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상사들과

일은 열심히 안 하면서 투덜거리는 부하직원

모두 어르고 달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출근하고 말지, 이게 뭔 짓일까?”

중간에 ‘낀 직급’에 있는 분들을 위해

재택근무할 때 어떻게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평소 회사에서 보이는

행동과 말투는 거의 유사합니다.

주변 동료들 역시 일정한 패턴으로

이 정보(행동, 말투)를 해석합니다.

이렇듯 한 사람의 행동과 말이

사회적으로 해석되는 환경을

‘맥락(context)’이라고 합니다.

동일한 행동을 하더라도

주변의 해석은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셔터스톡)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재택근무할 때는

맥락이 다릅니다.

윗사람들은 평소보다 정보가 제한되고,

지시 전달에 어려움을 느끼고,

직원들의 업무태도에 의구심이 많습니다.

직원들은 사무실보다 편하긴 하지만

뭔가 집중하기 어렵고,

윗사람들의 지시 사항을 이해하려고

평소보다 더 노력해야 하며,

퇴근 시간이 더 고민됩니다.

위아래 모두 예민한 상태인 거죠.

중간관리자가 재택근무할 때도 평소처럼

팀원들에게 세세하게 지시하고,

윗사람에게 다 맞춰주는 식으로 일하면

부자연스럽고 일이 진행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팀원에게 일의 큰 방향만 알려주면

과연 제대로 해낼 것인지 의심스럽죠.

윗사람의 요구에 최소로만 맞추자니

일 안 한다고 할까 봐 불편해지고요.

이 모든 문제들은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무실과 업무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솔루션 1단계입니다.

상사는 대부분 마음에 안 듭니다만

그중에 괜찮은 상사도 있곤 합니다.

이런 사람과 일한다면

왜 임원/팀장들이 재택근무에 부정적인지

이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단서를 찾기 위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존 코터 교수가

1982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발표한 ‘유능한 임원은 어떻게 일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코터 교수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걷고 있는 고위 임원들이

하루 종일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말을 하는지 기록했습니다.

(참조 – What Effective General Managers Really Do?)

유능한 임원들은

조직의 목표가 어떻게 실행되고,

직원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며,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를

어떻게 파악할까요?

공식적인 회의나 보고서가 아닙니다.

“사무실을 목적 없이 배회하고

직원들에게 가볍게 말을 걸고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파악합니다.”

(존 코터)

한 조직의 임원급이라면

조직과 실적에 관한 정보를

단순히 보고서 숫자로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분위기, 직원들의 모습,

직원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등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재택근무를 시작하니

모든 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하세요’라고 하면

어떤 느낌일까요?

오랫동안 배우고 연습한

정보 수집과 분석 체계가

붕괴됐다고 느끼지 않을까요?

재택근무와 그 도구들은

‘공식정보’를 처리하기엔

매우 효율적입니다.

보고서를 받고 결제처리하고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사무실이나 재택근무나 차이가 없죠.

그렇지만 임원들은

화면 너머 여러분의 모습과 태도와

말투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공식적인 자료 뒤의

행간을 읽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재택근무는

이런 ‘비공식정보’를

모두 차단합니다. 

중간관리자라면

이런 임원 혹은 팀장들이

비공식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요.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여러분 또한

비공식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마찬가지로 차단됩니다.

정보 차단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그로 인해 상사에게 2차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들, 특히

정보 부족에 따른 고립감과 불안감을

낮추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출처=셔터스톡)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일의 체계, 진행 우선순위 및 경과 등을

보다 자주 전달하는 겁니다.

오전 10시 : 업무 계획 구두 보고

오후 2시 : 진행 경과 보고

오후 6시 : 퇴근 전 최종정리 보고

평소 사무실에서 일할 때,

이런 형태로 보고했다면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보는 겁니다.

오전 9시30분 : 업무 계획 보고(화상통화)

점심 직후 : 진행 경과 보고

오후 4시 : 퇴근 전까지의 예상상황 보고

꼭 엄격한 체계를 갖춘

공식적인 보고서가 아니어도 됩니다.

평소보다 ‘약간 일찍, 약간 더 자세히

직원 개개인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피드백을 요청하는 게

고립감과 불안감 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보고를 하려면 중간관리자는

팀원들과 더 일찍 대화해야 하고,

준비 시간도 길어지게 됩니다.

불편하고, 자기 업무도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늘어나기 쉽죠.

중간관리자는 재택근무를 하면

업무 강도가 올라가거나

오히려 야근하게 됩니다.

상사가 이런 점까지 인지해서

업무 속도나 요구 품질을 조절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면 괜찮겠지만,

나이만 먹은 꼰대라면?

약간의 야근을 각오하고

업무 강도가 올라가더라도

먼저 치고 나가는 거죠.

불안과 짜증에 가득 찬 상사가

업무를 쏟아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야근하는 사태를 막아야 합니다.

일은 일대로 하고,

내 감정은 상하는데,

평가는 나빠지는

삼중고는 막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