니다.
히치콕과 촬영감독 책은 영어 원서로 가지고 있는데 일본 번역이 궁금해서 구입을 한 경우입니다.

일본인들이 포장을 정성스레 한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이 번에 구입한 책들 대부분이 출간되고 상당히 시간이 지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책 상태가 거의 새책 수준이라는 점에 놀랐습니다. 책을 보낼 때도 비닐 포장에 예쁜 테이프를 붙이고 구입한 것에 대한 서점 주인장의 감사의 편지가 손글씨로 쓰여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은 책값, 배송료가 비싸서 이래저래 하다보니 60만원이 넘게 들었네요.. 쩝~
그래도 이 책들을 조금씩 읽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