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성'의 역할입니다. 

양성생식의 기본적 역할이 (뭐 아직 양성생식은 진화론자들 사이에도 이론이 분분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종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즉, 양성생식에 의해 유전자가 뒤섞이는 것이 종의 진화를 돕는 게 아니라, 그 종의 유전자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대표적인 예로 드는 핀치의 부리 같은 경우

중학교 수준의 간단 버전으로는 

자식 핀치의 부리가 다양하게 나오고, 환경의 변화 - 가물어서 딱딱하고 큰 열매의 비중이 높아지면 큰 부리를 가진 애가 유리하고 그래서 큰 부리종이 진화한다. ... 요런 것인데

실제로는 몇 년 후 비가 많이 와서 작은 풀씨가 흔해지고 작은 부리가 유리해져서 다시 줄어들고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결과적으로 핀치라는 새의 어떤 종은 큰 부리, 작은 부리 사이를 환경에 따라 오락가락하지만, 서로 교배하여 유전자를 뒤섞기 때문에 한 종으로 계속 유지가 되는 거죠.

그래서 종분화 사건에는 격리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위의 핀치 중에 한 무리가 바람에 날려 '딱딱한 나무열매의 비율이 기본적으로 높은 섬'에 갔다면, 그리고 왠만해서는 원래의 섬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면, 계속해서 큰부리 쪽으로 선택압을 받을 수밖에 없죠. 이 상태로, 즉 - 양성생식에 의해 유전자를 뒤섞을 기회가 차단된 채로 - 몇십만년이 지나면 원래의 종과 다른 큰부리종으로 고정이 되는 겁니다.

종분화에는 지리적 분화도 있고, 동지역 분화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여러 가지가 있겠죠.

...

뭐 아무튼 솔로는 진화를 할 수가 없다는..

2. '본능'이란 건 사실 별게 아닙니다.

본능이란 뼛속까지 각인된 생존을 위한 명령 세트 같은 거죠.

예컨대 눈 앞으로 뭔가 빠르게 휙 다가오는 것 같다 싶으면 회백질의 고차원 사건 파악 판단 이런 거 없이 그냥 눈감고 피하고 보는 겁니다.

이 명령 세트를 갖춘 개체는 안갖춘 개체보다 생존에 유리했겠죠.  

좀더 고차원적으로 보이는 본능도 있지요. 모성본능 같은 건 거의 5억년은 넘었으리라 보고요.

최근에 형성된 본능으로는 사람의 그.. 패턴인식 같은 게 있습니다.

이런 식의 사진들이 흔히 돌아다니는 데 이게 본능의 결과물이죠.

사람의 진화 과정에서 무언가의 얼굴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을 겁니다.

예컨대 풀 숲에서 뭔가 눈두개 입하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다.. 그럼 얼른 도망가야 합니다. 표범이나 호랑이 같은 것일 수 있으니까요.

또는 사람의 다른 개체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얼굴 패턴을 찾아내는 데 매우 민감했을 것이고요.

그래서 점 두개 선하나만 있으면 '얼굴'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이런 게 다 본능의 일부분이죠.

그리고, 사실 밥 먹고 5시간쯤 지나면 배고픈 거나, 남자들이 사춘기 이후에 여자 보고 ���� 대는 거나

젊을 때 괜히 근육자랑하고 싶어지는 거나, 술마시면서 서로 자기 잘났다고 은근히 돈자랑 차자랑 직장자랑 애인자랑하는 거나 다 본능의 발현입니다. 

다른 개체보다 내가 더 우월한 짝짓기 대상이다. 날 컨택해줘.. 라는 거죠.

이게 파리한테는 먹이를 선물로 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팔색조는 둥지를 짓고, 사람은 돈질을 하죠.

본능 자체의 욕구는 명확합니다만, 그 본능을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훈련이 가해지는 거죠.

(사회적 관계라는 게 어차피 개체를 둘러싼 환경의 일부분이므로 이것 역시 선택압으로 작용할 것이고요.)

기본적으로 인간이 본능에서 벗어난, 이성에 의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아주 큰 잘못된 상식이죠.

먹고 자고 싸고 돈벌고 결혼하고 티비보며 ����대고 뒹굴뒹굴하고, 의기양양하거나 패배의 골방생활을 하거나 그 모든 것의 배후에 본능이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성은 그냥 그 본능의 명령을 어떻게 하면 잘 충족시킬 것인가를 연구해서 달성하기 위한 기관의 하나일 뿐이죠.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도킨스 본좌의 말씀을 전하자면.. 인간의 뇌는 공작의 꼬리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공작의 꼬리가 기본적으로 성공적인 교미-번식의 성공을 위해 발전시킨 부속 기관이라면 인간의 뇌도 역시 교미와 번식을 위해 발전시킨 기관일 뿐 .... 

마지막으로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