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여행 2일째-_-;;;

이리 보니 어제 묵었던 곳이 참 허름한 데였구나-_-;

일요일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가, 유독 썰렁해 보이는 거리.

강조하지만 이곳이 카타니아 시내에서 가장 큰 길.

시인이라고 되어 있으나 모르는 분ㅠㅠ

피노키오의 나라답게...

모스크 뚜껑 위에 십자가만 덜렁 올려놓은 것 같은 광경을 시칠리아 말고 다른 데서도 볼 수 있을까 궁금.




선거가 코앞이라서인지, 허구헌날 선거를 해야 하는 내각제의 나라라서인지,

저넘의 정치 광고는 오질라게도 많이 눈에 띈다.

이러구러,

오전 8시에 출발하는 시외버스 탑승 성공.

안녕 카타니아.

오늘의 목적지는 고대 시인이 '사람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노래했던 곳,

아그리젠토.

결국 에트나의 모습은 이렇게 아득한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건가ㅠㅠㅠ

10월 1일이지만 초가을이라 부르기 뭐할 정도로 따뜻한 고장의 들판은 온통 황금빛.

세 시간 여 달린 끝에 마침내 도착.

시칠리아가 '마피아'로 악명 높긴 하지만 실제 이곳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정말 순박하고 여행자를 돕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는 말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터미널 매표소 직원이 트렁크를 흔쾌히 맡아주겠노라고 하는 걸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고대 유적지로 여행객을 실어다줄 자그마한 버스.

본격적으로 유적지를 둘러보기 전,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고고학 박물관을 먼저 방문해보기로 한다.

잎사귀는 소나무처럼 뾰족뾰족한 것이 신기하도다. 이 햇살 따가운 지방에 저런 침엽수 삘이라니.

뽀얗게 보이는 지중해가 보는 이 마음을 절로 시원하게 해 준다.

렌즈를 한껏 땡겨 이따가 들를 신전을 미리 훑어보기도 하고.

박물관 입구에 있는 지어진지 대충 800년쯤 된 교회.

그리스식 원형 극장.

만들어진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제법 생생하다.

드디어 박물관에 들어가는데, 오우 이런 횡재가.

매표소에 있는 모델 삘 나는 늘씬한 처자가 말하길,

이날 -10월 1일-이 무슨 축제일이라 오늘은 전역 무료 입장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마그니삐꼬~'를 외쳐 주었어야 했는데,

못했다-_-;;;;;;

시칠리아 섬 각지에서 발굴한 그리스-로마 시절 유물을 전시해둔 곳이라고 한다.

시칠리아를 상징하는 세발 문양. '트리스켈리온'.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세 다리 가운데 얼굴의 주인은 메두사라고 한다.

그래서 시내 상점에 온통 뱀으로 가득한 메두사 두상이 그리 많이 보였나보다.

그리스 조각스러운 멋진 토르소.

사자가 게워내는 분수? 수도?

이 박물관의 하일라이트라 해도 좋은 물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텔라몬이다.

제우스 신전을 떠받치는 기둥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그냥 돌무더기 몇개를 쌓아올렸을 뿐인데 뽀쓰가 과연 남다르다.

요런 모양이 아니었을까.

저 복원 모형이 온전히 살아 있었으면 참으로 멋졌을 텐데.

엄훠나~

대리석 상태로 봐선 로마인 같은데, 텁수룩한 수염은 그리스 스타일.

혹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였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닌 듯-_-;

그러고보니, 베를린, 함부르크 박물관에서도 이런 그릇은 실컷 구경한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겨-_-?

화려하게 꾸며진 관.

그림을 봐선 어린 나이에 세상과 이별하게 된 오누이를 기리기 위한 장식 같다.

부모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박물관을 나서 본격 유적지로 걸음을 옮긴다.

공짜 입장이라서 그런가,

한적한 시골길치고는 교통량이 무지하게 많다.

한 잎만 따서 들고가고 싶은 다육이@_@

걸음을 옮길 때마다 쪼금씩 가까워지는 유적들.

고대인이 사랑했다는 황금비율이란 게 저런 걸까.

한참을 걸은 끝에 도착.

마찬가지, 공짜로 입장권을 받고 들어선다.

이곳은 대략 기원전 4-5세기 도시 유적지. 모두 2500년 씩은 나이를 먹은 것들이란 말씀.

그러다보니 덩치큰 것들을 제외한 소소한 것들은 모두 인간과 바람의 힘으로 사라져버렸다.

쌍둥이 별자리로 유명한 카스토르와 폴룩스에게 바쳐졌다는 신전.

신전 구석 기둥만 남아있기 때문에 전모를 짐작할 길은 없다.

무슨 세월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카르타고와 전쟁 때 부서졌다고 하니 부서진지도 2000년 넘었단 말인데-_-;;;

이곳 기둥 모양은 모두 도리아식이라고 하는데,

그런 걸 구별할 능력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 패쓰.

2500년 된 기둥이 21세기 아파트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에 쓴웃음이.

저 아래에도 무슨 고대 욕장인지 뭣인지 하는 유적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거긴 별도 요금을 받는다 하여 건너뛰기로 결정.

여기는 제우스 신전이 있던 자리. 그야말로 자리 밖에 없다-_-

지진 때문에 무너졌다니 어쩔 수야 없었겠으나,

'제우스' 이름이 붙어있으니만큼 가장 큰 규모였을 텐데 아쉬울 따름.

그나저나, 저 돌무더기 배열이 뭔가 낯익지 않으신지???

바로 요놈,

제우스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텔라몬이다.

박물관에 서 있는 넘이 진짜고, 위 사진처럼 노천에 널브러진 건 복제품이라고 한다.

깃발 여행객 노인들을 상대로 열강 중이신 가이드.

온통 메마른 돌무더기 뿐인 곳이라 한여름에 왔으면 타죽기 일보직전 상태까지 갈만한 곳.

저렇게 돌무더기를 쌓아둔 채 방치하는 건 정책인지, 여건이 안 되어서인지.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로다.

너무 평화로워서 주인 없는 견공조차 사람들이 지나다니건 말건 널부러져 있는 중ㅋ

이곳은 헤라클레스에게 바쳐진 신전.

아그리젠토에 있던 20여 개 신전 중 최고참.

근데도 유독 깔끔해 보이는 건 실은 이곳을 세상을 알리는 게 공헌이 컸던 영국 고고학자 알렉산더 하드캐슬의 손으로 복원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이곳을 복원하는 데 공헌이 컸던 그분은 평생 유적지 발굴에 힘쓰다가 이곳 아그리젠토에 뼈를 묻으셨다.

이오니아 식이니, 코린트 식이니 하는 다른 기법을 모르니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이곳의 기둥에선 전체적으로 단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것이 적장 헤라의 목이다~~~! (응?)

다른 신전으로 이동하다가 뜬금없이 나타난 미니 박물관에서.

대단한 소장품은 없는 이곳이 존재하는 이유는, 내 맘대로 추측하자면,

'땡볕에서 시달리느라 고생이 많으니, 잠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좀 쐬다 돌아보셔~'

아니었을까ㅋ

역시 뜬금없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

순간 '저 염소를 여신의 제단에 제물로 바쳐라'는 말인 줄 알고 식겁ㄷㄷㄷ

감히 이곳의 주인공이라 주장하는 유적, 콘코르디아 신전.

일단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경이롭다.

그러고보니 파르테논신전과도 꼭 닮았네.

아테네에서 수천 km는 떨어져 있을 이곳에 본토 뺨치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건물이라니.

'콘코르디아'란 말 자체가 화합, 조화 아니던가.

같은 의미를 같는 단어로 문득 북경 자금성 최대 건물인 태화전이 떠오른다.

아따, 건물은 멋지지만,

한적한, 황량한 저곳과는 달리 엄청난 방문객으로 바글거리는 대륙 건물에서 느끼는 감흥이 같기는 어렵겠다-_-;;

(퍼온 사진. 일반 관광객이 내부 사진을 저리 생생하게 찍을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_-)

태화전 내부 저 찬란한 황제의 자리가 '거대한 조화로움'과 뭔 상관인지는 모르겠으나-_-;;;

아그리젠토로 돌아와야겠다.

이런 멋진 건물 앞에서 간만에 셀카 한 방을.

콘코르디아 신전 앞에 뒹굴고 있는 명물 청동상.

저 구멍은 원래 뚫려 있던 걸까, 아님 누가 일부러...?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긴 해도 도무지 물 한 방울 안 떨어질 것 같은 온통 메마른 곳.

지금은 모두들 잠시 앉아 쉬어가는 곳이 되었으나, 예전엔 뭐였을까.

이런 거 작업하던 곳이란 뜻인가?

과연 옛 시인의 허사가 아니었도다.

계절만 잘 맞춰 오면 저 나무에 만발한 올리브며, 오렌지를 마음껏 따먹을 수 있다는데, 아쉽군.

유적지 끝자락,

저기 보이는 신전 앞마당인 이곳에서는 종종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고.

마지막 유적은 헤라 여신에게 바쳐진 신전.

중간에 슬쩍 땜빵한 흔적도 보이는군.

이곳은 밤에 조명 아래에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우리처럼 스쳐지나가는 바쁜 여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ㅠㅠㅠ

헤라 여신에게 안녕을 고하고 출구를 빠져나온다.

동서양에 상관 없이 노년 부부들은 이렇게 깃발여행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

올리브 나무 가득한 운치 있는 주차장.

버스를 잡아타고 시내로 돌아오려 했으나 순간의 티미한 판단으로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1유로 짜리 버스를 그냥 보내버린 관계로 15유로 내기로 하고 택시로 복귀.

우체국 건물 기둥이 문득 콘코르디아 신전을 닮았다는 느낌.

여기가 어딘지, 저기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영원한 시간 속에 있으리라'고 적혀 있는 것 같다.

나를 실어나를 기차가 기다리는 아그리젠토 중앙역.

하루 종일 땡볕을 걸어다니느라 허기진 속을 기차역 특유의 맛없는 빵으로 일단 달래본다.

뭔가 독일 특급 기차에 비해 뽀쓰가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시골 기차이니 그러려니.

그러다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물먹고' 말았지만-_-ㅋ

드디어 내륙을 벗어나 바닷가에 당도.

남국 특유의 개성을 한껏 뽐내는 처자 사진 살짝 한 방.

근데 이탈리아인의 수다스러움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라ㄷㄷㄷ

독일 기차는 정말로 적막, 고요 그 자체였는데,

이곳 기차는 모든 좌석이 시끌벅적하여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예외는 오직, 수줍음 많은 동양 남자가 타고 있는 자리 뿐ㅋ

이탈리아에선 같은 좌석에 앉은 여성에게 말 한 번 안 건네는 건 여인네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한다던데,

두 시간 내내 입 한번 못 열어본 같이 앉아갔던 두 이탈리아 처자에게 뒤늦게나마 미안하다는 인사를.

마침내 시칠리아 여행의 종착지,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에 도착.

론리에 나와 있는 글귀였던가,

'팔레르모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가 밀라노 같은 곳보다 훨씬 멋진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과연 어떨지.

팔레르모 중앙역 앞.

이탈리아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마상.

것보다는 그 아래 어지러운 낙서가 더 눈에 들어온다ㅋ

또한번 여행가방을 끌고 숙소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헤매기 시작.

이곳에 팔레르모의 명동 같은 곳, 비토레오 에마누엘레 거리.

근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사진이 잘 안 보인다-_-;;

일단 숙소부터 찾아가 짐을 풀어놓기로 하고.

아까 그 지점으로 돌아왔는데,

배경 색이 야시시한 핑크빛.

그 이유는 다음 날 깨닫게 되었다.

이 멋진 건물 이름은 말 그대로 '대극장 Teatro Massimo'.

영화 '대부' 시리즈를 끝까지 보신 분이라면 기억할 수도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단, 끝까지 봤어야ㅋ

조금 떨어져서 보니 더욱 멋지다.

극장 자체의 명성으로는 로마 오페라나 밀라노의 라 스칼라가 위겠으나 건물의 멋짐은 이곳 팔레르모 대극장이 훨씬 압도적이라 감히 주장해본다.

시칠리아 특유의 달콤한 과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개업 150년이 넘은 제과점,

한번 아니 가 볼 수 없는 노릇.

이곳의 명물이라는 칸놀리 (프랑스에선 까늘레라 부르겠지?).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달다ㄷㄷㄷ

두 개만 먹으면 중풍 맞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무슨 건물이었는지 기억 안 난다-_-;;

이미 이야기했듯, 이날은 얘네들 축제일이라 거리에 사람이 바글바글하여 정신이 쏙 빠질 정도였기에.

뭔가 서양 기준으로 오랑캐스러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냥 일개 관청 건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국회의사당 삘.

밤은 점점 깊어가고.

배는 점점 고파간다-_-

근데,
어두워진 밤거리를 이리 홀로 쏘다녀도 되는 거였던가-_-?

부드러운 고기가 하나 가득 씹히는 혜자로운 (단돈 12유로!) 아메리칸 스타일 스테이크 버거(?)를 하나 싸들고 와서 숙소에서 처묵처묵하는 것으로 카타니아>>아그리젠토>>팔레르모로 이어지는 길었던 하루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