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참 머쓱하네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나름의 중책이 있었지만, 말씀 드리지 못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이 곳을 떠났습니다.
유저분들께 사과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염치없이 이 곳에 다시 글을 남기는 이유는, 베팍의 유저이면서 개인적으로는 친한 형이었던 분께 그래도 인연을 만들어 준 이 곳에
하지 못한 말을 전하고 싶어서 입니다. 제가 참 이기적인 것 같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어떤 말씀을 하시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쓰는 글이니만큼 호칭이나 어투조차도 개인적일 수 밖에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형, 작년에 내 가게 놀러온게 마지막으로 본 거 였네.
송도까지 먼 길 와줬는데 제대로 고맙단 이야기도 못했는데,
오늘 보니까 사진 뽀샵 너무 했더라, 너무 잘 생기게 나왔어.
같이 간 형들이 우는데 난 형수 우는 거 보고도 안 울었어. 어제 회식하느라고 술을 진탕 마셔서
정신이 없는건지, 원래 남들 앞에선 잘 안 울어서 그러는건지,
차라리 형들 앞에서는 언제나 사고뭉치에 정신줄 놓고 다니는 막내처럼 그냥 거기서 대성통곡이라도 할 걸.
혼자 운전해서 집에 오는 길에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난 참 타이밍을 못 맞추는 것 같아.
살면서 어리광 부릴 대상이 없었던 내 삶에서 형이랑 형들은 내가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던 것 같아.
거여동 형 집에서 야구 보면서 술 마시고, 형이 아끼던 더덕주 내가 다 마셔버리고 다음날 형이 출근해서 퇴근할 때 까지
주인도 없는 집에서 자빠져 자고 있고, 형한테 욕먹고, 그리고 또 술 마시고 ㅋㅋㅋㅋㅋ
나도 어렸고 형도 젊었는데,
이제 어쩌나? 형들 만나도 같이 소주 마실 사람이 없어.
다 맥주 파에 아님 입만대에....
형, 이제 기아팬도 나 밖에 없어, 형이 싫어하는 윤석민도 돌아와서 같이 욕이나 하나 했는데
이제 기아 해태 이야기 할 사람도 없네.
야구도 안 봐야 겠다 ㅋㅋㅋ
그냥 그렇다.
형이랑 노래방에서 같이 부르던 본 조비 노래도 생각나고
돌잔치에서 형수랑 형이랑 나랑 내 여자친구랑 인사하던 것도 생각나고
그 여자친구랑은 헤어졌어 ㅋㅋㅋ
형이 언제나 말하듯이 여자관계에 있어서 내가 쓰레기라서 그랬나?ㅋㅋㅋㅋ
생각해보면 벌써 10년이네
내가 연락도 뜸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요즘엔 술 사달라는 말도 잘 안 하는 동생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여자친구 생겼다고 형한테는 매번 보여주고
형 같이 여행갈 때 형수랑 형이랑 뱃 속의 아이까지 내 차로 안전하게 모시기도 했잖아
나 운전 험하게 한다고 손잡이 잡고 얼어 있긴 했지만ㅋㅋㅋㅋ
잘 실감이 안 나.
형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젠 잘 모르게 되었지만
그래도 둘이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나한텐 이런 저런 추억들도 많은데,
그냥 형이 없다는 걸 잘 모르겠어
언제나처럼 전화 하면 허허허 사람 좋게 웃으면서 나한테 쌍욕 시전할 것 같은데
모르겠다
형한테 먹는 욕은 좋았어
형이 좋았고
잘 생기고 쿨 해서
부럽기도 했고
난 결혼 같은 건 못하겠지만,
형도 결혼 안 할 줄 알았는데 착하고 예쁜 형수에 천사같은 아이에
우리 이제 나이들어 가면서 1년에 한 번이든 두 번이든 바쁘면 바쁜대로 살면서
그래도 술 한 잔 하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나이먹어 갈 줄 알았는데
33살이나 먹은 지금도 막내고 언제까지나 철 없는 동생이자 막내로
그냥 그렇게
살 줄 알았어
형이 더덕주 다 먹은 걸로 구박하니까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더 좋은 술로 갚겠다고 치사하다고 그랬잖아
나 이제 돈 많이 주는 직장에 아직 어렵지만 번듯한 레스토랑까지 오픈해서 그래도 잘 살아
형 왔을 때 가게에 있는 블루라도 한 병 따면서 조금이라도 갚을 걸 그랬어.
내가 먹어치운 양에 비하면 턱도 없긴 하지만,
종종 비싼 술, 좋은 술, 사 들고 찾아갈게.
형한테 못 갚은 더덕주, 술값, 나 재워준 값, 나랑 놀아준 값은
애기한테 갚을게
받아주는 한.
고마웠어 형.
나의 한 시절을 함께 해줘서.
잊지 않을게
잘 생기고 쿨하고 사람 좋고 나 받아주던 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