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의 핫이슈는 데미안 체즐 감독의 <위플래쉬>입니다. 저도 재밌게 본 영화인지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이동진 기자의 블로그를 찾아가서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을 보니 무려 별 다섯개 만점을 줬더군요(이 영화에 별 다섯개를 줘버리면 영화사의 걸작들은 어떤 별점을 줄 건지 궁금하네요)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 영화가 지금 상영작 중에서 재밌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걸작 수준의 영화는 아니라는게 제 입장입니다.

저 역시 불펜에 '이 영화를 못보면 재수가 없는 거다' 등의 자극적인 말로 이 영화를 소개했지만...
10년 뒤에 잊혀질 영화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영화관에 들러 영화를 봤습니다. 역시나 무척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 없으나 시네마틱한 뭔가가 빠져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상영중인 베넷 밀러의 <폭스 캐처>보다 훨씬 못한 영화라는게 제 입장입니다.
<위플래쉬>를 재밌게 보신 분은 이 감독의 데뷔작 <공원 벤치 위의 가이와 메들라인>(2011)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위플래쉬>가 보면 볼수록 인공적인 면이 두드러진다면 <공원 벤치...>는 볼수록 더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위플래쉬>가 재즈의 즉흥성을 영화의 마지막 드럼 독주 씬에 다 집중시켰다면 <공원 벤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즉흥적인 선율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어떻게 이렇게 젊은 감독이 에릭 로메르, 자크 드미와 같은 프랑스 영화의 감수성에 스탠리 도넌, 빈센트 미넬리, 마크 샌드리치와 같은 미국적 음악 영화의 전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까 하는 놀라움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초기 마틴 스콜시즈의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와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 <그림자들>과 같은 느낌도 납니다. 뭔가 엄청난 천재가 등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 비하면 <위플래쉬>는 감독의 재능을 상업성에 맞추어 전력 투구를 하다보니 그의 천재성이 사라진 느낌마저 듭니다.
숏을 분할하지 않고 패닝으로 두 인물의 반응을 연결시키고 낮은 심도로 대상을 잡았다가 포커스 이동을 하는 방식은 <위플래쉬>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16미리 핸드 헬드 카메라로 자유자제로 움직이며 과감한 줌인과 줌아웃, 비선형적 편집은 재즈 영화에 알맞는 기법입니다.

<위플래쉬>의 마지막 드럼 독주에 전율을 느끼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탭댄스 씬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위플래쉬>가 씩은 인스턴트 식품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위플래쉬>와 비교해서 볼 것들이 많습니다. 야망을 가진 남자 주인공에 비해 아직 목표 없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공원 벤치...>에서도 나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신발 끝으로 살짝 마음을 전달하는 장면도 이 영화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위플래쉬>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신 분이 계시면 이 영화를 한번 보십시오. 감독이 연인들의 관계에 대한 입장이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더 재미난 것은 이 영화에는 데이안 체즐 감독이 직접 출연해서 여주인공에게 드럼을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이 있습니다(감독은 드러머 출신). 체즐 감독의 아버지도 제법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하기도 하고요.

다만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즉흥적 분위기에 맞추었기에 극적인 맛은 덜합니다. 두 사람이 사랑했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났을 때의 그 감정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재즈의 선율을 따라 두 연인의 감정을 따라갈 준비가 되신 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아쉽게도 자막은 없지만... 자막 없이도 볼 수 있는 영화라 감상에 전혀 방해가 안됩니다.

보시고 싶은 분은 여기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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