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한 문학평론가이자 영화평론가이기도 한 하스미 시게히코라는 분이 계십니다. 영화를 하나를 봐도 범인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찾아내는 분이십니다. 이 분이 동경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이런 식으로 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나서

"자.. 보셨습니까? 뭘 봤나요?"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화면에서 방금 본 이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하스미 시게히코는 그 이미지 너머를 이야기합니다.

- 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에서 딸의 방으로 연결된 계단을 보여주지 않는가?

- 왜 존 포드 감독의 영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려고 할때 주인공은 뭔가를 던지는가?

오늘 어떤 글을 읽다가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에서 미묘하게 편집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수도 없이 봤고, 최근에 스크린으로까지 봤는데 몰랐던게 있었습니다.

아이와 아버지가 저녁을 먹다가 아버지가 식탁에서 부엌 문을 지나 부엌 저편으로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간상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카메라를 컷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이 숏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집니다. 트뤼포는 컷을 하고 숏과 숏을 붙여서 시간을 줄입니다. 그냥보면 잘 표시가 안나는데 서랍장 위의 고양이의 머리가 일종의 점프컷처럼 갑자기 툭하고 바뀌더군요.

카메라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교묘하게 편집해서 시간을 줄인 이유는 화면의 연속감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트뤼포가 신봉했던 그의 스승 앙드레 바쟁의 편집원칙을 지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작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1959년 영화고 쓰여진 글이 70년대 글입니다. 비디오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냥 영화관에 앉아서 영화를 부릅뜨고 보면서 찾아낸 것이죠.

트뤼포 이야기가 나와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면 트뤼포가 히치콕의 <오명>을 보고 히치콕에게 물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계단 씬은 두 개의 세트로 찍은 것이죠?' 히치콕이 놀라면서 물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트뤼포의 답변 '영화에 계단이 나올 때 숫자를 일일이 다 세었는데 계단의 숫자가 다르더군요'


비디오, DVD,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해서 되돌려 보기와 멈추기를 한다고해서 영화의 비밀을 풀 수 있는게 아닙니다. 영화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