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



옛 인사동 초입엔 꽃을 던지고 싶다 란

찻집이 있었다. 아직은 찻집보다 미술관과

화랑이 더 많았던 시절이다.



더벅머리 시절 제법 낭만을 찾던 때라

그 찻집 이름이 마음에 알맞아 인사동에

들를 때면 종종 찾아들어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 외는 별다른 이야긴 없다.

봄을 쓰고 싶다 생각하니 그냥 꽃이 떠올랐고

내처 그 찻집 이름이 엮여나온 게 다이다.



꽃은 흔히 뿌린다고 한다. 그런데 왜 던지고

싶었을까? 어디에 또는 누구에게 꽃은

던져졌을까? 꽃대가 살 처럼 날아가 꽃술이

촉으로 너의 가슴에 박혀들어 마침내

낙인의 꽃잎으로 피어오르길 바랬던 것일까?



수도약국을 끼고 돌아 경인미술관엘 들르면

대여섯 칸 짜리 낮은 한옥집이 있었다.

그 한 쪽 대청마루 앞엔 자그마한 연못이 있어

때로 비오는 날이면 마루에 앉아 즐기는

정취가 남달랐다. 부러 그 쪽으로 차를

청하면 단골들에겐 자리를 내주곤 했었다.

봄비가 조곤조곤 듣는 한 나절을 즐기는

최고의 호사였다.



겨우내 을씨년스럽던 건넛 산이 거친 붓칠이 지나간 듯 성기게 파래졌다. 얼룩덜룩 볼썽사나워도 저게 봄 자락 드리운 것이지 싶으니 마음 한 켠 곤한 기운이 다독여진다. 봄이 기쁘다.



쑥고개 꼭데기엔 개나리도 피었고, 목련도

벚꽃과 어깨를 겨루며 피었다. 이제 진달래

만 피우면 얼추 봄꽃 모양은 다 낸 것이다.

그예 온갖 봄꽃을 다 거느렸으니 내가 바로

쑥고개의 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