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9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배 여사는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전날 다시 쓰러진 끝에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에서 숨졌다.

고인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유월의 어머니'였다. 그는 그해 아들 이한열 열사가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거리의 어머니'가 됐던 그는 민주화 시위와 집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찾았다. 그는 여느 부모처럼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고 가슴앓이하는 삶을 거부했다. 부당한 국가 폭력에 항거하는 자리엔 늘 그가 있었다. 2009년에는 용산 참사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의 광주 집은 대문이 열려 있을 때보다 굳게 닫혀 있을 때가 더 많았을 정도였다. 그렇게 그는 아들의 삶을 되살려냈고, 또 아들의 삶을 살았다. 실제 그는 1998~1999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에 걸친 국회 앞 천막 농성을 통해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유가협이 의문사 진상 규명 투쟁을 시작한 지 12년 만이었다. 고(故)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故) 이소선 여사와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故) 박정기씨 등과 함께였다.

배 여사는 이러한 민주화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당시 모란장을 받던 그는 '서른세 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렇게 외쳤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1090933000111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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