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 마지막 날에 애들 데리고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갔었습니다.
서울:제주 경기였는데, (혹자는 패륜더비라고도...) 경기시각도 16시로 괜찮고 날씨도 좋아서 그런지 가족단위 관중이 많더군요.

지난번에는 야심차게 지정석을 끊어갔는데, 뒤에서 나는 북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던 경험을 한지라,
이번엔 비지정석으로 끊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좀 조용해 보이는 곳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사람 마음대로 되는게 없는 것이, 바로 뒤에 아재들 세 분이서 맥주캔을 들고 앉더군요;;
처음엔 술드시고 고래고래 소리지르시지나 않을까 해서 좀 걱정됐는데, 다행히 그러시진 않더라구요.
대신 두런두런 자기들끼리 얘기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내용이 웃깁니다.

A : 제주가 강팀이가?
B : 에이, 약팀일걸?
C : 그럼 둘다 약팀이네?
(리그 후반에 12개팀중 2위-4위랑 붙었는데 둘 다 약팀이라니 ;; )

(압박 축구하는 모습을 보더니)
A : 점마들 왜이리 몰려다니나? 자리 안지키고?
B : 동네축구네
C : 군대축구네 ㅎㅎ

(포메이션을 유심히 보던 한 아재가)
A : 근데 저기 무슨 전술이지?
B : 4-3-3 이잖아
C : 그래? 현대축구에 4-3-3 이 어딨노?
B : 저기 공격수 4명 보이지? 그니까 4-3-3 이지
C : 그러네

(전반 종료 직전, 대기심이 추가시간 1분을 전광판에 표시하자)
A : 저게 뭐고?
B : 교체한다는 표시 아이가
C : 누구? 1번이면 골키퍼 아이가?
B : 점마 불안불안하더라마는 결국 교체되네

이것 말고도 몇개 더 있었는데 진짜 웃겼네요 ㅎㅎ
그중에 두 분은 야구장이던 축구장이던 직관 자체가 처음이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마눌은 연휴 마지막 날에 모이기로 한 친구들이 낮에 시간이 남아서 아무 생각없이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더군요 ㅎㅎ

경기는 지루한 내용끝에 0:0으로 끝났고, 축구보다 아재들의 만담이 더 재미있었던 경기였습니다.

p.s. K리그 직관 3연속 무승부 + 상암 직관 2연속 0:0
     다음 직관 때는 프로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