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좌파의 경제학을 위해 (양철북님의 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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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양철북님과의 논쟁을 의도한 것은 아닌데 본의아니게 논의가 그렇게 전개되네요 ^^;;
1. 양철북님은 제가 좌파의 개념규정을 때로는 너무 협소하게(맑시즘에 국한해서) 때로는 너무 넓게 (페라리와 루이뷔통을 욕망해도 좌파다)한다라고 비판하십니다.
사실 제가 쓴 먼저의 글에서는 어떤 것이 좌파인가라는 개념규정은 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작업정도는 이 곳 베이스볼파크에서는 생략해도 되지않을까하는 암묵적 전제가 있었던 것인데 양철북님은 저의 글을 보고 좌파의 개념규정을 다시? 요구하시니 당황하다고 하지 않을수 없네요. 이곳이 엠팍이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지요. 제가 베이스볼파크의 성향을 지나치게 선규정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생각하는 좌파는 이렇습니다. 물론 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맑시즘만이 좌파는 아닙니다. 좌파내부에는 다양한 운동노선들이 존재하지요. 생태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페미니스트, 트로츠키주의자, 마오주의자, 자율주의자, 사민주의자, 등등등...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이 모두는 유효한 좌파의 포지셔닝이 될수있는 것이지요. 때문에 어떤 것이 좌파인가라는 개념규정자체가 고정적일수는 없습니다. 가령 한국에서는 보수우파나 중도우파정도라고 할 수있는 민주당조차도 반한나라당연합이라는 관점에서는 좌파와 연대할수있는 세력이 되지요.
그런데 제가 굳이 소위 '좌파'를 이야기하면서 맑시즘을 예로 들었던 것은 근대이후 반자본주의적 투쟁에 동참하는 모든 세력 혹은 이념들에 가장 결정적인 이론으로 작용했던 것이 맑시즘이기 때문이고 또 맑시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안적 좌파이론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좌파는 아직도 맑시즘을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극복했다고 보기 힙듭니다. 때문에 내가 좌파라고 했을 때 그 대상으로 맑시즘을 거론했던 것은 그닥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이론과 실천의 방식들을 논하면서 논의를 전개하면 보다 보다 풍부한 설명이 될수있을지 모르지만 게시판 성격상 그러한 글을 쓴다라는 것은 쉽지가 않지요. 여기에 대한 양해는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정도 말씀드리면 제가 왜 굳이 좌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맑시즘을 원용했는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2. 양철북님은 제가 아담스미스의 완전경쟁시장을 예로 든 것을 "한마디로,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겁니다."라고 표현하십니다. 사회주의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다시말해 좌파가 생각하는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완전경쟁을 예로든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오해가 생기는 것은 그동안 아담스미스를 자본주의적 경제학의 아버지쯤으로 생각해서라고 할수있습니다. 이것이 기존의 사고였지요. 때문에 양철북님처럼 반응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반면 저의 사고는 기존의 전제와 합의를 뒤집는 방식이므로 이에 대한 부연설명을 제가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아담스미스는 아시다시피 경제학자이기 이전에 윤리학자였습니다. <도덕감정론>등과 같은 윤리학 저서를 저술하기도 했지요. <국부론>도 기실은 이러한 윤리학탐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담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타인의 운명을 배려하고 타인의 행복을 보는 것이 기분이 좋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경우라도 그들의 행복이 자기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어떤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연민 또는 동정은 바로 이런 원리에 속하며, 그것은 타인의 행복을 직접 보거나 또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하면 그들의 불행에 대해 바로 느끼는 정서이다. 타인이 슬퍼하는 것을 보면 곧바로 슬퍼지는 것은 따로 예증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이치이다."(아담스미스 <도덕감정론>, 가라타니 고진 <네이션과 미학>, 32쪽 에서 재인용)
이처럼 아담스미스는 '이타적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주목했던 윤리학자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소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하는 "자유방임laiser-faire"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아담스미스에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는 도덕감정, 다시말해 이타심을 이기심에 반대되는 극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하는 이타심과 연민은 이기심과 정확히 양립가능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기심과 이타심 모두 '상상력'을 기반으로 해서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는 것은 타인의 행복과 불행을 자기의 것처럼 '상상'하는 것이지요. 이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상'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합리적 소비자론이 있습니다. 경제적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를 합리적 행동의 주체로 가정하는 것인데 그중에서 가장 정교한 이론중 하나가 소위 게임이론game theory입니다. 게임이론에 의하면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패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선택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지요. 최선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다시말해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타인의 입장을 고려/상상해야 하는 상황을 이론화 한 것이 게임이론입니다.
아담스미스가 생각한 "완전경쟁"이라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합리적 경제주체들이 공정하면서도 대칭적 입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정보의 비대칭이나 불평등을 기초로한 현실의 자본주의적 경쟁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이상적 모델ideal model로서의 합리적 소비주체를 현실의 소비주체로 등치시킴으로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낳게 되었던 것이지요. 소위 미시경제학이라는 근대경제학의 기초가 이러한 합리적 소비주체를 가정하고 있는데 따라서 그것은 현실의 일부만 반영하는 경제학이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여기서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사항은 아담스미스가 소위 이 완전경쟁시장을 제시했던 배경에는 당시가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경제가 아니라 절대주의국가에 근거한 "중상주의"단계였다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당시에 존재했던 매뉴팩쳐적인 완전경쟁적 수공업자들 간의 경쟁을 가정했던 것이지 오늘날처럼 불완전 경쟁이 일반화된 독점적 경쟁시장을 이야기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아담스미스의 "완전경쟁"은 어디까지나 공정한fair한 경쟁을 전재로 한 것이므로 그것이 사회주의경제와 무관하다고 볼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이를 통해 사회적 후생이 극대화되는 일종의 파레토균형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가라타니 고진은 특히 아담스미스의 이러한 완전경쟁을 공동체적 '네이션'을 상상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봅니다. 앞서이야기 했던 것처럼 중상주의라고하는 절대주의 국가(스테이트)에 의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기획으로서 제출된 이론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이야기했던 소위 완전경쟁이라는 것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불완전 경쟁과는 완전히 다른 오히려 사회주의적 공동체community에서만 가능한 어떤 상태가 될수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담스미스를 자본주의경제학의 효시라고 생각했지만 기실은 사회주의 경제학의 효시라고해도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3. 그밖에도 여러가지 잘못된 이해에 기반한 표현들이 보이는데요. 가령 저는 "상품가치"라는 표현을 사용한적이 없습니다. 저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이야기했었지요. 그런데 님은 "한국식 천민자본주의하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루이비통의 상품가치라는 것은 결국 교환가치를 통한 물신화가 우리 내면에 철저히 구현된 결과라는 점을(쉽게 말하면 루이비통이 3만원짜리 시장표 백보다 50배 이상의 사용가치를 가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상품가치와 사용가치를 혼용하고 계시는데 이는 소위 교환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한 엄밀한 개념규정이 미비한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뷔통의 사용가치는 말그대로 그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있는 것입니다. A라는 사람에게 루이뷔통은 쓸데없는 사치품일 뿐이지만(가령 양철북님 같은 분들) B에게는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키는데 꼭 필요한 대상일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상품의 사용가치는 그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어떻게 소비하고 대상화하는 가에 달려있는 것이지 A가 불필요한 사치품이라고 느낀다고 해서 3만원짜리 가방과 다름없는 사용가치를 B에게도 느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다시말하지만 한 상품의 사용가치는 A와 B가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있다라는 것을 인정하는게 중요합니다. 흔히들 맑스의 이론을 이용하여 한 상품의 가치를 그 상품에 투입된 투하노동량으로 보는 노동가치설로 상품의 효용 혹은 사용가치를 규정하는 경우가 기존에 있어 왔습니다만 이는 잘못된 것이지요. 왜냐하면 우리들 주변에는 상품생산과정에서 노동이 투입되지 않았지만 시간과 장소을 이동시킴으로써 상품이 되는 수많은 제품들이 존재합니다. 농산품이랄지 광물등이 대표적인 경우지요. 자연이라는 환경이 제공하는 "증여"를 노동가치설은 주목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리고 맑스가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주목했던 것도 교환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의 축적입니다. 이는 사용가치의 '사용'이 문제가 아니라 사용가치의 중지를 통한 교환가치의 축적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교환가치축적 시스템과의 단절을 구좌파에서는 사용가치의 과잉(다시말해 소비재의 과잉)의 해소로 오해했던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좌파의 미덕은 자본주의의 물질적 풍요를 절재하는 것으로 미화되고 윤리화되는 경향이있었습니다만 사실은 이러한 상품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은 오히려 적극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지 계획되고 획일화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제가 좀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고 할 순 있지만 페라리나 루이뷔통 혹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예로 들었던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누구든 공정한 경제활동을 통해서라면 (여기서 공정한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시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요?) 페라리나 루이뷔통 가방을 소비할 수있는 경제가 그것을 소비하고 싶어도 소비할 상품이 생산되지 않는 경제보다는 더 좋은 경제라는 것입니다. 또 그러한 경제가 자본주의적 경제의 대안적 경제상과 양립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고요.
사실 제가 위에서 제기한 논의들은 기존 좌파의 경제학 이론 혹은 윤리와 배치되는 지점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논쟁적일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논의들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구좌파 혹은 구사회주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그래서 어줍지 않고 성숙되지 않은 글이지만 써보게 되었네요. 비판할 점이 있으면 가혹하게 비판해주시길 바랍니다. 꼭 양철북님이 아니시더라도 말이지요. ^^;;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09-10-13 18:30:24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
1. 양철북님은 제가 좌파의 개념규정을 때로는 너무 협소하게(맑시즘에 국한해서) 때로는 너무 넓게 (페라리와 루이뷔통을 욕망해도 좌파다)한다라고 비판하십니다.
사실 제가 쓴 먼저의 글에서는 어떤 것이 좌파인가라는 개념규정은 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작업정도는 이 곳 베이스볼파크에서는 생략해도 되지않을까하는 암묵적 전제가 있었던 것인데 양철북님은 저의 글을 보고 좌파의 개념규정을 다시? 요구하시니 당황하다고 하지 않을수 없네요. 이곳이 엠팍이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지요. 제가 베이스볼파크의 성향을 지나치게 선규정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생각하는 좌파는 이렇습니다. 물론 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맑시즘만이 좌파는 아닙니다. 좌파내부에는 다양한 운동노선들이 존재하지요. 생태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페미니스트, 트로츠키주의자, 마오주의자, 자율주의자, 사민주의자, 등등등...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이 모두는 유효한 좌파의 포지셔닝이 될수있는 것이지요. 때문에 어떤 것이 좌파인가라는 개념규정자체가 고정적일수는 없습니다. 가령 한국에서는 보수우파나 중도우파정도라고 할 수있는 민주당조차도 반한나라당연합이라는 관점에서는 좌파와 연대할수있는 세력이 되지요.
그런데 제가 굳이 소위 '좌파'를 이야기하면서 맑시즘을 예로 들었던 것은 근대이후 반자본주의적 투쟁에 동참하는 모든 세력 혹은 이념들에 가장 결정적인 이론으로 작용했던 것이 맑시즘이기 때문이고 또 맑시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안적 좌파이론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좌파는 아직도 맑시즘을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극복했다고 보기 힙듭니다. 때문에 내가 좌파라고 했을 때 그 대상으로 맑시즘을 거론했던 것은 그닥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이론과 실천의 방식들을 논하면서 논의를 전개하면 보다 보다 풍부한 설명이 될수있을지 모르지만 게시판 성격상 그러한 글을 쓴다라는 것은 쉽지가 않지요. 여기에 대한 양해는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정도 말씀드리면 제가 왜 굳이 좌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맑시즘을 원용했는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2. 양철북님은 제가 아담스미스의 완전경쟁시장을 예로 든 것을 "한마디로,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겁니다."라고 표현하십니다. 사회주의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다시말해 좌파가 생각하는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완전경쟁을 예로든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오해가 생기는 것은 그동안 아담스미스를 자본주의적 경제학의 아버지쯤으로 생각해서라고 할수있습니다. 이것이 기존의 사고였지요. 때문에 양철북님처럼 반응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반면 저의 사고는 기존의 전제와 합의를 뒤집는 방식이므로 이에 대한 부연설명을 제가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아담스미스는 아시다시피 경제학자이기 이전에 윤리학자였습니다. <도덕감정론>등과 같은 윤리학 저서를 저술하기도 했지요. <국부론>도 기실은 이러한 윤리학탐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담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타인의 운명을 배려하고 타인의 행복을 보는 것이 기분이 좋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경우라도 그들의 행복이 자기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어떤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연민 또는 동정은 바로 이런 원리에 속하며, 그것은 타인의 행복을 직접 보거나 또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하면 그들의 불행에 대해 바로 느끼는 정서이다. 타인이 슬퍼하는 것을 보면 곧바로 슬퍼지는 것은 따로 예증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이치이다."(아담스미스 <도덕감정론>, 가라타니 고진 <네이션과 미학>, 32쪽 에서 재인용)
이처럼 아담스미스는 '이타적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주목했던 윤리학자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소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하는 "자유방임laiser-faire"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아담스미스에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는 도덕감정, 다시말해 이타심을 이기심에 반대되는 극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하는 이타심과 연민은 이기심과 정확히 양립가능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기심과 이타심 모두 '상상력'을 기반으로 해서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는 것은 타인의 행복과 불행을 자기의 것처럼 '상상'하는 것이지요. 이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상'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합리적 소비자론이 있습니다. 경제적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를 합리적 행동의 주체로 가정하는 것인데 그중에서 가장 정교한 이론중 하나가 소위 게임이론game theory입니다. 게임이론에 의하면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패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선택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지요. 최선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다시말해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타인의 입장을 고려/상상해야 하는 상황을 이론화 한 것이 게임이론입니다.
아담스미스가 생각한 "완전경쟁"이라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합리적 경제주체들이 공정하면서도 대칭적 입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정보의 비대칭이나 불평등을 기초로한 현실의 자본주의적 경쟁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이상적 모델ideal model로서의 합리적 소비주체를 현실의 소비주체로 등치시킴으로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낳게 되었던 것이지요. 소위 미시경제학이라는 근대경제학의 기초가 이러한 합리적 소비주체를 가정하고 있는데 따라서 그것은 현실의 일부만 반영하는 경제학이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여기서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사항은 아담스미스가 소위 이 완전경쟁시장을 제시했던 배경에는 당시가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경제가 아니라 절대주의국가에 근거한 "중상주의"단계였다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당시에 존재했던 매뉴팩쳐적인 완전경쟁적 수공업자들 간의 경쟁을 가정했던 것이지 오늘날처럼 불완전 경쟁이 일반화된 독점적 경쟁시장을 이야기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아담스미스의 "완전경쟁"은 어디까지나 공정한fair한 경쟁을 전재로 한 것이므로 그것이 사회주의경제와 무관하다고 볼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이를 통해 사회적 후생이 극대화되는 일종의 파레토균형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가라타니 고진은 특히 아담스미스의 이러한 완전경쟁을 공동체적 '네이션'을 상상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봅니다. 앞서이야기 했던 것처럼 중상주의라고하는 절대주의 국가(스테이트)에 의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기획으로서 제출된 이론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이야기했던 소위 완전경쟁이라는 것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불완전 경쟁과는 완전히 다른 오히려 사회주의적 공동체community에서만 가능한 어떤 상태가 될수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담스미스를 자본주의경제학의 효시라고 생각했지만 기실은 사회주의 경제학의 효시라고해도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3. 그밖에도 여러가지 잘못된 이해에 기반한 표현들이 보이는데요. 가령 저는 "상품가치"라는 표현을 사용한적이 없습니다. 저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이야기했었지요. 그런데 님은 "한국식 천민자본주의하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루이비통의 상품가치라는 것은 결국 교환가치를 통한 물신화가 우리 내면에 철저히 구현된 결과라는 점을(쉽게 말하면 루이비통이 3만원짜리 시장표 백보다 50배 이상의 사용가치를 가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상품가치와 사용가치를 혼용하고 계시는데 이는 소위 교환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한 엄밀한 개념규정이 미비한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뷔통의 사용가치는 말그대로 그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있는 것입니다. A라는 사람에게 루이뷔통은 쓸데없는 사치품일 뿐이지만(가령 양철북님 같은 분들) B에게는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키는데 꼭 필요한 대상일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상품의 사용가치는 그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어떻게 소비하고 대상화하는 가에 달려있는 것이지 A가 불필요한 사치품이라고 느낀다고 해서 3만원짜리 가방과 다름없는 사용가치를 B에게도 느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다시말하지만 한 상품의 사용가치는 A와 B가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있다라는 것을 인정하는게 중요합니다. 흔히들 맑스의 이론을 이용하여 한 상품의 가치를 그 상품에 투입된 투하노동량으로 보는 노동가치설로 상품의 효용 혹은 사용가치를 규정하는 경우가 기존에 있어 왔습니다만 이는 잘못된 것이지요. 왜냐하면 우리들 주변에는 상품생산과정에서 노동이 투입되지 않았지만 시간과 장소을 이동시킴으로써 상품이 되는 수많은 제품들이 존재합니다. 농산품이랄지 광물등이 대표적인 경우지요. 자연이라는 환경이 제공하는 "증여"를 노동가치설은 주목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리고 맑스가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주목했던 것도 교환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의 축적입니다. 이는 사용가치의 '사용'이 문제가 아니라 사용가치의 중지를 통한 교환가치의 축적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교환가치축적 시스템과의 단절을 구좌파에서는 사용가치의 과잉(다시말해 소비재의 과잉)의 해소로 오해했던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좌파의 미덕은 자본주의의 물질적 풍요를 절재하는 것으로 미화되고 윤리화되는 경향이있었습니다만 사실은 이러한 상품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은 오히려 적극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지 계획되고 획일화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제가 좀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고 할 순 있지만 페라리나 루이뷔통 혹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예로 들었던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누구든 공정한 경제활동을 통해서라면 (여기서 공정한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시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요?) 페라리나 루이뷔통 가방을 소비할 수있는 경제가 그것을 소비하고 싶어도 소비할 상품이 생산되지 않는 경제보다는 더 좋은 경제라는 것입니다. 또 그러한 경제가 자본주의적 경제의 대안적 경제상과 양립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고요.
사실 제가 위에서 제기한 논의들은 기존 좌파의 경제학 이론 혹은 윤리와 배치되는 지점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논쟁적일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논의들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구좌파 혹은 구사회주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그래서 어줍지 않고 성숙되지 않은 글이지만 써보게 되었네요. 비판할 점이 있으면 가혹하게 비판해주시길 바랍니다. 꼭 양철북님이 아니시더라도 말이지요. ^^;;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09-10-13 18:30:24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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