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물류분야 종사중인데, 때에 따라서는 상대 수송업체의 공급을 빌려써야 할 일이 종종 생깁니다.
업체마다 주력 운송 노선이 다 다르고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 다 다르기 때문에 평소에 업체간 협력 관계를 구축해 놓는 것이 좋긴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일회성 요청이 다소 시장가격과 괴리가 있을지라도 언제 또 반대로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서로 대우를 잘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일부 업체는 이런 협조요청이 발생할 때마다 엄청난 폭리를 취하곤 합니다.
우리한테 공급을 요구할때는 후려친 가격으로 요구하면서, 저희가 요청할 일이 있을때는 공급을 주겠다고 하고 가격을 왕창 올려버리거나 아니면 공급을 막아버리죠.
그리고 나서 항의하면 "말단에서 벌어진 일이라 몰랐다" 는 해명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빡친 실무진들이 "우리도 똑같이 해야한다. 우리만 왜 매번 당하면서 참아야 하느냐. 가만히 있으면 저쪽도 우리를 우습게 여긴다." 는 의견을 개진하곤 하는데, 돌아오는 보직자들의 답변은

'업계에서 언제 어떻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너무 심하게 할 수는 없다' 입니다.

처음엔 이해가 안되었었는데, 나중엔 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업계의 생리를 알게 된 게 아니라, 조직의 생리를 알게 된거죠.

이쪽에서 만약 똑같이 대하면, 저쪽 최고 경영층에서 이쪽의 최고 경영층한테 사석에서 얘기를 합니다.
"이번에 좀 너무했어~" 라든지하는 지나가는 농담으로 말이죠.
그러면 그걸 "그래? 어이쿠, 미안했네. 내 단도리를 하지"  라고 얘길하고 무시하던가, 아니면 밑에 보직자들한테 "쪼잔하게 그러더라구, 지들도 그러면서 말이지. 신경끄게나 ㅎㅎ " 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그 보직자들이 과잉충성을 하기 시작하죠.
괜히 얘기나오지 않게 하는 겁니다.

보복 정책을 펴서 저쪽에서 얘기가 나오면 위에다가 잘 설명하고 마무리하면 되는데,
윗 경영층도 (실무를 잘 모르니) 그럴 그릇이 안되고, 보직자들은 혹시나 한마디 들을까 벌벌 떠니 안좋은 얘기 안나오게 하라고 난리고.
이러니 저러니 이쪽만 호구되는 겁니다.

이런 걸 자주 겪게 되면서 짜증나고 부글부글 끓을 일이 많은 차에,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이 알아인한테 푸대접을 받은 걸 보고 문득 생각났습니다. 

홈 & 어웨이 경기 시에 이런 일이 왕왕 일어나는데, 항상 우리나라 클럽/국대 만 푸대접을 받고 다니는 거 같아서요.

이것도 혹시 축구협회 양반들이 더 윗사람한테 조금이라도 잘보이려고 "야, 그냥 잘 해줘. 푸대접 하면 그런거 다 이겨내야 우승할 수 있는거야" 라고 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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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멀리 간 걸까요? ㅋㅋ

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 함 써봤으니 이해해주세요 ㅋㅋㅋ

모두 불금 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