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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뚱뚱해지고 있다. 잦은 술자리와 야식 유혹을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리 없이 불어나는 허리 사이즈를 방치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떨어뜨린다. 오는 11일 '비만예방의 날'을 맞아 국내 비만 실태와 대안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정상 체형인데 배만 불룩한 마른비만(내장지방)은 자칫 비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복부에 집중적으로 지방이 쌓이면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심장혈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그런데도 정상 체중이라는 이유로 건강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마른비만은 비만과 다르지 않으므로 뱃살 빼기에 신경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비만 기준을 체지방 정도를 파악하는 체질량지수(BMI) 25를 기준으로 삼는다. BMI는 자신의 몸무게를 키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25가 넘으면 비만, 그 전단계인 23~24.9를 과체중으로 분류한다.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자신이 표준 체형이거나 마른 경우라도 실상 비만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위험도를 결정하는 데는 단순한 체중뿐 아니라 체형(체지방의 분포)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이라도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지 않으며 반대로 정상이라도 허리둘레가 굵으면 콜레스테롤이나 혈당수치가 높아 뇌졸중이나 심장병 발병률이 높을 수 있어서다. 이는 내장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정상 체중인데도 허리가 굵으면 마른비만을 의심해야 한다. 마른비만인 사람은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고 좁아져 동맥경화 위험이 높고 혈액 검사에서 이상 증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허리둘레를 측정해 남성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면 마른비만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은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내장지방 면적이 100㎠ 이상일 때 마른비만으로 분류한다.

마른비만 진단을 받으면 생활습관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허리둘레를 줄여야 건강을 지킨다.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 조정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어떤 운동이라도 상관없지만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지속적으로 하기를 권한다.

하루 한 시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해야 효과를 본다. 빠르게 걷기, 줄넘기, 자전거 타미 같은 중증도 강도 이상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마른비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자주 술을 마셔도 마른비만을 부른다. 과음은 스트레스 호르몬과 부신 호르몬에 이상을 일으켜 직접적으로 내장비만을 증가시키고 안주로 먹은 음식이 모두 체지방으로 축적한다.

금연은 필수다. 흡연은 여러 연구를 통해 근육을 위축시키고 내장지방이 쌓이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한두 잔 원두커피 또는 녹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다만 일회용 커피믹스나 자판기 커피는 설탕과 지방성분 크림이 많아 권하지 않는다.

녹차 속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은 간에서 몸에 해로운 중성지방을 합성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적당량의 카페인이나 녹차 속 카테킨은 에너지 대사율을 높인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직접적으로 내장비만을 증가시킨다. 혈당지수(Glycemic index)가 낮으면서 저칼로리 식품인 잡곡류와 콩류, 저지방우유, 플레인 요구르트, 토마토, 생과일을 즐겨 먹으면 내장지방이 덜 쌓인다.

적당량의 비타민C와 멜라토닌 같은 비타민·항산화 보충제는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지질대사를 이롭게 해 내장지방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이지원 교수는 "내장지방을 줄이면 건강을 지킬뿐 아니라 외형적으로 같은 체중을 가진 사람보다 날씬하게 보여 외모적으로 돋보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