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규슈횡단버스에 오른다.

뭉게구름이 무슨 화산재마냥 피어오른다.

부근에 활화산인 아소산이 있기 때문에 정말 화산이 분화하는 걸로 오해할 판.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구로가와가 속한 구마모토 현과 유후인이 속한 오이타 현을 이어주는 고개에 자리잡고 있는 휴게소에서.

기념삼아 구입할 만한 맛있는 과자를 잔뜩 구비해 놓고 있어서 좋았던 곳.

암만 봐도 겨울 들판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던 푸근한 풍경이다.

한 시간 반만에 종착지에 내렸다.

유후인에 한 번이나마 스쳐지나가보기라도 했다면 반드시 들렀을 이곳, 유후인 기차역전.

전방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유후악이 매우 인상적이다.

숙소 차량이 우리를 마주나오기까지 두 시간 가량이 남아 있었던 관계로,

이번엔 역앞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보기로 한다.

우뚝 솟아 있는 저 유후타케由布岳의 해발고도는 1584m라고 한다.

우리네 산에선 오대산 옆 개방산(1577m), 아니면 설악산의 귀때기봉(1577m)이 비슷한 높이지만

정상 부근의 가파름만 놓고 보자면 귀때기봉의 이미지가 더 가깝지 않을까.

유후인에 온천하러 간 김에 저기 올랐단 사람을 아직은 본 적이 없다-_-;;;;

처음부터 작정하고 저 산에 간 것이람 모를까.

자전거를 타고 유후인의 명물 호수 긴린코 주변을 돌다보면 만나게 되는 절 불선사.

5년만에 다시 찾은 곳이건만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걸어서 다니긴 좀 지루할 수도 있는 산책로지만 자전거이니 마음 놓고 달려본다.

좀더 중심가에서 벗어난 곳까지 갔으면 좋았으련만, 그넘의 쇼핑 때문에 자전거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아쉽다ㅋ

호숫가에 자리잡은 유후인의 유명 식당 중 하나인 소바전문점 이즈미泉.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소바 전문점이다보니 메뉴가 대체로 빤~하다.

1. 차가운 소스에 찍어먹든가,

2. 더운 소스에 찍어먹든가,

그냥 처음부터 비벼먹도록 나온 걸 먹든가.

어느 쪽이든 맛은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웠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비쌌다. 국수 세 그릇 먹고 4000엔이라니-_-;;

이번 여행에서 가장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그나마 막판에 제공된 소바유(면 삶은 물)을 실컷 들이키는 것으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온천마을 유후인과 이런 사진 판넬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ㅋ

어영부영 중심가 구경을 하는둥 마는둥 (자전가 있으니까),

정확하게 두 시간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1시간 250엔/1대이니 총 대여료 1500엔) 나니

3시에 칼 같이 우리를 태워줄 숙소 차량이 도착했다.

이번 여행 두번째로 묵을 온천 여관의 이름은 '하나요시花由'.

문자 그대로 '꽃으로 말미암아'라고 해석하고 싶다. 동음이의어 吉도 염두에 둔 것이었을까.

이 여관의 자랑은 로비/객실에서 저렇게 유후악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역에서 제법 멀찍하게 떨어진 곳에 료칸을 지었으니 저 정도는 돼 줘야 할 듯.



또 하나의 강점은 지어진지 얼마 안 된 현대식 료칸이라 시설이 엄청나게 깨끗하다는 거.

보시다시피 로비는 무슨 호텔 같다.

이곳에서 나온 환영음료.

매실맛이 나는 푸른 빛 음료였는데 정확한 재료는 모르겠네그려.

확실히 전날 묵었던 구로가와 료칸의 방보다 넓고 깨끗한 느낌.

물론 그만큼 숙박비는 훠얼씬 비싸다ㅠㅠㅠ

이곳에서 놀고먹은 얘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